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최저 年1%대 '특례대출' 업고 … 30대 영끌족의 귀환

이선희 기자(story567@mk.co.kr), 한창호 기자(han.changho@mk.co.kr) 2024. 6. 9. 18: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주택매수 절반이 '생애 최초'
신생아대출 소득기준 파격혜택
3개월간 신청액수 4조 달해
생애 첫집도 LTV 제한 풀어
강남 고가아파트 매수 사례도
"부동산 진입할 인구 줄어들어
집값 받쳐주기 힘들수도"

"요즘 실거주든 투자든 집 보러 오는 사람은 30대가 대부분이에요. 요즘처럼 젊은 사람들이 집 사러 오는 풍경은 오랜만이네요."

최근 만난 서울 성북구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아이 있는 젊은 부부들이 대출을 안고 많이 매수하고 있다"면서 "30대 손님의 취향에 맞는 아파트가 잘 팔린다"고 했다.

30대를 주축으로 한 생애최초 매수자 비중이 커지고 있다. 결혼이나 출산을 앞둔 신혼부부나 자녀를 키우는 젊은 세대가 신생아 특례대출과 생애최초 대출 등 정부 정책을 적극 활용해 내 집 마련에 나서면서다.

생애최초 매수자는 평생 한 번도 집을 산 적 없는 무주택자여서 젊은 층이 주축이다. 4월 수도권 소유권이전등기 신청을 한 생애최초 매수인의 연령별 비중은 30대가 43%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으며, 40대는 26%, 50대 13%, 19~29세가 8% 순이었다. 생애최초 매수자 중 절반(51%)은 2030이며, 40대까지 포함하면 전체의 77%에 달한다.

올해 초 자녀를 출산한 직장인 박 모씨는 "문재인 정부 당시 집값이 폭등하는 걸 경험했기에 이번엔 다시 박탈감을 느끼고 싶지 않아 정부가 집 사라고 도와줄 때 움직여야 한다 싶어서 내 집을 마련했다"고 했다.

경매법원에서도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가 눈에 띄게 많아졌다. 서울에서 강제경매로 인한 소유권이전등기 신청 매수인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6월 30대 비중은 불과 21%였으나 올해 5월엔 33%에 달했다. 지난달에만 281건 중 93건을 30대가 신청했다. 작년 20%대였던 30대 비중이 올해 30%대로 뛰었다. 10년 차 경매 강사 A씨는 "오피스텔 같은 작은 물건부터 조금씩 키워나가겠다는 청년, 자기 집을 조금이라도 싸게 마련하겠다는 신혼부부 등 수강생들 동기는 다양하다"며 "실수요와 투자,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생각이 공통된다"고 했다.

신생아 특례대출과 생애최초 대출 등 정부 정책도 젊은 층 매수 수요를 자극했다. 지난 1월 신생아 특례대출 개시 후 서울 및 수도권에 젊은 층 매수가 늘었다는 게 부동산업계 평가다. 경기도 수원의 한 공인중개사는 "아이 있는 집은 웬만하면 신생아 대출을 받으려고 한다. 작년에 특례보금자리론으로 매수가 붙었다면, 올해는 신생아 대출로 집 사는 젊은이들이 늘었다"고 전했다. 신생아 특례대출은 2년 이내 출산·입양한 가구에 최저 1%대 금리로 최대 5억원까지 대출해주는 제도다. 보금자리론 등 기존 정부 정책대출과 다르게 연소득 최대 1억3000만원 가구까지 적용돼 정부의 정책금융을 이용하지 못하던 가구도 이용할 수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신생아 특례대출을 시작한 지난 1월 29일부터 3개월간 주택구입대출 3조9887억원이 신청됐다. 3분기부터는 1억3000만원인 신생아 특례대출의 부부 합산 소득 기준이 2억원으로 상향될 예정이어서 30대 매수세는 더욱 강해질 전망이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 주택 매수 심리가 커지는데 이번에 정부가 청년들에게 내 집 마련 기회를 주면서 젊은 층이 적극 활용하고 있다"며 "대출 범위가 확대됨에 따라 더 많은 수요층이 효과를 볼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주택담보대출 이자를 소득에서 공제해주는 제도도 '가성비'를 중시하는 MZ세대가 놓치지 않고 활용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장기주택저당차입금 이자상환액 소득공제를 1800만원에서 최대 2000만원으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이를 활용하면 주택담보대출에 들어가는 금융비용이 대폭 줄어든다. 올해 초 경기 평택에 전용 84㎡를 마련한 박 모씨는 "정책대출에 이자 소득공제까지 받으면 실제 1%대에 빌린 효과"라며 "직장 동료들도 대출 안 받는 게 손해라면서 집을 사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주택 가격의 최대 80%(주택담보대출비율·LTV)까지 빌려주는 생애최초 대출을 활용해 '영끌'에 나서는 30대도 많다. 생애최초 대출은 말 그대로 처음 집을 구입하는 사람에게만 LTV 상한을 80% 적용해주는 정책이다. 정부가 2022년 8월부터 시행했다. 기존에는 LTV 상한이 60~70%였는데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을 돕기 위해 정부가 80%까지 올려줘 빗장을 풀어줬다.

MZ세대는 이 점을 적극 활용해 강남 등 초고가 아파트도 '영끌' 매수한다. 신생아 특례대출은 9억원 이하, 전용 85㎡ 이하 주택이 대상이다. 그러나 생애최초 대출을 활용하면 9억원 초과 아파트도 매수할 수 있다. 2022년 12월 정부가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대출 제한을 풀어, 생애최초 대출자는 15억원 넘는 강남 아파트도 LTV 80%로 매수할 길이 열렸다.

투기과열지구인 서울 강남·서초·송파도 생애최초 매수자 중 최다는 30대였다. 집값의 최대 80%까지 대출이 가능하니 전세를 안고 후순위로 대출받아 매수하는 식이다. 예를 들어 주택 가격이 20억원인 아파트면 최대 16억원까지 LTV 한도가 나온다. 전세 10억원에 후순위 대출 6억원을 받아 자기자본 4억원으로 매수하는 구조다. 대출업계 관계자는 "전세를 끼고 사니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한도 내에서 대출이 가능하다"며 "신생아 특례대출보다 시중은행 생애최초 대출은 대출 금리가 높다. 집값이 오를 것 같으면 30대들은 금리가 높더라도 과감하게 투자한다"고 귀띔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과도한 '영끌'은 집값 하락기에 큰 위험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30대로 진입하는 인구가 2002년생부터는 40만명대로 급감하는 등 인구 구조 변화로 인한 부동산 충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내 집 마련에 신중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이선희 기자 / 한창호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