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前 분사가 신의 한수…재계 6위된 HD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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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은 현대중공업 사사(社史)에서 최악의 위기로 기록될 법한 해다.
이렇게 탄생한 HD현대마린솔루션은 출범 8년 만에 연간 2000억원의 이익을 내는 알짜 계열사가 됐다.
2017년 4월 현대중공업에서 분사한 HD현대일렉트릭 역시 그룹 확장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여기에 20~30년 전 설치한 전력기기의 교체 수요까지 더해져 HD현대일렉트릭은 이미 5년 치 일감을 미리 받아놓을 만큼 호황을 누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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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마린 이익 2000억 알짜로
HD현대일렉도 계열분리 후 질주
5년치 일감 쌓아두고 실적 쑥
그룹 시총 47조…한화와 11조差
2016년은 현대중공업 사사(社史)에서 최악의 위기로 기록될 법한 해다. 직전 2년 동안 적자만 4조8589억원에 달했다. 그룹의 운명이 풍전등화와 같던 그때, 기획실 총괄부문장이던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사진)이 의외의 제안을 내놨다. 선박 애프터서비스(AS)와 부품 공급 사업을 현대중공업에서 떼어내 별도 회사로 키우자는 것이었다. 이렇게 탄생한 HD현대마린솔루션은 출범 8년 만에 연간 2000억원의 이익을 내는 알짜 계열사가 됐다.
HD현대그룹의 질주에 가속이 붙고 있다. 지난달 28일엔 장중 처음으로 시가총액이 50조원을 넘어섰다. 그룹 내 상장사 주가가 급상승하면서 시총 기준 재계 순위는 3년 전 9위에서 6위로 올랐다. 경쟁사이자 7위인 한화그룹과는 시총 차이를 11조8368억원(지난 7일 종가 기준)으로 벌렸다.
그룹 막내가 매출 ‘1조 클럽’으로
현대마린솔루션의 선전은 정기선호(號)가 왜 순항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정 부회장이 분할을 제안했을 때만 해도 현대중공업 내 반발이 만만치 않았다. 국내 조선사 중 전례가 없는 데다 싱가포르 시트리움과 네덜란드 다멘그룹 등 글로벌 강자들이 시장을 과점하고 있다는 게 이유였다.
하지만 정 부회장은 중국 조선사가 침범할 수 없는 ‘해자’(垓子: 성벽 바깥을 둘러싼 물웅덩이)를 만들어야 한다며 뚝심 있게 신사업을 밀어붙였다. 1년 가까이 경영진을 설득한 끝에 2016년 말 분사 후 2017년 아예 대표를 맡았다. 권오갑 회장(당시 부회장)이 2018년 4월 기자간담회에서 HD현대마린솔루션에 대해 설명하며 “정 부회장이 강력하게 주장해 세운 회사”라고 말했을 정도로 정 부회장은 성공과 실패의 책임을 오롯이 스스로 감당했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선박유지보수업, 벙커링(급유) 사업에서 친환경 선박 개조 사업 등으로 사업 분야를 넓히고 있다. 2017년 2403억원에 불과하던 매출은 올해 1조6419억원(증권사 컨센서스 기준)으로 불어날 전망이다. 영업이익도 2425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게 증권가 예상치다.
“미래 향해 도전 감수한 결과”
2017년 4월 현대중공업에서 분사한 HD현대일렉트릭 역시 그룹 확장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변압기를 주력 제품으로 하는 HD현대일렉트릭의 시총은 7일 기준 9조3723억원에 달했다. 3년 전보다 주가가 열 배 이상 상승한 덕이다. 시총 기준으로 그룹 맏형인 HD한국조선해양과 그룹 내 1~2위를 다툴 정도다. 이 회사도 정 부회장이 계열 분리를 주도한 곳이다.
변압기 제조사인 HD현대일렉트릭은 풍력 등 친환경 발전 증가와 인공지능(AI) 붐의 수혜를 보고 있다. 여기에 20~30년 전 설치한 전력기기의 교체 수요까지 더해져 HD현대일렉트릭은 이미 5년 치 일감을 미리 받아놓을 만큼 호황을 누리고 있다.
HD현대그룹 사례를 두고 산업계에서는 탈탄소, AI 등 글로벌 경영 환경의 변화 요소를 조기에 포착하고 그룹 포트폴리오를 적기에 재편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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