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한잔만요"… 잔술 합법화 반기는 MZ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국내 대기업에 재직 중인 김 모씨(36)는 지난 4일 회식 자리에서 '잔술'(낱잔으로 파는 술)을 시켰다.
김씨는 "소주 1병에 총 7잔가량이 나오고, 보통 5000원이라고 생각하면 1잔에 1000원은 비싸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소주를 잔으로 시키니 평소보다 훨씬 덜 마시게 되고 회식 자리도 일찍 끝나 모두들 '잔술 문화'에 만족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부어라 마셔라' 안하는 그들
음주 패턴도 '조금씩 자주'로
"술 약하면 눈치안보고 잔술"
직장인 회식문화도 새바람
음주운전 경계심 풀릴 우려
"1~2잔만 마셔도 단속 수치"
국내 대기업에 재직 중인 김 모씨(36)는 지난 4일 회식 자리에서 '잔술'(낱잔으로 파는 술)을 시켰다. 김씨는 이날 총 소주 3잔과 맥주 1병을 마셨다. 식당에서 파는 소주는 한잔에 1000원이다. 김씨는 "소주 1병에 총 7잔가량이 나오고, 보통 5000원이라고 생각하면 1잔에 1000원은 비싸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소주를 잔으로 시키니 평소보다 훨씬 덜 마시게 되고 회식 자리도 일찍 끝나 모두들 '잔술 문화'에 만족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1960~1970년대 성행하던 잔술 문화가 부활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28일 '주류를 술잔 등 빈 용기에 나누어 담아 판매하는 경우'를 주류 판매업 면허 취소의 예외 사유로 명시한 '주류 면허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시행했다. 그동안은 소주나 막걸리 등을 잔에 나눠 담아 팔았다가 적발되면 주류 판매 면허가 취소될 수 있었다.
이에 따라 주류업계에서는 정부의 잔술 판매 허용 방안에 대해 MZ세대의 술 소비량이 높아질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잔술 판매는 '부어라 마셔라' 하지 않는 MZ세대 술 문화에 맞는 법률이기 때문에 MZ세대 사이에 주류를 '적게 자주' 소비하는 문화가 생길 거라는 것이다.
실제로 잔술 판매와 이에 따른 회식 문화 변화에 대한 MZ세대의 만족도가 높다. 30대 직장인 김민주 씨는 "식당에서 잔술 판매가 본격화된 이후, 동료들과 회식을 하더라도 원하는 사람은 한잔씩 술을 마시고 헤어질 수 있어 부담이 없다"며 "주량이 약한 동료들도 잔술을 시킬 수 있어 눈치 보지 않는 회식 문화가 생겼다"며 만족해했다.
이러한 잔술 문화는 국내 술 문화를 한 번에 폭음하지 않는 선진국형 술 문화로 바꿔놓을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저도수·소량을 마시는 MZ세대 '라이트 드링커'를 잡으려는 경쟁이 치열하다. 일례로 청하에 탄산을 담은 롯데칠성음료의 '별빛청하'(7도)는 출시 1년10개월 만인 지난 2월까지 3300만병이 팔려나갔다.
회사원 김보라 씨(36)는 "식당에서 식사를 하다가 술을 딱 한잔만 마시고 싶을 때가 있는데 잔술을 시킬 수 있어 좋다"며 "폭음이나 과음을 하지 않게 되고 적당량만 마실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라고 했다.
잔술 문화는 고물가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서울의 이른바 '강남 3구'에 위치한 술집·식당들 중 소주 1병을 8000~9000원에 파는 곳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잔술 문화는 MZ세대가 다양한 술을 입맛에 맞게 조금씩 즐길 수 있는 방법으로도 떠오르고 있다. 서울 강남구에 거주하는 20대 직장인 김 모씨는 "잔술 문화는 다양한 술을 저렴하게 마실 수 있다는 것이 가장 좋은 점"이라며 "한 병을 모두 시켜야 했을 때는 술값이 부담스러워 동네에서 술자리를 자주 갖지 못했다"고 전했다.
물론 잔술 문화에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일각에선 잔술 문화가 음주운전 가능성을 높일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직장인 A 씨(34)는 "술을 한잔만 했다는 이유로 운전대를 잡는 이들이 많을 것 같아 경찰이 음주운전 단속을 강화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염려했다. 김승환 법률사무소 GB 변호사는 "현행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의 최저 기준은 혈중알코올농도 0.03%로, 사람에 따라 소주 1~2잔을 마셨을 때도 해당할 수 있는 농도"라고 지적했다.
[권선미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아내 사망후 남편도 죽었다, 보험금 2억 누가 탈까”…이래서 보험수익자 지정 미리미리 [어쩌
- “병원 은행 갈 때 깜빡, 이젠 괜찮아”…은행들 앞다퉈 뛰어든 이 사업 - 매일경제
- 수백억 사기친 ‘김미영 팀장’ 이렇게 잡았다…영화같은 국제공조 수사 [Books] - 매일경제
- 풍선전쟁 재점화…南대북전단 살포 이틀뒤 北오물풍선 날렸다 - 매일경제
- “7년만에 방송 보고 연락했지만”…‘트로트 가수’ 현진우, ‘빚투 의혹’ 터져 - 매일경제
- ‘중동 디저트’에 푹 빠진 MZ…유튜브서 난리라는 ‘두바이 초콜릿’ 뭐길래 - 매일경제
- 女에게 차인 男, 술을 진탕 마시더라…당신 말고 초파리의 세계 [Books] - 매일경제
- “종부세 개편하자·상속세 완화하자”…여야, ‘감세’ 빼들었다 - 매일경제
- “그동안 낸 돈이 얼만데”…결혼 안해도 ‘나혼산 축의금’은 받아야” - 매일경제
- ‘스승’ 故유상철 감독 3주기, ‘제자’ 이강인은 잊지 않았다…“존경하는 스승님, 보고 싶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