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신경통' 앓는 박민지의 통 큰 기부…"아픈데 치료 못 받는 분들 위해"
"통산 20승, 올해 안에 달성했으면…다음주 한국여자오픈 기대"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안면에 극심한 통증을 유발하는 '3차 신경통'을 딛고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의 '새 역사'를 쓴 박민지(26·NH투자증권). 간절하고 뜻깊은 우승을 차지한 그가 가장 먼저 결심한 일은 환자들을 위해 우승 상금을 '쾌척'하는 것이었다.
박민지는 9일 강원 양양군 설해원 더 레전드 코스(파72)에서 열린 KLPGA투어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스(총상금 12억 원) 최종 3라운드에서 2언더파를 추가, 최종합계 13언더파 203타를 기록해 2위 그룹을 3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했다.
이로써 박민지는 2021년부터 올해까지 4년 연속 이 대회를 제패하는 기염을 토했다. KLPGA투어에서 3연패는 구옥희, 강수연, 박세리, 김해림 등이 달성한 바 있지만 4연패는 사상 첫 대기록이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도 명예의 전당 헌액자인 로라 데이비스(미국), '여제'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 등 두 명만이 기록한 진귀한 기록인데, 박민지가 이를 해냈다.
박민지는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4연패를 하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면서 "부담감을 안고 시작했는데 해냈다는 것이 스스로 대견하다"고 했다.
그는 2021년과 2022년 각각 6승씩을 거두며 국내 여자 골프의 '대세'로 군림했다. 지난해에도 2승으로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뒀지만, 올 시즌엔 반환점에 가까워지는 시점까지 좀처럼 우승이 나오지 않았다.
가장 큰 이유는 '질병' 때문이었다. 그는 지난해 연말부터 안면에 간헐적으로 극심한 통증을 유발하는 '3차 신경통' 진단을 받았다. 올 시즌 초반에도 통증이 재발해 US 여자 오픈 출전 신청을 철회하는 등 마음고생이 많았다.
박민지는 "인터넷에 3차 신경통을 검색하면 '죽을 만큼 아픈 고통'이라는 설명이 나온다"면서 "내 경우 머리로 통증이 왔는데, 전기가 통하듯이 머리나 이마를 스치기만 해도 아팠다"고 돌아봤다.
이어 "바람이 많이 부는 겨울엔 밖에 나가면 통증이 크게 왔다. 샤워도 잘 못 했다"면서 "골프는 둘째 치고, 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그래도 박민지는 이를 악물었다. 그는 "처음에는 패딩을 모자 끝까지 뒤집어쓰고 산책하면서 재활을 시작했다"면서 "다행히 3월부터는 한 번도 아프지 않아서 매일 감사하며 살고 있다"고 했다.
다행히 최근 들어선 '무통기'가 찾아왔고, '건강한' 박민지는 다시 정상급 기량을 발휘했다. 그리고 가장 많은 관심이 쏟아졌던 이번 대회에서 대업을 이루며 목표를 달성했다.
박민지는 "무통기는 내가 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것이 오래갈 수 있도록 최대한 규칙적인 생활과 긍정적인 생각으로 살고 있다"면서 "근본적인 해결책은 없다. 면역력이 떨어지면 감기가 오고, 당뇨나 고혈압도 관리를 잘하면 괜찮은 것처럼 건강하게 사는 방법밖에 없다"고 했다.
큰 질병을 겪으면서 주변도 돌아보게 됐다. 그는 이번 대회 우승 상금인 2억 1600만원을 전액 기부하기로 했다.
박민지는 "아파보니까 아픈 데도 돈이 없어서 치료받지 못하는 분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그래서 병원을 비롯해 어린이, 독거노인과 관련된 곳에 기부하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통산 최다 상금과 역대 최초의 4연패까지. 굵직한 대업을 일군 박민지는 올 시즌 또 하나의 대기록에 도전한다. 바로 통산 20승이다.
이번 우승으로 19승을 기록한 박민지는 구옥희, 신지애가 기록 중인 통산 최다 우승(20승)에 1승 차로 접근했다.
박민지는 올해 안에 반드시 달성하겠다는 각오다. 그는 "퍼트 연습을 많이 하면 이른 시일 내에 가능할 것 같다"면서 "올해 안에 꼭 이루고 싶다"고 했다.
당장 다음 주 열리는 메이저대회 한국여자오픈도 욕심 나는 대회다. 그는 2021년 이 대회에서 우승했고 2022년엔 3위, 지난해에도 공동 4위를 마크했다.
박민지는 "다음 주까지 5주 연속 언덕이 높은 코스인데, 그중에서도 한국여자오픈이 열리는 레인보우 힐스가 정말 어렵다"면서 "그래도 이전 3년 내내 성적이 좋았기에 올해도 기대가 크다. '언덕을 잘 올라보자'는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starburyn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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