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대회 4연패…새 역사 쓴 박민지

조효성 기자(hscho@mk.co.kr) 2024. 6. 9.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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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PGA 셀트리온 마스터즈 … 구옥희·박세리 뛰어넘어
사흘내내 선두 완벽한 우승
희귀한 삼차 신경통 이겨내
"하늘이 도왔다, 상금 기부"
통산 19승, 女 최다승 눈앞
역대 상금 첫 60억원 돌파
박민지가 9일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즈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환하게 웃고 있다. KLPGA

"대회를 앞두고 '4연패 달성' 공약을 얘기 안 했는데, 이제 말하겠다. 내가 건강하게 골프를 할 수 있게 하늘이 도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승 상금 전액을 기부하려고 한다."

박민지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역사상 처음으로 '단일 대회 4연패'에 성공한 뒤 꼭꼭 숨겨놨던 공약을 밝혔다.

우승하지 못했다면 결코 이루지 못했을 약속. 박민지는 자신의 '기부' 약속을 마음에 새기고 사흘 내내 단 한 번도 선두를 놓치지 않는 완벽한 우승을 차지했다.

9일 강원도 양양군 설해원 더레전드코스(파72)에서 열린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즈 최종일 3라운드. 선두로 출발한 박민지의 페이스는 더뎠다. 전반 9개 홀에서 모두 파만 기록하며 무섭게 버디쇼를 펼친 선수들의 추격을 마주해야 했다.

여기에 후반 첫 홀인 10번홀에서는 이날 첫 보기가 나왔다.

박민지는 "앞선 홀에서 너무 지키기만 한다고 생각했는데 10번홀 보기로 '바닥을 쳐야 올라갈 수 있다. 내려갔으니 이제 올라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각성한 박민지는 마지막 18번홀까지 버디 3개를 추가하며 우승에 쐐기를 박았다.

박민지는 이날 버디 3개와 보기 1개로 2타를 줄이며 합계 13언더파 203타로 공동 2위 최예린·이제영·전예성을 3타 차로 따돌렸다. 2021년부터 4년 연속 이 대회 우승. 이는 KLPGA 투어 역사상 최초다.

이전까지 KLPGA 투어에서 단일 대회 최다 연속 우승 기록은 고(故) 구옥희 전 KLPGA 회장과 박세리, 강수연, 김해림, 박민지가 함께 보유한 '3연패'였다. 이 대회는 올해까지 5회. 역대 우승자를 장식한 보드에는 초대 챔피언 조정민 이후 4장의 사진에 박민지 얼굴이 새겨지게 됐다.

또한 '단일 대회 최다 우승' 부문에서도 공동 1위로 올라섰다. 고우순은 KLPGA 선수권대회에서 4차례(1990·1992·1994·1996년)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아울러 박민지는 이번 대회 주최사 셀트리온이 4회 연속 우승 달성 시 특별 포상금으로 내건 3억원도 챙겨 우승 상금과 합해 이번 대회에서만 5억1600만원을 품게 됐다.

하지만 박민지는 자신의 공약을 통해 우승 상금 2억1600만원을 기부하겠다고 알렸다. 박민지는 "이번 한 주가 나에게는 엄청나게 길었다. 부담감을 느껴서 새벽에 잠을 깰 정도였다"고 밝히며 "원래 통산 20승을 달성하면 우승 상금을 기부하려고 했다. 그런데 내가 참을성이 없다. 그래서 뜻깊은 '4연패'를 하면 기부하려고 마음을 바꿨다"고 말했다.

박민지의 메인 스폰서인 NH투자증권에서는 4연패 기념은 물론, 기부의 뜻을 존중하는 취지에서 기존에 계약된 우승 인센티브에 더해 금액을 추가 지원해 우승상금과 동일한 액수를 지급하기로 했다.

박민지가 '기부'를 결심한 것은 지난해부터 겪었던 '삼차 신경통' 때문이다. 삼차 신경계 통증은 희귀병이다. 10만명 중 5~6명 정도만 앓을 정도로 걸리는 사람이 드물다. 박민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삼차 신경계 통증을 겪으며 한때 투어 활동을 잠시 중단하기도 했다. 오른쪽 머리에 계속 통증이 있었다고 한다.

골프를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상황. 박민지는 마음을 바꿨다.

올 시즌 초 박민지는 "그동안 저는 너무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항상 희생한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샷 하나를 칠 때마다 신경을 너무 많이 썼다. 모든 게 복합적으로 좋지 않게 작용해서 통증을 앓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람 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이다. 요즘은 오늘 하루를 건강하고 착실하게 살자고 생각하고 있다. 음식과 규칙적인 생활에 신경을 쓰고 있다"며 자신의 달라진 '인생관'을 설명했다.

다시 골프를 하게 된 감사함도 차올랐다. 박민지는 '4연패' 직후 "우승을 할 수 있게 된 것, 다시 골프를 하게 된 것은 혼자의 힘이 아니라 하늘이 도와줬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렇게 받은 상금을 기부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우승으로 박민지가 세운 기록은 또 있다. 앞서 KLPGA 투어 통산 상금 1위로 올라선 박민지는 이번 대회 우승 상금을 포함해 60억4878만3448원으로 늘리며 'KLPGA 투어 사상 첫 통산 상금 60억원 돌파' 기록도 세우게 됐다.

이제 남은 도전은 'KLPGA 투어 통산 우승 1위'. 이번 우승으로 통산 19승 고지를 밟은 박민지는 신지애·구옥희(20승)에 이어 역대 통산 우승 3위에 올라 있다.

박민지도 이를 잘 알고 있다. 앞으로 목표에 대해 "통산 우승과 타이기록을 세울 수 있는 '1승'에만 집중하면서 달려나가겠다"고 밝혔다.

[조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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