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은 왜 피벗에 동참 못하나…통화정책 흔드는 5가지 문제점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금리인하 대열에 못껴
'물가 안정' 지나친 집착
Fed처럼 고용 고려해야
달러대비 원화 위상 감안
美보다 통화회의 늘리고
시기 늦춰 탄력 대응 필요
미국 중앙은행(Fed), 유럽중앙은행(ECB)보다 앞서 금리를 올렸던 한국은행이 아직도 금리 인하 행렬에 동참하지 못하고 있다. 한은의 1선 목표인 물가가 여전히 불안해서일까. 아니면 다른 곳에 문제가 있어서인가. 이미 선진 7개국(G7) 중 4개국이 금리를 내리는 전환기를 맞아 한은의 몇 가지 과제를 점검해 본다.
첫째, 한은의 설립 목표 변경 여부다. 중앙은행의 1선 목표는 ‘물가 안정’이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저물가 시대가 지속되는 과정에서 과연 이 목표를 계속 가져갈 필요가 있는가에 대한 논쟁이 지속돼 왔다. 먼저 칼을 빼든 곳은 금융위기가 물가 안정 목표를 고집한 것이 원인이라는 반성을 토대로 2012년부터 고용 창출 목표를 추가한 Fed다.
중앙은행 설립 목표와 관련해서는 Fed처럼 물가 안정, 고용 창출을 양대 책무로 하는 국가와 인플레이션 악몽을 가진 ECB처럼 물가 안정만을 고수하는 국가로 양분화돼 있다. 우리는 저출산 고령화, 강한 노조, 반이민 정서 등을 고려하면 Fed처럼 고용 창출 목표를 추가하는 방안은 충분히 검토해볼 만하다.
둘째, 통화정책 추진 방식을 점검해 봐야 한다. 통화정책의 양대 축은 기준금리 변경 방식과 유동성 조절 방식이다. 적용 범위에 따라 일반적·보편적 수단과 질적·선별적 수단으로 나뉜다. 1990년대 이후 정보기술(IT), 디지털, 인공지능(AI)으로 진전되는 과정에서 각종 불균형이 심화하면서 두 수단 간의 조합은 중요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1980년대 초 스태그플레이션이 닥친 이후 기준금리 변경 방식은 한계를 맞고 있다. 통화정책 전달 경로상 금리와 총수요 간 민감도가 떨어지는 것이 주요인이다. 경기 순환 주기가 짧아지는 과정에서 기준금리 변경 시차가 너무 긴 것도 원인이다. 한은이 기준금리 변경 방식에 너무 집착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셋째, 금융통화위원회(MPB) 회의 시기를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 Fed는 매년 8회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개최해 기준금리를 정한다. ECB를 비롯한 대부분 중앙은행은 매월 1회 통화정책 정례회의를 연다. 한은은 매월 1회 기준금리 결정 금통위 회의를 개최해 오다가 2017년부터 Fed의 방식대로 여덟 차례로 축소했다.
Fed와 한은, 달러화와 원화는 그 위상이 크게 다르다. 우리처럼 위상이 떨어지는 국가는 FOMC 회의보다 늦게 기준금리 결정 회의를 하는 것이 무난하지만 매년 첫 회의가 먼저 열리고 마지막 회의도 먼저 끝나 혼선을 초래할 때가 많다. 종전의 방식대로 되돌아가던가, 지금의 방식을 고집한다면 그 시기를 FOMC 회의보다 늦출 필요가 있다.
넷째, 예측 모델의 노후성이다. 코로나 사태 이후 Fed가 양대 책무 지표를 예측하는 데 실패하고 통화정책의 생명인 ‘선제성(preemptive)’을 지키지 못함에 따라 예측 모델의 한계를 지적하는 시각이 많아졌다. 예측 모델을 가장 중시하는 벤 버냉키 전 의장조차도 Fed가 지금 사용하는 ‘퍼버스(Ferbus=FRB+US)’ 모델이 너무 낡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은의 예측 모델 한계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절대 오차율로 평가해 보면 한은의 예측력은 다른 기관보다 뛰어나지 못하다. 1990년대까지 한은의 전망치는 ±0.5%포인트 범위에서 수렴할 정도로 정확했다. 지금은 예측 시기도 늦는 데다 다른 기관의 예측 평균치에 한은이 뒤따라가는 느낌마저 들 정도다.
다섯째, 경제전망을 발표할 때마다 통화정책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점도표(dot plot)를 넣을 것인가 문제다. 점도표는 버냉키 전 의장이 시장과의 소통을 목적으로 2012년 도입했다. 그 후 점도표는 FOMC 회의 발표문과 의사록, Fed 의장의 기자회견, 경제전망 요약(SEP)과 함께 반드시 챙겨봐야 할 5대 Fed 요소로 정착됐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 이후 점도표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다. 시장과 경제주체에 대한 안내판 역할이 되기보다는 오히려 혼선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금통위원이 한은 총재를 포함해 7인에 불과해 물리적으로 점도표 운용이 불가능하다. 예비 금통위(SMPB)를 운용한다면 대안이 될 수 있다.
우리가 ECB보다 피벗이 늦어지는 것도 이 5대 과제를 미리 해결하지 못한 영향이 크다. 지금이라도 서둘러야 한다. 우리 경제는 미국 경제보다 좋지 못하다. 5대 과제 개정 지연에 따른 일부 부작용을 감수하더라도 Fed보다 앞당겨 금리를 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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