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18일 총파업' 선언…"하루면 모를까 그 이상은" 의료계 떨떠름

'역대 최고 투표율' 18일 총파업…"4년 전보다 참여율 높을 듯"
개원의도, 의대교수도 '장기전은 부담'…의협도 일단 하루 계획만

6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가 휴식을 취하고 있다. 2024.6.6/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서울=뉴스1) 천선휴 강승지 기자 = 13만명에 가까운 의사가 회원으로 가입해 있는 대한의사협회(의협)가 18일 '전면 휴진'을 선포하면서 동네 병의원을 비롯해 종합병원, 상급종합병원 등이 한꺼번에 문을 닫는 '의료 대란'을 예고하고 있다.

하지만 의료계는 이번 총파업의 파괴력에 대해 반신반의 하는 분위기다. 예고된 18일 하루짜리 총파업이라면 참여율이 높을 수 있겠지만 그 후에도 휴진을 이어간다면 참여율은 현저하게 떨어질 것이고, 의료대란은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의협은 9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전국의사대표자대회'를 열고 "오는 18일 전면 휴진을 통해 전국 의사 14만 의사회원은 물론 의대생, 학부모, 전 국민 모두가 참여하는 총궐기 대회를 개최할 것"이라고 선포했다.

의협은 이번 총파업에 고무된 분위기다. 그도 그럴것이 지난 4일부터 7일까지 이어진 총파업 투표 결과 총 유효 유권자 11만1861명 가운데 7만800명이 투표에 참여하며 63.3%라는 의협 역사상 최고 투표율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강경한 투쟁을 지지하겠다"고 답한 비율이 90.6%에 달했고, "의협이 6월 중 계획한 휴진을 포함하는 단체 행동에 참여하겠느냐"는 질문에도 73.5%(5만2015명)가 "그렇다"고 답하며 총파업에 힘을 실었다.

문제는 의협 투표에는 의대 교수, 개원의, 봉직의, 전공의, 군의관, 공보의 등 모든 의사 직역이 참여한다는 점이다. 즉 동네 의원은 물론 종합병원, 대학병원 등 모든 병원들이 파업에 동참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전국 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는 앞서 "휴진 여부는 의협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공언한 터라 대학병원들도 일괄 휴진에 들어갈 가능성도 매우 높다.

하지만 의료계 내부에선 지난 2020년 총파업 당시 사례를 들며 "참여율이 높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4년 전 의료계가 정부의 의대 증원 추진에 반대해 총파업을 선언했을 당시 전공의 참여율은 80% 이상이었던 데 반해 개원의는 10%도 채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9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의료농단 저지 전국의사대표자회의에서 투쟁 선포를 하고 있다. 2024.6.9/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그러나 의료계 관계자들 대부분은 "2020년에 비해서는 이번 총파업의 참여율이 높을 것"이라고 점쳤다. 다만 높은 참여율을 기대할 수 있는 건 18일 하루뿐, 장기전이나 무기한 파업에 돌입할 경우엔 2020년과 별반 다를 바 없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한 시도의사회 부회장은 "2020년엔 의료계 리더 그룹들, 쉽게 말해 임원진의 병원만 파업을 했다"며 "이번엔 하루만 한다면 (전체 의사의) 80~90%까지 참여할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무기한 파업으로 간다고 한다면 오히려 참여율이 낮고 동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의협은 정부가 의료계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무기한 파업도 염두에 두고 있다. 최안나 의협 총무이사 겸 대변인은 대표자대회 이후 기자들을 만나 "18일 계획만 말할 수 있다. 정부 입장이 어떻게 변하느냐에 따라 그에 상응한 계획을 세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총궐기) 목적은 휴진이 아닌,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멈추게 하는 데 있다"며 "19일, 20일 어떻게 할지는 정부에 달렸다. 모든 의사 직역과 다시 논의해 정부의 입장 변화를 이끌겠다"고 부연했다.

이에 이 부회장은 "개원의 파업은 장기전으로 가는 경우 거의 불가능하다"면서 "게다가 사이즈가 큰 병원일수록 손실이 하루 평균 억대로 가기 때문에 섣불리 파업하지 못한다. 종합병원은 전혀 파업할 일이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부회장은 또 현재 의협 지도부가 의료계의 높은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는 점도 이번 파업의 리스크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의협이 시도의사회 등과 연결도 안 되어 있다. 교수들도 표면적으로만 동의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며 "이번 파업은 사실 시기적으로 전혀 의미가 없는 파업이다. 파업을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해 서울의대 교수들도 파업을 안 하려고 하는 교수들이 60% 이상이다. 전공의들도 전혀 신뢰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시도의사회의 한 임원도 "우린 의사회 차원에서도 사실 개원의가 계속 파업하는 거에 대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일단 의협 결정이 나왔기 때문에 첫날은 따라갈테지만 그 다음부터는 아무래도 개원의들은 조금씩 빠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사단체 회장은 "개원의들이 전면 투쟁을 며칠간, 지금 전공의들처럼 몇 개월 이렇게는 할 수 없지 않느냐"고 했다.

경기 수원시의 한 개원의는 "교수들은 월급이라도 나오겠지만 우리 같은 개원의들은 가만 있으면 매일 매일이 마이너스다. 이 마이너스를 지켜보며 이미 끝난 투쟁에 열을 올리는 행동은 의미 없다고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비대위 차원에서 의협의 결정에 함께하겠다고 (집단행동) 동참을 선언한 의대교수들의 경우 참여율은 더욱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 의대 교수는 "대학은 불가능하다. 환자 놔두고 어떻게 휴진을 하냐.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하면서 "비대위는 사직서 낼 각오로 그렇게 할 테지만 전체 교수가 거짓말쟁이가 되는 투쟁 방법을 택하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소속 교수도 "의협 집행부만 의욕이 넘치는 것 아닌가 싶다. 왜 이제서야 파업을 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 너무 늦었다. 서울의대 교수들도 양치기가 될 것"이라며 "의협 주도 행동에 교수들이 참여할지도 모르겠고, 개원의들도 투쟁 의지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에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오후에 열린 의료개혁 관련 정부 브리핑에서 "정부는 휴진율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집단휴진은 절대 용납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그것이 최종 결정되고 시행되기 전까지 의료계를 적극 설득하고 그리고 대화를 나누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sssunhu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