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권한 담은 ‘강원특별법’… 4대 규제 풀고 특화산업 육성 [‘강원특별자치도’ 출범 1년]
도민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지역발전 추진
도지사가 농업진흥지역 풀어 개발 촉진
‘면적 82%’ 산림은 목재·관광산업 활용
환경영향평가 협의권한 가져오며
‘설악산 오색케이블카’도 본격 속도
철원·화천·양구 등 軍 규제로 발전 더뎌
구역해제 힘싣고 농가와 수의계약 지원
춘천·원주·강릉은 미래먹거리 지역 낙점
바이오·반도체·AI 등 연구개발특구
【파이낸셜뉴스 춘천=김기섭 기자】 강원도는 628년 만에 지난해 6월 11일 '강원특별자치도'로 이름을 바꿨다. 강원이 제주에 이어 대한민국 두번째 특별자치도로 출범한 것이다. 하지만 도민들이 강원특별자치도 출범에 따른 변화를 전혀 느낄 수는 없었다. 2022년 강원특별법 국회 제정 당시 특별자치도 설치 외에 별다른 권한과 특례를 담지 못했기 때문이다.
강원특별법은 실질적인 특례를 담은 2차 개정안이 지난해 5월25일 국회를 통과되면서 구체화됐다. 산림과 농림, 환경, 국방 등 4개 분야 특례와 특화산업 육성 및 교육자치 강화 특례가 담긴 강원특별법이 지난해 6월 7일 공포됐고 1년 뒤인 지난 8일 시행에 들어가면서 도민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특별자치도'가 됐다. 중앙정부로부터 일부 '권한'을 이양 받아 비교 우위가 있는 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키워나갈 수 있는 실질적인 지방자치시대가 열린 것이다.
9일 도에 따르면 강원특별자치도의 지방자치시대 핵심은 농림과 산림, 환경, 국방 등 4대 분야 규제 해소와 미래산업 글로벌 특화산업 육성 및 교육자치 강화 관련 특례 적용이다.
그동안 도내 4대 규제 면적은 2만1890.7㎢로 서울시의 36.2배, 경기도의 2.2배에 달했고 이로 인한 자산가치 손실액은 33조2000억원, 생산가치 손실은 29조6000억원에 이르렀지만 이제는 스스로 규제를 혁파하고 가능한 범위 내에서 개발 계획을 세울 수 있게 됐다. 이에 본지는 강원특별법 시행에 맞춰 강원특별자치도 성공 안착의 밑거름이 될 특례의 내용과 적용 분야 등을 심도있게 살펴봤다.
■도지사가 농업진흥지역 직접 해제
농림분야 특례의 핵심은 '농촌활력 촉진지구' 도입을 통한 농업진흥지역 해제다.
그동안 개발에 필요한 1만㎡ 이상 농업진흥지역 해제는 농식품부 장관의 승인이 필요했다. 하지만 이제는 특별법에서 정하고 있는 지정 요건에 부합해 농촌활력 촉진지구로 지정하면 개발에 필요한 농업진흥지역을 총량 4000㏊ 내에서 도지사가 해제할 수 있게 됐다.
농촌활력 촉진지구는 인구 고령화와 인구감소 등으로 농촌 활력이 저하되는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낙후지역 개발, 농촌공간 재생, 교통접근성 개선 등을 통해 농촌 활력을 창출하고 이에 필요한 민간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지정하는 개발지구로 강원특별자치도가 처음 시행하는 제도다. 농촌활력 촉진지구 지정을 통해 도지사 직권으로 농업진흥 지역을 해제하면 절차를 간소화해 개발 기간을 효과적으로 단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과거 농식품부 진흥지역 해제 승인 과정에서 정부의 농지보전 정책상 축소 검토됐던 사업들이 이제는 강원특별자치도가 직접 검토할 수 있게 됐다.
농림분야 특례의 또 다른 핵심은 '농지전용허가 규제 완화'다. 강원특별법 시행으로 태백시와 삼척시, 홍천군, 횡성군, 영월군, 평창군, 정선군, 철원군, 화천군, 양구군, 고성군, 양양군 등 12개 시군에 위치한 농업진흥지역 밖 농지에 대한 도지사의 농지전용 허가 권한이 기존 30만㎡에서 40만㎡까지 확대됐다.
또한 해당 농지내 개별시설 설치에 필요한 농지전용 가능면적 기준이 완화돼 농지 활용이 보다 유연해지고 이를 통해 농지소유자의 재산권 행사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농지전용 가능 면적이 단독주택의 경우 기존 1000㎡에서 1650㎡로, 식품과 잡화, 건축자재 등 일용품을 판매하는 소매점과 주민 체육활동시설은 기존 1000㎡에서 3300㎡로 확대됐다. 작물재배사에 대해서는 면적을 제한하지 않고 설치할 수 있도록 규제가 대폭 완화됐다.
■전국 최초 '산림이용 진흥지구' 도입
산림분야 특례의 핵심은 산림규제 완화지역인 '산림이용 진흥지구'를 도입하는 것으로 전국에서 처음 시행된다. 강원특별자치도는 전체 면적의 82%가 산림이다. 이같은 산림지역은 대부분 백두대간 보호법, 산림보호법, 산지관리법 등 이중 삼중의 규제를 받고 있다. 따라서 산지를 이용하고 개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하지만 이제는 3만㎡ 이상 등 일정 요건을 갖춘 지역을 산림이용 진흥지구로 지정해 규제 완화를 적용할 수 있게 됐고 산림이용 진흥지구 지정은 산림청장 등 관계 행정기관의 장과 협의 후 종합계획심의회를 거쳐 도지사가 하도록 바뀌었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산지 규제를 완화해 목재산업과 관광산업, 치유산업 등 산림을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산업을 추진, 지역 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산지관리법과 민통선산지법에는 산지전용 허가기준의 평균 경사도가 15~25도로 지정돼 있었으나 앞으로 35도 이하로 완화되고 표고 기준도 50% 미만에서 80% 미만으로 완화된다.
또한 국유림 비중이 높은 강원도는 산림 사업 추진에 제약이 많았으나 향후 국유림 활용이 대폭 확대돼 쉼터, 생태교량, 전망시설 등 탐방로와 숲속 야영장, 산림레포츠시설, 궤도시설 설치가 가능해진다. 국유림을 제외한 모든 산림에 대한 산지전용허가와 일시사용허가 권한이 강원특별자치도로 이관, 기존에 추진이 어려웠던 대관령 산악관광, 고성 통일전망대 등의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강원특별자치도는 고성군 통일전망대 인근을 1호 산림이용 진흥지구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며 사업 타당성 검토와 장기 운영 방향을 설정한 후 종합계획심의회 심의를 거쳐 올해 안에 지정할 방침이다.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 활기
환경 분야 특례의 핵심은 환경영향평가 협의 권한을 이양받는 것이다. 그동안 전국적으로 획일화된 환경영향평가 협의 기준을 따르고 있었으나 강원특별법 시행으로 협의 기준을 강원특별자치도 특성에 맞게 바꿀 수 있게 됐고 협의 권한도 강원특별자치도로 넘어오게 됐다.
환경영향평가가 가장 큰 걸림돌로 적용된 사례가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이다.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하는 데만 8년이 걸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강원특별법 시행으로 강원특별자치도가 도내 지자체와 민간 사업자가 시행하는 사업에 대한 환경영향평가와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자연경관영향협의, 기후변화영향평가, 건강영향평가 협의 권한을 이양받게 됐다.
강원특별자치도의 환경영향평가 절차는 도가 환경영향평가를 직접 접수한 뒤 환경영향평가서를 검토하게 된다. 이후 전문기관인 강원연구원에 위임, 환경영향평가를 또다시 검토하고 이후 강원특별자치도가 협의 의견을 통보하게 된다.
결국 강원특별자치도가 자체적으로 환경영향을 평가하고 협의, 지역의 개발 계획을 더욱 신속하고 자율적으로 추진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 셈이다.
환경 특례 시행에 따라 제2의 오색케이블카 사업도 활기를 띠고 있다. 현재 강릉~평창 관광케이블카(평창군), 주문진~소돌 북강릉 케이블카(강릉시), 치악산 케이블카(원주시), 삼척 대이리 케이블카(삼척시), 철원 금학산 케이블카(철원군), 설악산 울산바위 케이블카(고성군) 등 6개의 케이블카 사업이 검토되고 있다.
하지만 환경영향평가 협의 권한은 3년간만 유지된다. 3년 동안 시행한 후 평가를 통해 존속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난개발을 막기 위한 일종의 장치인 셈이다.
■군사보호구역 해제를 군에 직접 건의
그동안 철원과 화천, 양구, 인제, 고성 등 접경지역 주민들은 군사 규제로 재산권 침해를 받으면서 지역발전 낙후 등 피해를 겪어왔다. 이들 5개 군 지역의 총면적 가운데 군사시설 보호구역이 49.95%를 차지할 정도로 규제는 생활 깊숙이 파고 들었다.
하지만 강원특별법이 시행되면서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에 관한 특례가 적용, 규제를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을 전망이다.
우선 도지사가 민간인 통제선 또는 군사보호구역의 지정과 변경, 해제를 직접 관할 부대장에게 건의할 수 있게 됐으며 도지사가 추천한 사람이 국방심의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될 수 있고 국방부장관이 보호구역 등 관리기본계획 수립 시 도지사의 의견을 의무적으로 청취하도록 했다.
이전에는 법령 부재로 인한 군사규제 건의 근거가 부족했고 군부대의 미반영 사유 제시와 답변 회신이 장기간 소요됐으나 이제는 법령에 근거한 규제개선 건의로 군부대에 대한 구속력을 갖추게 됐으며 미반영 사유를 보완한 후 재건의를 할 수 있게 됐다.
이와 함께 미활용 군용지 활용에 관한 특례가 포함되면서 미활용 군용지 현황을 파악하고 활용할 수 있게 됐으며 접경지역 농·축·수산물 우선구매와 수의계약 특례가 시행되면서 접경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축·수산물에 대한 국방부의 우선구매 근거가 마련됐다.
또한 접경지역 군부대 지자체가 '먹거리통합지원센터'를 설치하고 수의계약을 할 수 있도록 별도 명시, 접경지역 농가 소득을 안정시키고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전망된다.
■춘천·원주·강릉 연구개발특구 지정 요청
강원특별법은 강원자치도의 미래 먹거리 산업 발전을 위해 다양한 특례를 포함하고 있다. 연구개발특구 지정 요건 완화, 강원첨단과학기술단지(국가산단) 조성 근거 마련,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지정 요청 가능, 동해항 자유무역지역 지정 요건 완화 등이 주요 내용이다.
특히 연구개발특구는 지금까지 대부분 정부에서 지정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이제는 도지사가 특구를 지정, 요청할 수 있는 권한이 마련됐으며 시행령으로 지정요건도 완화할 수 있게 됐다.
강원특별자치도는 춘천(바이오와 AI, 데이터 중심), 원주(반도체와 모빌리티, 의료기기 중심), 강릉(바이오와 신소재 중심) 등 3개 지구로 구분해 연구개발특구 육성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주민공람 및 공청회 등을 거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연구개발특구 지정을 요청할 계획이다.
교육자치 추진 부문에선 강원형 지역인재 양성을 위해 강원형 자율학교를 운영하고 유아·초·중등학교 운영 특례 등이 시행된다.
김진태 강원특별자치도지사는 "강원특별법의 본격 시행은 강원특별자치도의 미래를 밝히는 중요한 전환점이다"며 "환경, 산림, 국방, 농림 분야의 4대 핵심특례와 특화산업 육성 및 교육자치 강화 관련 특례를 통해 강원특별자치도가 다양한 분야에서 균형 잡힌 발전을 이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강원특별법 시행에 맞춰 이미 도내 케이블카 6개소 추진, 산림이용진흥지구 40개소 지정을 준비하고 있다"며 "최종 수요조사가 나오면 우선 순위를 정해 타당성 조사 등을 거쳐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kees26@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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