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화된 '후순위 채권 리스크'···투자자 "불완전판매 소송"

김병준 기자 2024. 6. 9.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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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억弗에 팔린 4억弗 美호텔
기관들, 고수익에 앞다퉈 투자
지난해 말 2.4조원 손실 우려
개인 투자자 판매연기 통보에
"고위험상품 설명·통지 불충분"
증권사 상대 소송전 이어질 듯
[서울경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발생한 북미 지역의 상업용 부동산 가격 급락은 중·후순위 채권에 투자한 국내 금융기관에 부메랑이 돼 돌아오고 있다. 2010년대 후반 국내 기관들은 수익성이 높다는 이유로 앞다퉈 메자닌 대출에 나서며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을 고수했지만 결과적으로 전액 원금 손실 위기에 처했다. 개인투자자도 예외가 아니다. 사모펀드 형태로 고수익을 노리던 개인투자자들은 고위험성을 제대로 통지하지 않았다며 소송전을 불사한다는 계획이다. 금융 당국은 금융권 총자산 대비 투자 금액이 크지 않아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을 낮게 보면서도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최근 헐값에 매각된 마가리타빌 리조트 타임스스퀘어는 뉴욕 7번가 560번지 타임스스퀘어 인근에 있는 연면적 1만 5793㎡ 규모의 32층 고급 호텔로 미국 부동산 개발 업체인 소호 프로퍼티가 약 4억 달러를 들여 이 호텔을 지었다. 하지만 개장 직후인 2021년 6월부터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영업에 직격탄을 맞으면서 수익성이 악화됐다. 자금난에 처한 소호 프로퍼티는 2021년 9월 아든그룹에서 빌린 5700만 달러를 갚지 못하면서 압류 소송을 당했고 경매 절차에 돌입한 마가리타빌 리조트는 올 초 차압 경매에 단독 입찰자로 참여한 아든그룹에 1억 5000만 달러에 낙찰됐다. 2019년 당시 4억 4000만 달러에 달하던 자산가치의 3분의 1 가격에 매각된 셈이다.

이에 따라 국내 투자자들의 손실도 불가피해졌다. 국내 자산운용사인 글로벌원자산운용은 2019년 미국 부동산 1호 펀드(599억 원)와 2호 펀드(369억 원)를 조성해 마가리타빌 리조트에 메자닌 방식으로 투자했다. 하나증권 등 판매사들은 각각 550억 원, 418억 원어치를 판매했는데 이 중에는 개인 투자 자금도 수십억 원가량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메자닌 방식은 수익성과 무관하게 상환받을 수 있는 선순위 대출과 달리 자산가치가 하락할 경우 원금을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디폴트 상태에 빠진 소호 프로퍼티가 리조트 매각 금액(1억 5000만 달러)으로 선순위 채권단에 상환하는 것조차 어려운 상황인 만큼 중순위 채권에 투자한 국내 투자자들은 원금을 한 푼도 건지지 못할 수도 있다.

글로벌원자산운용은 현재 투자자들에게 환매 연기를 통보한 상태다. 만기가 도래했지만 자산을 처분할 수 없어 수익자에게 상환할 재원이 없다는 의미다. 투자은행(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마가리타빌 리조트를 매각한 상황에서 자금은 선순위 채권단에 우선적으로 상환될 것”이라며 “메자닌 투자를 진행한 투자자들은 사실상 자금 회수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개인투자자들은 고위험 상품에 대해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판매사인 증권사를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사모펀드 특성상 인당 가입 금액은 억 원 단위로 손실 규모가 최소 수십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금융 당국은 국내 금융 기관들의 해외 부동산 손실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금융투자 업계의 해외 부동산 손실 우려 규모는 약 2조 4100억 원으로 직전 분기 대비 1000억 원 증가했다. 하지만 금융권 총자산 대비 해외 부동산 투자 비중이 1% 미만으로 적고 손실 흡수 능력이 충분해 국내 금융 업계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해외 부동산 시장의 업황 개선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국내 금융투자 업계에 미치는 손실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금융투자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해외 부동산 펀드 신규 설정액은 2019년 최대치를 기록했다”며 “통상 펀드 만기가 5년인 점을 고려하면 올해부터 펀드의 만기가 도래하기 시작하는데 코로나19 여파로 자산가치 하락이 진행돼 차환 리스크가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병준 기자 econ_j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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