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진세 구조가 기업부담·세수쇼크 키워···세율 단일화해야"
美·獨 등 OECD 24개국 단일세율
과표 4단계 이상 韓·코스타리카뿐
상위 0.01% 기업이 세수 42% 차지
소득재분배 수단 활용 바람직안해
대만 세율 20%···韓도 대폭인하 필요
올 들어 4월까지 법인세 세수는 전년 대비 무려 12조 8000억 원이나 급감했다. 지난해 반도체 경기가 좋지 않았던 이유가 크지만 전문가 사이에서는 한국의 법인세 누진세 구조가 특정 대기업에 대한 의존도를 과도하게 높여 세수 쇼크를 더 키우는 측면도 존재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돈을 잘 버는 기업이 더 많은 세금을 내는 까닭(누진세)에, 해당 업체의 실적이 나빠지면 거꾸로 더 많은 세금이 빠진다는 얘기다. 한국의 법인세는 소득 상위 0.01%의 100개 회사가 법인세 총 부담세액의 42.1%를 차지하는 구조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다단계 법인세율 체계에서는 높은 세율을 적용받던 기업이 장사가 확 안 될 경우 적용 세율이 급격히 떨어지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다단계 세율 구조에서 세수 변동성이 커질 수도 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정부 안팎에서는 종합부동산세와 상속세, 금융투자소득세에 대한 개편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는 만큼 이번 기회에 법인세도 누진세 구조를 없애고 단일 세율 체제로 가야 한다는 얘기들이 쏟아지고 있다. 세수 쇼크의 진폭을 줄이고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 분야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줘야 한다는 뜻이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법인세 과세표준 구간이 4단계 이상인 곳은 한국과 코스타리카(5단계)뿐이다. OECD 국가 가운데 미국·독일 등 24개국(63%)이 1단계 단일 세율을 유지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과표구간이 상당히 많은 편이다.
한국은 현재 △2억 원 이하 9% △2억~200억 원 19% △200억~3000억 원 21% △3000억 원 초과 24%의 4단계 세율 구조를 갖추고 있다. 이처럼 과표구간이 늘어난 것은 정치권에서 대기업 증세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됐던 것과 관련이 깊다.
한국은 2011년까지 법인세 과표를 2단계로 유지해왔다. 2011년 기준 2억 원이 넘으면 22%의 최고세율을 적용하는 방식이었다. 2012년부터 법인세 과표는 3단계로 확대됐지만 이때는 중소기업 감세 성격이 강했다. ‘2억 원 초과 200억 원 이하’ 구간을 신설하면서 기존보다 2%포인트 낮은 20%의 세율을 받도록 하는 한편 200억 원 초과분에 대해서는 최고세율을 그대로 22%로 유지했기 때문이다.
법인세 누진성이 강해진 것은 문재인 정부 때다. 과표 3000억 원 초과분에 대해 25%의 최고세율을 매기는 안이 2018년부터 시행됐다. 경제민주화 측면에서 대기업의 세금 부담을 늘려야 한다는 취지였다. 이후 윤석열 정부는 2022년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낮추는 세제개편안을 내놓았지만 더불어민주당의 반대로 과표구간별 세율을 1%포인트씩 낮추는 데 만족해야 했다.
전문가들은 애초에 법인세를 소득재분배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법인세는 기본적으로 기업 활동과 관련된 세목이기 때문에 각 개인의 소득 불평등과는 별개라는 의미다. 세제실장과 관세청장을 지낸 윤영선 법무법인 광장 고문은 “법인세는 소득재분배보다는 경제 효율성 측면의 세목이라 단일 세율로 운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정치인들이 자꾸 법인세를 소득세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런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누진적 법인세 구조로 한국의 세 부담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예정처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법인세 비중은 5.4%로 OECD 회원국 평균(3.8%)은 물론이고 주요 7개국(G7)의 평균(3.1%)보다도 높다. 한국의 법인세 명목 최고세율은 지난해 기준 26.4%(지방세 포함)로 OECD 회원국의 평균치(23.7%)보다 높다. 정지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법인세가 지나치게 높으면 기업 경영자는 물건 값을 올리거나 다른 나라로 생산기지를 옮기는 대안을 택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스탠더드 측면에서 세율도 계속 낮춰가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회계학과 교수는 “대만 등 경쟁국의 법인세율이 20%인데 한국은 이보다 더 낮은 수준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세종=심우일 기자 vita@sedaily.com세종=조윤진 기자 jo@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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