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디지털로 재탄생한 선조의 문화유산

2024. 6. 9.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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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ETRI 콘텐츠융합연구실 책임연구원

요즘 어디서나 들리는 '인공지능(AI)' 기술 용어의 빈도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AI 기술이 여러 분야에 곧바로 적용될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실제 AI를 바로 쓰기에는 거쳐야 되는 단계들이 무수히 존재한다. 오랜 기간동안 꾸준하게 관련 데이터를 준비하고 투자해온 병원, 은행, 플랫폼 기업들은 이미 쉽게 적용을 하고 있는 현실이다. 반면 그 외 다른 분야들은 상대적으로 아직 빠른 AI 적용이 어려운 형편이다.

이렇게 AI가 생각처럼 바로 산업 단계에서 활용하기 어려운 이유는 관련 데이터를 가지고 AI를 활용하기엔 여러 단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많은 양의 데이터를 변형하여 학습하고 분석하며 실용성을 검증하는 과정이 요구된다.

현재 우리나라 문화유산의 경우, 유럽 등 선진국과 비교해 AI 적용이 조금 더 느린 상황이다. 때문에 문화유산에 대한 디지털화를 AI 기반으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AI 기반 분석 기술의 개발이 먼저 필요하다. 유럽은 오랜기간 많은 연구비를 들여 AI 기반 분석 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문화유산에 대한 AI, 디지털화가 중요한 이유는 앞으로 아날로그 세상보다는 디지털 세상에서 활동하는 시간이 훨씬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한, 디지털 세상에서도 여러 나라는 자국의 영토를 넓혀가기 위한 일들을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사유로 디지털 세상에서 문화유산에 대한 데이터들을 많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쓰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디지털 영역에서 우리 문화유산의 입지를 넓혀가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

유럽은 이미 30년 전부터 디지털화를 진행해 오고 있으나 아직 완성을 못하고 있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기술이 계속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30년전의 기술을 지금은 쓸 수 없다. 따라서 우리도 문화유산에 대한 디지털화와 기술 개발이 늦은 편은 아니다. 특히 AI 기술의 발달로 인해 오히려 빨리 따라잡을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상황이다.

우리가 문화유산 디지털 표준을 만들고 플랫폼을 개발하여 발전시켜 나가게 된다면, 동남아시아 지역의 유명한 문화유산과 아시아권의 문화유산에 대한 디지털 접근성에 대한 기술 선도적 위치에 오를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런 유산들을 우리가 먼저 디지털화시키고 국제표준으로 견인한다면 유럽이 구축해놓은 '유러피아나'(Europeana)와 비슷한 '아시아나'(Asiana)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라는 의견이다.

현재 디지털 문화유산 플랫폼 개발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국립중앙박물관과 힘께 수행하고 있다. 양 기관은 적극적 협업으로 4년 전부터 문화유산 디지털화를 시작했다. 현재는 '디지털 문화유산 플랫폼 개발'에 대한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디지털 문화유산 플랫폼에 사용한 표준 기술은 문화유산을 관리하는 국가유산청 관련 데이터로 확장되어 활용되고 있다. 국가유산청은 세계 여러나라에 흩어져 있는 우리나라의 문화유산들을 실질적으로 귀속시키는 단계에 들어가기 이전에 디지털로 복원하여 국민들이 접할 수 있도록 '디지털 귀향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ETRI 연구진이 정립한 관련 표준 데이터 기술에 기반해 최근 국가유산청은 미국 클리브랜드 미술관과 문화유산 실감 콘텐츠 공동 전시를 진행하는 등 문화유산 디지털화 관련 성과를 내고 있다. 빠른 속도로 디지털화되고 있는 문화유산 데이터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여러 연구들은 실제 활용 가능한 융합 연구로 계속 진행돼야 한다.

문화유산 디지털 플랫폼 기술개발의 협력 사례는 정부출연 연구원의 목적인 '발전하는 기술들을 사회에 잘 쓸 수 있게 공헌해야 한다'는 데에 집중한 결과이다. 앞으로 기술 개발된 결과물들을 활용할 수 있는 곳과 협력, 확산할 수 있는 시도들이 활성화되어 다른 분야들에도 파급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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