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 소송 우려에 시설투자도 M&A도 막힐판

김희수 기자(heat@mk.co.kr) 2024. 6. 9.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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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정치권이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해법으로 내놓은 기업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경제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상법 제382조의3에서 규정한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기존 기업에 더해 새로이 주주가 포함될 경우 글로벌 스탠더드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여러 부작용이 걱정된다는 설명이다.

개정안은 기업 이사회에 소속된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현행 회사에서 주주의 비례적 이익과 회사로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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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상법 개정안에 반발
"이사에 주주충실의무 부여
되레 소송 리스크만 키울 것
제2의 반도체 선언 불가능"
글로벌 표준보다 규제 과도
장기적 밸류업에도 악영향

정부와 정치권이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해법으로 내놓은 기업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경제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상법 제382조의3에서 규정한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기존 기업에 더해 새로이 주주가 포함될 경우 글로벌 스탠더드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여러 부작용이 걱정된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진취적인 경영활동을 위축시켜 오히려 장기 밸류업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지난 5일 정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상법 개정안에 대해 재계는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개정안은 기업 이사회에 소속된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현행 회사에서 주주의 비례적 이익과 회사로 바꾼다. 이사로서는 이익을 배려하고 봉사해야 할 대상이 소속 기업의 주주로까지 늘어나는 셈이다.

재계에서는 정부와 정치권이 내놓은 밸류업 답안이 오히려 장기적으로 기업가치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통찰력으로 미래 성장 요인을 파악하고, 결단력으로 과감히 투자하는 전략적 경영이 어려워진다는 이유에서다.

또 재계는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 신설이 소송 리스크를 대폭 키워 이사의 성향을 소극적으로 만들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삼성이 1983년 이병철 창업회장의 도쿄선언 이후 국내외의 부정적인 시선에도 반도체 사업에 과감히 투자해 성공한 일화는 더 이상 재현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다양한 주주의 이익을 모두 만족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소송 급증이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예를 들어 단기적인 배당 수익 증대와 장기 성장을 위한 투자 확장은 서로 배치될 수밖에 없는 안건이다. 이에 이사는 어떠한 결정을 내리더라도 일부 주주의 이익에는 충실하지 못하는 딜레마가 발생한다. 인수·합병(M&A)과 기업 분할 등에서도 모든 주주의 이해관계가 일치되는 경우는 찾기 어렵다.

기업 이사진은 회사와 일부 주주의 이해가 상충할 때 사법 리스크를 우려할 수밖에 없고, 과감하고 신속한 의사 결정이 어려워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신주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은 회사에는 이익이 되지만 기존 주주 지분을 희석시켜 주주에게는 손해다. 반대로 배당·자사주 매입 같은 주주환원 정책은 주주에게는 이익이지만 회사 재무구조를 악화시킬 수 있다.

세계적으로 손꼽힐 정도로 기업인에게 과한 규제라는 지적도 있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미국 36개 지역이 채택한 모범회사법은 현행 한국 상법과 같이 이사의 충실의무를 회사로 한정한다. 델라웨어 등 일부 주에서 회사와 주주에 대한 이중 충실의무를 인정하고 있으나, 미국은 한국과 달리 배임죄 규정이 없다. 일본과 독일도 이사에게 회사에 대한 충실의무만 부과한다.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가 도입되면 한국은 주요국 중 회사·주주에 대한 이중 충실의무와 함께 배임죄 처벌 조항까지 갖춘 유일한 국가가 된다. 유정주 한국경제인협회 기업제도팀장은 "기업이 대규모 투자를 하기 위해서는 유보금 비축이 필요하다"며 "주주로부터 소송전에 시달릴 우려 때문에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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