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반도체 톱20 기업에 한국 '0'
'전력반도체 지식재산 기업'
AI 보편화로 수요 폭증
톱20 중 日기업이 13곳
특허점유율은 中 39.7%
韓, 아모그린텍 등 잠재성 커
인공지능(AI) 반도체에 이어 산업계에 돌풍을 일으킬 '전력반도체' 분야에서 국내 기업들의 지식재산 경쟁력이 크게 뒤처진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전 세계 톱20 기업에 미국·중국·일본 업체들이 주를 이룬 가운데 한국 기업은 한 곳도 없었다.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전력반도체 수요에 맞춰 한국 기업들도 시급히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매일경제신문은 9일 글로벌 특허 분석기업 렉시스넥시스와 공동으로 '전력반도체 분야 지식재산 경쟁력 글로벌 톱20 기업'을 분석해 발표했다. 지식재산 경쟁력은 올해 4월 기준 기업이 출원한 전력반도체 관련 특허를 대상으로 특허자산지수(PAI·Patent Asset Index)를 따져 산출됐다. 전력반도체는 정보나 신호를 처리하고 저장하는 시스템 반도체와 달리 전자기기에 들어오는 전력을 변환·저장·분배·제어하는 장치로 전자제품의 전력 효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 모바일 기기 증가, 전기자동차 보급 확대는 물론 AI를 위한 데이터센터가 늘어나면서 수요가 폭발적으로 급증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야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전 세계 전력반도체 시장은 2022년 239억달러(약 32조원)에서 2030년 370억달러(약 50조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전력반도체 분야 지식경쟁력 글로벌 톱20 기업에는 일본 업체가 13개로 가장 많았다. 미쓰비시전기와 후지전기, 덴소 등이 대표 기업으로 꼽힌다. 미쓰비시전기는 세계 2위 규모 전력반도체 특허를 갖춘 기업으로 지난해 덴소와 함께 미국의 자동차산업 칩 생산용 재료를 공급하는 '코히어런트'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후지전기는 태양광발전 시스템에서 전력 변환을 수행하는 전력조절 시스템(PCS)이나 풍력발전 시스템용 전력변환기와 관련해 특허 기술이 뛰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기업은 3개가 포함됐는데 알파&오메가반도체, 온세미컨덕터 등이다. 미국 기업은 특허의 질적 측면에서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았다. 디르크 캐스퍼리 렉시스넥시스 책임연구원은 "특허의 질로 봤을 때 미국 기업 평균이 가장 높았다"며 "미국 기업인 '울프스피드'는 전 세계 기업 중 가장 뛰어난 특허를 보유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중국 기업은 1개가 톱20에 들었으나 종합적으로 볼 때 매우 거센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2008년만 해도 한국과 비슷한 수준의 지식재산 경쟁력을 갖췄던 중국은 2010년 급성장하기 시작해 2013년 독일을 제쳤고 2022년에는 미국도 앞섰다. 김동현 렉시스넥시스 수석연구원은 "가장 강력한 특허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는 일본은 최근 몇 년간 성장세가 더뎌진 데 반해 중국은 매섭게 추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특허 포트폴리오는 양적 측면에서 일본의 1.5배, 미국의 3배다. 한국보다는 7배나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기업은 20개 기업 명단에 들지 못했다. 캐스퍼리 책임연구원은 "글로벌 톱20 기업 안에 한국이 없다는 것은 혁신에서 뛰어난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전 세계 특허 포트폴리오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율은 해가 갈수록 하락하고 있다. 2010년 7.2%를 점유했던 비율은 2015년 6.9%를 거쳐 2023년 기준 5.7%로 떨어졌다.
다만 성장 잠재력을 지닌 기업들은 존재한다는 분석이다. 전력반도체 분야에서 잠재성을 보이는 국내 기업 20개를 별도로 선별했는데 아모그린텍은 해당 분야 국내 기업 중 가장 높은 특허의 질을 보유한 것으로 조사됐다. 알에프에이치아이씨(RFHIC)와 제이엠제이코리아(JMJ Korea)는 특허의 질적인 면에서 다른 국내 기업 대비 강점이 있었다. 캐스퍼리 수석연구원은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는 높은 잠재성을 지닌 기업"이라고 분석했다.
[고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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