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줄 죄는 기재부, ‘저출생 특단 대책’ 예산도 칼질하나

최하얀 기자 2024. 6. 9.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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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내년도 예산안 편성 절차에 착수한 가운데, 저출생 대응 예산이 어떻게 편성될지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예산 칼자루를 쥔 기획재정부와 저출생 대응의 컨트롤타워로 격상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사이의 힘겨루기에도 관심이 쏠린다.

저고위는 순수 저출생 예산 규모가 적다는 점을 들어 대규모 예산 증액을 요구하고 있지만, 기재부는 지출 구조조정을 통한 사업 재편성에 방점을 찍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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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특단 대책’ 예고에 예산 편성 주목
저고위, 순수 저출생 예산 대규모 증액 요구
기재부 “성과 낮은 사업 구조조정 불가피”
서울 시내 한 산후조리원 신생아실에서 간호사 등 관계자들이 신생아들을 돌보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 편성 절차에 착수한 가운데, 저출생 대응 예산이 어떻게 편성될지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특단의 대책’을 예고해 대규모 예산 증액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졌지만, 건전재정 기조에 불투명한 세입 여건까지 겹쳐 마른 수건 쥐어짜기가 불가피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예산 칼자루를 쥔 기획재정부와 저출생 대응의 컨트롤타워로 격상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사이의 힘겨루기에도 관심이 쏠린다.

9일 기재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기재부는 지난달 31일까지 각 부처로부터 제출된 예산 요구안을 바탕으로 이달 초부터 예산안 편성 작업에 본격 돌입했다. 특히 관심을 모으는 것은 윤석열 대통령이 ‘특단의 대책’을 공언한 저출생 대책 관련 예산 향방이다. 앞서 윤 대통령은 부총리 산하 저출생대응기획부 및 대통령실 저출생수석실 신설을 지시하는 등 저출산 고령화 문제에 국가의 존립을 걸고 대응하라고 강조한 바 있다.

그동안 저출생 예산은 ‘과대포장’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정부는 해마다 저출산·고령화 대응을 강조하며 관련 예산을 증액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2021년 발표된 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에 담긴 중앙정부 저출생 사업 예산은 46조7천억원으로, 같은 해 국내총생산(GDP)의 2.10% 규모였다. 1차 기본계획이 발표된 2006년 저출생 예산(2조1천억원)이 지디피의 0.21%였던 것에 견줘 10배가량 증가한 수치다.

그러나 국회 예산정책처가 펴낸 보고서를 보면, 2021년 저출생 예산 가운데 ‘출산·양육 지원 사업’ 예산은 41%에 불과한 것으로 분석됐다. 나머지 59%는 청년 일자리나 주택 구입 및 전세 융자, 그린스마트스쿨, 군인 인건비, 국가 예방접종 실시 등 직접 관련성이 떨어지는 사업들이었다. 교육·보건·국방에 해당하는 사업 예산이 더해지면서 전체 저출생 예산의 규모가 2배 이상 부풀려지는 착시 효과가 생겨났다는 얘기다.

이에 저고위와 기재부는 모두 ‘저출생 예산 원점 재검토’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예산 편성을 둘러싼 시각차가 커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저고위는 순수 저출생 예산 규모가 적다는 점을 들어 대규모 예산 증액을 요구하고 있지만, 기재부는 지출 구조조정을 통한 사업 재편성에 방점을 찍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최근 부처별 예산 요구안을 놓고 진행된 예산 협의에서, 두 기관은 상당한 시각차만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재부 관계자는 “당초 두 기관의 시각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원점 재검토’의 의미가 다를 수밖에 없다. 저고위는 순수 저출생 예산이 적다는 점을 강조하는 반면, 기재부는 성과가 낮은 사업을 퇴출하는 구조조정에 주력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저출생 예산에 대한 두 기관의 ‘동상이몽’이 해소되지 않는 가운데, 저출생·고령화 대비에 필수적인 중장기 세입 기반 강화 논의는 사라진 지 오래다. 오종현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조세정책연구실장은 “고령화가 전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진행 중이란 것은, 그만큼 정부 지출도 빠르게 증가한다는 것”이라며 “피할 수 없는 증세 논의를 조금이라도 빨리해야 속도를 조절하며 부작용을 완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하얀 박수지 안태호 기자 c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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