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 민심 달래자" 포퓰리즘 꺼내는 모디

취임식서 국정변화 예고
'10년 독재' 사실상 막내려
모디 정적이 이끄는 야당 공세
안정적 연정으로 막아내야
힌두민족주의 강행도 어려워
주변 이슬람국 관계개선 시급
빈부격차 해소 등 분배 나설듯

3연임에 성공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7일(현지시간) 대통령 관저에서 차기 중앙정부 구성을 요청하는 서한을 받은 뒤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세 번째 취임식이 9일(현지시간) 열리면서 모디 총리는 인도 독립 영웅이자 초대 총리인 자와할랄 네루에 이어 3연임을 한 두 번째 인물로 정식 등극했다. 하지만 '신이 보낸 사자'를 논했던 모디 총리의 절대 권력 이미지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총선 결과에 따라 약화할 수밖에 없어, 기존 힌두 민족주의 기반의 강경 노선에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무려 6주간 치러진 이번 총선에서 모디 총리가 이끄는 인도국민당(BJP)은 총 543석 중 240석을 얻는 데 그치면서 하원 단독 과반에 실패했다. 2019년 선거 때보다 의석수는 63석 감소했다. 2014년 집권 이후 10년 만에 BJP가 단독 과반을 하지 못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BJP가 주축인 국민민주연합(NDA) 소속 텔루구데삼당(TDP)과 자나타달당(JDU)의 모디 총리에 대한 지지 선언을 통해 연정을 꾸릴 수 있게 됐다. NDA가 달성한 총 의석수는 총 293석이다.

인도국민회의(INC)가 주도하는 야권 정치 연합인 인도국민발전통합연합(INDIA)은 선전을 펼쳐 232석을 확보하고 INC 단독으로는 99석을 얻었다. 이러한 선전에 힘입어 모디 총리의 최대 정적인 라훌 간디 전 INC 총재가 10년 만에 인도 의회에서 야당 대표에 오르게 됐다. 말리카르준 카르게 INC 총재는 "국민은 (총선을 통해) 혐오와 부패, 박탈의 BJP 정치에 맞서라는 명령을 (야권에) 내렸다"며 "그 명령은 헌법을 수호하고 물가 상승, 실업, 정실 자본주의 문제를 해결하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욱 강력해진 야권 공세를 견뎌야 하는 모디 총리는 연정 파트너들 설득에 나서야 하는 처지가 됐다. AP통신은 "모디 총리가 이제 권력을 유지하려면 안정적 연정 유지를 위해 어떤 일이든 해야 할 것"이라면서 "이는 그가 연정 파트너인 군소 지역 정당들에 더 협조적인 방식으로 국정을 운영해야 함을 의미한다"고 해석했다.

예상과 달리 모디 총리가 선거 압승에 실패한 원인으로 빈부 격차 심화와 힌두 민족주의로 인한 민주주의 훼손이 꼽히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늘어난 야권 인사들에 대한 사법 처리는 유권자에게 정치적 탄압으로 비쳤다. 또 소수 무슬림을 소외시키는 모디 총리의 힌두 민족주의는 힌두교 유권자들을 결집시키는 데 도움이 됐지만, 중도적 입장의 힌두교도들에게는 역효과를 냈다는 분석이 나왔다.

모디 총리는 재임 기간에 인도를 세계 5위 경제 대국 반열에 올렸다. 그는 이번 총선에서도 독립 100주년인 2047년까지 인도를 선진국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상당수 국민은 경제 성과를 체감하지 못했다. 지난해 말 기준 20~24세 실업률은 44.9%다. 인도 인구의 약 40%가 25세 미만이다. 세계불평등연구소(WIL) 보고서에 따르면 1922~2023년 한 세기 동안 인도의 불평등을 추적한 결과, 2022~2023년 상위 1%의 소득 점유율이 22.6%로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이다. 모디 총리는 총선에서 확인한 유권자들 여론을 반영해 친기업 일변도 성장 정책보다는 빈부 격차 해소를 위한 복지 등 민생 안정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일 총선 개표가 시작되면서 출구조사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자, 투자자들이 하루 만에 3860억달러 규모의 손실을 보았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투자 펀드 가우스 자프트라의 설립자인 마우리시오 호세 모우라는 블룸버그에 "여론조사는 예측이 아니라 스냅샷"이라며 "이를 예측으로 취급하면 잘못된 결과를 얻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영유권 문제와 친중 행보로 인도와 껄끄러운 관계인 파키스탄과 몰디브가 모디 총리의 3연임 취임식을 계기로 관계 개선에 나설지 주목된다.

뭄타즈 자라 발로치 파키스탄 외교부 대변인은 언론 브리핑에서 "파키스탄은 인도를 비롯한 모든 인접 국가와 협조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카슈미르 등 핵심적인 분쟁이 대화를 통해 해결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친중 행보를 보이는 모하메드 무이주 몰디브 대통령은 모디 총리 취임식에 참석했다.

[김덕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