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신경통 극복하고 4연패 달성, 왈칵 눈물 쏟아낸 박민지 “아픈데 치료 못하는 분들 위해 상금 기부”
“전반에는 긴장이 많이 됐는데, 호흡을 가다듬고 기본을 생각하자고 한 후반부터는 모든게 잘 됐다. 이건 정말 하늘이 도와주셨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사상 첫 단일 대회 4연패를 달성한 박민지(26)가 우승상금을 쾌척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민지는 9일 강원도 양양 설해원 더 레전드코스(파72)에서 열린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즈(총상금 12억원)에서 3타차 우승을 차지한 뒤 “4연패를 할 줄 정말 몰랐다. 부담감을 안고 나선 한 주였는데, 해냈다니 스스로 대견하다”며 기뻐했다.
이 대회 첫날부터 사흘 연속 선두를 뺏기지 않고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거둔 박민지는 2022년 이후 3년 연속 똑같은 기록을 썼다. 박민지는 이번 대회 우승으로 상금 2억 1600만원과 후원사 특별 포상금 3억원을 받았는데, 포상금을 제외한 우승상금을 기부하기로 했다.
박민지는 “시즌 첫승이 4연패 대기록이 됐지만 사실 기대를 많이 안 했다. 올해 안 나오던 우승이 이 대회에서 나올 리가 없다는 생각을 처음에 많이 했는데, 어떻게든 감을 찾아서 경기 첫 날부터 모든 게 맞아 떨어지기 시작했다”며 “우승하면 상금 전액 기부는 꼭 해보고 싶은 일이었는데 너무 오래 걸린 것 같다. 그래서 더 간절하고 뜻깊은 우승”이라고 밝혔다. 기부금은 “아픈데 치료를 못하는 분들이 있다는 걸 제가 아픈 계기로 알게 됐다”며 “그래서 병원, 어린이, 독거노인과 관련된 곳에 기부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3년 연속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달성한 줄도 몰랐다는 그는 “신경쓰지 않은 기록이다. 알게 된 이상 내년에도 다시 이루고 싶다”고 말했다.
자신이 앓고 있는 3차 신경통에 대해 “신경통을 인터넷에 검색하면 ‘죽을 만큼 아픈 고통’이라는 설명이 나온다. 신경통이 머리로 왔었는데, 전기가 통하듯이 머리나 이마를 스치기만 해도 아팠다”며 “바람이 많이 부는 겨울에 밖에 나갔었는데 바람을 맞는데 미친 듯이 통증이 왔다. 샤워도 잘 못했다. 그 정도로 겨울에 힘들었기 때문에 ‘골프는 둘째 치고, 살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은 무통기라고 생각하고 최대한 규칙적으로 생활하며 긍정적으로 살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주 한국여자오픈에서 3년 만의 타이틀 탈환을 노리는 그는 “5주 연속 언덕이 높은 코스에서 치게 되는데 음성 레인보우 힐스에서 3년 연속 성적이 좋아서 올해도 기대가 크고 ‘언덕을 잘 올라보자’는 생각”이라며 2주 연속 우승을 다짐했다.
김경호 선임기자 jero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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