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불가능토큰은 신기루였나 [헬로, 블록체인]
김기만 | 전 코인데스크코리아 부편집장
최근 방영된 국내 드라마에서 대체불가능토큰(NFT)을 이용한 사기 사건이 소재로 등장했다. 전문가로 포장한 사기꾼이 대체불가능토큰 투자를 미끼로 많은 사람에게 금전적 피해를 준다는 내용이다. 그는 남들보다 한발 빠르게 투자해야 큰돈을 벌 수 있다는 감언이설로 많은 사람을 현혹한다. 이는 2021년을 전후로 크게 부풀려졌던 대체불가능토큰 시장을 연상케 한다.
드라마는 대체불가능토큰 시장이 처한 암울한 현실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때 블록체인 업계를 뜨겁게 달궜던 대체불가능토큰 열풍은 현재는 차갑게 식어버린 상황이다. 한때 수십억원을 호가하던 유명 대체불가능토큰의 가치가 90% 이상 폭락하면서, 많은 사람이 대체불가능토큰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 많은 투자자가 이탈하면서 가격은 급락했다. 오픈씨와 같은 업계의 대형 업체들은 직원 해고와 같은 비상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투자 실패는 개인들에게 국한되지 않는다. 굴지의 국내 대기업들이 신사업 차원에서 투자했던 대체불가능토큰 기업은 최근 관련 사업을 정리하는 수순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자회사인 이 회사는 2022년 설립 이후 줄곧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이렇다 할 서비스도 출시하지 못한 채 불황의 직격탄을 맞았다.
대체불가능토큰 시장이 침체에 빠진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실용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대체불가능토큰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디지털 자산에 희소성과 소유권을 부여하는 기술이다. 애초 예술품, 음원, 게임 아이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실제로 글로벌 기업들과 국내 대기업들도 관련 시장에 뛰어들며 신사업을 검토했다. 하지만 현재는 대부분의 프로젝트가 흐지부지되는 상황이다. 디지털 자산에 소유권을 부여한다는 개념만으로는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투기 과열로 인한 시장 붕괴도 한 원인으로 꼽힌다. 대체불가능토큰의 가치 평가 방법은 다양하지만, 실제로 희소성이나 인기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2021년 대체불가능 시장은 과도한 투기로 인해 거품이 생겼고, 결국 붕괴하고 말았다. 실제 가치보다 과대평가된 대체불가능토큰이 속출했고, 이는 건전한 시장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었다.
대체불가능토큰 열풍은 신기루처럼 사라진 것일까. 블록체인 기술의 잠재력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그것이 현실에서 제대로 구현되기 위해서는 냉철한 평가와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단순히 개념적인 차원을 넘어 실제로 산업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기술을 활용해야 할 필요가 있다.
스타벅스는 대체불가능토큰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사례로 꼽힌다. 스타벅스 오디세이라는 멤버십 서비스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고 소비자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행동을 유도하는 데 활용한 바 있다. 미국 지역에서 스타벅스 회원이 설문, 퀴즈 등에 참여하면 스탬프를 제공하고 이를 기반으로 이벤트 참여 등의 기회를 부여했다. 정식 서비스가 아닌 베타서비스였지만 많은 이들의 이목을 끌었다.
스타벅스 코리아는 지난 1월 개인 컵으로 주문한 소비자에게 스탬프를 적립하는 서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일정한 양의 스탬프를 모으면 유명 작가의 대체불가능토큰 작품을 발급해 줬다. 최근에는 스타벅스 대체불가능토큰을 보유한 이들에게 친환경 제품을 선물한다고 발표했다.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친환경 소비를 장려하는 데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블록체인 업계가 성숙하고 지속 가능한 산업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이처럼 현실에 존재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술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대체불가능토큰이 단순히 투자 대상으로만 머물러서는 지속가능성이 없다. 대체불가능토큰의 교훈을 바탕으로 블록체인 업계가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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