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낮없이 개성까지 방송 송출···北 '조준사격' 등 추가도발 가능성

이태규 기자 2024. 6. 9.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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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북 확성기 6년만에 재개
대통령실 "평화는 힘으로 쟁취"
韓 발전상 알리고 北 체제 비판
김정은 정권에 상당한 부담될듯
與 "北행위 치졸하고 저급" 비난
野 "대북전단 제지가 우선" 강조
[서울경제]

정부가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한 것은 북한의 오물 풍선이라는 저급한 도발을 더는 좌시할 수 없다는 강력한 의지를 확인하려는 전략이다. 실제 북한의 오물 풍선 살포 사실이 공개된 것은 8일 밤 11시쯤인데 불과 13시간 만에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대북 확성기 재개를 발표하고 방송을 강행했다. 일각에서는 대북 확성기를 북한 정권이 극도로 꺼려하는 만큼 우선 확성기만 설치하고 방송 재개 카드는 남겨둘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지만 정부는 단숨에 확성기 설치와 재개를 발표하고 9일 곧장 방송을 시작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평화는 돈으로 구걸하는 게 아니라 힘으로 쟁취하는 게 인류 역사의 반복되는 교훈”이라고 강조했다.

탈북민 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이 6일 대북 전단 살포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왼쪽 사진). 북한이 살포해 9일 한강 잠실대교 인근에서 발견된 오물 풍선(가운데 사진). 전방 부대에서 군인들이 대북 기동형 확성기 장비를 최종 점검하고 있다(오른쪽 사진). 연합뉴스 사진 제공=합참

정부가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한 것은 2018년 4월 남북 판문점 선언 이후 6년 2개월 만이다. 우리 군은 9·19 군사합의 전면 효력 정지가 결정됨에 따라 최근 확성기 이동 및 설치, 운용 절차 숙달 등 ‘자유의 메아리 훈련’을 전방에서 실시했다. 이 훈련 역시 2018년 이후 처음이다.

대북 확성기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개성까지 들릴 정도로 파괴력이 크다. 고정식 확성기는 출력을 최대로 높이면 야간에 약 24㎞, 주간에는 10여 ㎞ 떨어진 곳에서도 들을 수 있다. 차량에 탑재된 이동식 확성기는 고정식보다 10㎞ 이상 더 먼 거리까지 음향을 보낸다.

특히 북한군의 토대를 흔들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군사분계선에 배치된 군인이 탈북을 하면 안 돼 북한은 상대적으로 집안 배경이 좋은 사람을 최전방에 보낸다”며 “MZ세대의 북한군이 대북 확성기에 계속 노출될 경우 북한 정권 입장에서는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확성기를 통해 남한의 발전상, 북한의 실상, 남북 동질성 회복, 북한 체제 비판 등의 내용과 일기예보 및 최신 가요 등의 콘텐츠가 방송된다.

대북 확성기 방송이 재개하자 북한은 9일 밤 9시40분 4차 대남 오물풍선 살포에 나섰다. 이는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에 대한 반발과 함께 서풍 계열 바람이 부는 상황에서 3차 오물풍선 분양 때 330여개를 살포했지만 남측 지역에는 80여개 가량만 떨어져 효과가 높지 않아 재차 오물풍선 살포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오물풍선 도발 지속과 정부의 대북 확성기 재개가 맞부딪치면서 군사적 긴장감은 고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2015년과 같이 북한이 확성기에 조준사격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에 2015년 8월 정부는 대북 확성기 방송을 11년 만에 재개했고 북한은 경기 연천군 28사단 최전방에 배치된 확성기를 조준해 고사총 1발과 직사화기 3발을 발사했다.

우리 군도 이에 대응사격을 했고 북한은 준전시 상태를 선포하는 등 군사적 대치가 극에 달한 바 있다. 결국 남북 고위급 회담이 열려 우리가 확성기를 틀지 않은 조건으로 북한은 목함지뢰에 대해 사과했다.

박 교수는 “북한이 긴장을 조성할 생각이 없다면 대남 확성기 방송을 트는 수준의 대응을 할 것”이라며 “반면 2015년과 같은 조준사격이나 군사적 위협을 할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북한에 대화의 문은 열어놓아야 한다”면서도 “북한이 무모한 도발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여야는 상반된 입장을 내놓았다. 국민의힘은 북한의 저급한 심리전과 도발에 절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한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울 수 있다’며 확성기 재개에 반대했다.

김혜란 국민의힘 대변인은 논평에서 오물 풍선에 대해 ‘치졸하고 저급한 행위’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북한이 외부 적대 상황을 부각해 김정은 체제의 결속력을 높이려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군은 치밀한 대비 태세로 우리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여당의 예비 당권 주자인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군의 대응을 비판하며 “오물 풍선이 오기 전에 격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 국방위원 등을 지낸 유 전 의원은 9일 페이스북에 “1·2차 풍선 도발이 오물 풍선이었으니 또 오물이라고 막연히 생각하는 것은 안보 불감증”이라며 “북한이 오물 대신 생화학무기를 풍선에 실어 인구밀집지역에 대량 살상을 자행할지 알 수 없다”고 꼬집었다.

반면 이해식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정부의 확성기 재개는 국지전으로까지 비화할 수 있는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며 “자칫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우는 우를 범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오물 풍선은 대북 전단 살포가 원인”이라며 “정부는 전단 살포가 북한의 도발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표현의 자유를 막을 수 없다’며 방치했다”고 비판했다.

이태규 기자 classic@sedaily.com이현호 기자 hhlee@sedaily.com김병훈 기자 co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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