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까지 울리는 '소리대포' 재개 BTS 노래 틀고 삼성 소식 전해
확성기 방송 재개 이유 강조
민주 "초가삼간 태울라" 비판
정부 "긴장고조 책임 북한에"
北, 또 오물 풍선 날려 맞불
정부가 9일 북한의 거듭된 오물 풍선 공세에 대응해 북한 김정은 정권이 가장 민감해하는 카드를 꺼냈다.
남북 간 '풍선 전쟁'이 불붙은 가운데 6년여 만에 가장 강력한 '비물리적 압박 수단'으로 불리는 대북 확성기 방송 스위치를 올린 것이다.
이날 정부가 북측의 비상식적인 풍선 도발과 관련해 강경 대응에 착수하면서 한반도 정세도 상당 기간 긴장 국면을 피하기 힘들게 됐다. 실제로 북한은 군 당국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자 밤늦게 오물 풍선을 또다시 날려 보내며 맞불을 놓았다. 국가안보실은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이후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앞으로 남북 간 긴장 고조의 책임은 전적으로 북한 측에 달려 있을 것임을 분명히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정부는 북한이 대남 오물 풍선 1000여 개를 날려 보낸 직후인 지난 3일 NSC 실무조정회의를 열어 9·19 남북군사합의에 대한 전면 효력 정지를 결정했다. 당시 정부는 '향후 북한의 행동에 따라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할 수도 있다'면서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에 북한이 재차 오물 풍선을 날리자 곧바로 행동에 나선 것이다.
이날 합동참모본부는 "우리 군은 이번 북한의 오물 풍선 살포에 대해 경고한 바와 같이 오늘 오후 확성기 방송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북 확성기 방송 추가 실시 여부는 전적으로 북한의 행동에 달려 있다"며 "오물 풍선 살포 등 비열한 방식의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군은 이번에 6년여 만에 대북 확성기 방송을 실시해 '미리듣기'로 위력시위를 펼친 뒤 공을 북측으로 넘겼다. 이는 '추가 도발 땐 언제든 확성기 스위치를 켤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를 발신하겠다는 의도로도 읽히는 포석이다. 합참은 이날 대북 확성기 방송을 실시한 정확한 시점과 장소, 개수 등에 대해서는 '공개 불가' 기조를 유지했다.
이에 북한은 대남 오물 풍선을 재차 날리며 정부와 군 당국을 자극하고 대응 의지를 시험했다.
합참은 이날 오후 9시 40분쯤 공지를 통해 "북한이 대남 오물 풍선으로 추정되는 물체를 또다시 부양하고 있다"면서 "현재 풍향이 남서풍 및 서풍으로 경기 북부 지역에서 동쪽으로 이동 중 있다"고 밝혔다.
합참은 이번에 '자유의소리' 라디오 방송을 확성기로 재송출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국군심리전단에서 제작·송출하는 대북 방송이다. 앞서 군은 지난주에 이미 '자유의 메아리' 훈련을 하고 대북 확성기 재개를 추진했다.
이날 '자유의소리' 5시 방송에서는 정부의 9·19 군사합의 효력정지 결정 등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이유 등이 강조됐다. 또 삼성전자의 '지능형 손전화기(스마트폰)'가 전 세계 38개국에서 출하량 1위를 차지했다는 소식도 포함됐다. 서울말과 평양말의 차이를 해설하는 코너에서는 가수 '방탄소년단'의 노래가 중간중간 흘러나오기도 했다.
대북 확성기는 지형·기상 여건에 따라 전방 20~30㎞까지 소리를 보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접경지역에서 거주했던 한 탈북민은 "남쪽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을 하면 개성 같은 곳에서는 또렷하게 들린다"면서 "접경지역 학생들이 대북 확성기에서 흘러나오는 영어회화 표현을 흥얼거리고 다니기도 했다"고 전했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일요일인 9일 국방부 본부와 전체 군 장병을 정상 근무시키며 확고한 대비 태세를 당부했다. 국방부는 이와 관련해 "북한의 오물 풍선 살포와 추가 도발에 즉각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국방부와 전군 차원에서 엄정한 대비 태세를 갖추고 작전 기강을 확립하는 게 긴요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신 장관의 유례없는 지시에 대해 '보여주기식 군기 잡기'가 아니냐는 불만도 나왔다.
신 장관은 이날 오후 전군 주요 지휘관 회의를 소집해 대비 태세를 유지하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회의에서 "북한이 직접적인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철저히 대비하라"고 지시했다. 야당은 정부 대응과 관련해 비판을 내놨다.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확성기 설치와 방송 재개를 천명한 정부의 대응이 현명한 것인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자칫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우를 범할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김성훈 기자 / 우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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