수백명 사상… 이 ‘인질 구출 작전’ 정당성 논란

홍주형 2024. 6. 9.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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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가자 난민촌 급습 4명 구출
작전명 ‘여름의 씨앗’… 한낮 대규모 교전
가자당국 “최소 274명 사망·598명 부상”
민간인들 대거 희생에 비판 목소리 확산
EU “또 학살 발생 충격적… 강력히 규탄”
이스라엘군과 정보기관 신베트, 대테러 부대 ‘야맘’ 소속 요원들이 동원된 한낮의 인질 구출 작전 끝에 가자지구에 억류됐던 이스라엘인 4명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 이 과정에서 최소 100명이 넘는 팔레스타인인 민간인이 사망해 이스라엘 행위의 정당성 여부가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폐허된 난민촌 8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이 인질 구조를 위해 벌인 공습으로 무너져 내린 가자지구 중부 누세이라트 난민촌 건물 잔해를 팔레스타인인들이 둘러보고 있다. 이스라엘 공습으로 수백명의 팔레스타인인 민간인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군 제공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8일(현지시간) 인질 4명이 가자지구 중부 누세이라트의 팔레스타인 민간인 가정 2곳에 억류돼 있다는 첩보를 받고 이들을 구출하기 위해 오전 11시쯤 급습했다고 밝혔다. ‘여름의 씨앗’이라고 명명된 이 작전이 노출될 경우 하마스가 인질들을 살해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노아 아르가마니(25), 알모그 메이르 잔(21), 안드레이 코즐로프(27), 슐로미 지브(40) 인질 4명은 지난해 10월7일 이스라엘 남부 레임 키부츠(집단농장)에서 열린 노바 음악제에 참석했다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공격으로 납치됐다. 아르가마니가 당시 울부짖으며 하마스 대원의 오토바이 뒷좌석에 실려 가자지구로 끌려가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공개되기도 했다.

구출 작전은 대규모 교전을 불러일으켰다. 이스라엘군 관계자는 “대원들에게 많은 총탄과 로켓추진유탄(RPG) 포탄이 쏟아졌다”며 “지상군과 공군이 작전 병력과 인질을 보호하기 위해 대규모 공습을 가했다”고 설명했다. 인질들은 민간인 주택 건물을 벗어난 뒤 헬기를 타고 이스라엘로 돌아왔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이스라엘 전역이 인질 구출 소식에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방송에서는 정규 방송이 취소되고, 관련 소식을 보도하기 위한 특집 보도가 편성됐다. 6일 이 작전을 승인한 것으로 알려진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인질들이 머물고 있는 라마트간의 셰바 병원에서 성명을 통해 “우리는 임무를 완료하고 모든 인질, 생존한 사람과 사망한 사람 모두를 귀국시킬 때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마스는 지난해 10월7일 이스라엘 남부서 1200여명을 학살하고 250여명의 군인과 민간인을 인질로 잡아 가자지구로 끌고 갔다. 이 가운데 100여명은 지난해 11월 일시 휴전 당시 풀려났으나 130여명은 풀려나지 못했다. 이 중 최소 40명이 숨진 것으로 이스라엘군은 추정한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가자지구에 억류됐다 구출된 이스라엘인 노아 아르가마니(왼쪽), 슐로미 지브(가운데), 알모그 메이르 잔(남성), 안드레이 코즐로프가 가족 등과 재회하며 기뻐하고 있다. 가자지구=AP연합뉴스
이번 작전 진행 중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이 대거 희생되면서 비판도 잇따른다. AP통신에 따르면 가자지구 보건부는 최소 274명이 사망하고 598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정확한 사망자 수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가자지구 알아크사 순교자 병원의 칼릴 다그란 대변인은 AP에 “100명이 넘는 부상자와 함께 거의 100명에 가까운 팔레스타인인들의 시신이 병원으로 옮겨졌다”고 말했다. 당시 누세이라트에서 물건을 사던 중이었다는 주민 니달 압도는 “엄청난 폭격이었다”며 “1분도 안 돼 150발의 로켓이 떨어진 것 같았고 우리가 도망치는 동안 시장에 더 많은 로켓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4명의 인질을 구출하기 위해 최소 100명이 넘는 팔레스타인 민간인을 희생시킨 이번 작전에 서방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주제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엑스(X·옛 트위터)에 “가자지구에서 또다시 민간인 학살이 발생했다는 보도는 충격적”이라며 “우리는 이를 가장 강력한 용어로 규탄한다”고 밝혔다.

한편 CNN은 지난 3일 미국 중앙정보국(CIA) 보고서를 근거로 CIA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후 계획을 세우라는 바이든 행정부의 요구를 거부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보도했다. CIA가 보고서에서 “(네타냐후 총리가) 모호한 용어로 가자지구 미래를 논의함으로써 (이스라엘 연정의) 안보 책임자들의 지지를 유지하고 연정 우파의 이탈을 막을 수 있다고 믿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는 것이다.

홍주형 기자 jh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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