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범 "나는 대전 토박이일 뿐…배준호는 몇 배 더 성장할 것"
(고양=연합뉴스) 설하은 기자 = "저는 '대전 토박이'일 뿐이고요. (배)준호는 지금보다 몇 배 이상은 더 성장할 수 있는 선수입니다."
국가대표 미드필더 황인범(즈베즈다)은 9일 오후 경기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진행된 축구대표팀 훈련에 앞서 취재진과 만나 '대전의 아들' 배준호(스토크 시티)의 기량을 치켜세웠다.
대전하나시티즌 출신 선배 황인범이 국가대표팀에서 보인 활약을 바탕으로 러시아, 튀르키예, 세르비아 등 해외 무대에 진출해 좋은 모습을 보이자, 축구 팬들은 황인범에게 '대전의 아들'이라는 별명을 붙였다.
이어 대전 후배 배준호가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잉글랜드 2부 리그 스토크 시티에 입단하고, '스토크 시티 서포터스 선정 올해의 선수'에도 뽑히자 배준호에게도 '대전의 아들' 타이틀이 붙었다.
황인범은 "'대전의 아들' 타이틀에 있어서 나는 '대전 토박이'라는 것밖에 내세울 게 없다"며 웃었다.
이어 "배준호는 나보다 축구선수로서 능력과 역량이 훨씬 뛰어나다. 아직 나이도 어리고, 성격과 성향을 봤을 때 지금보다 몇 배 이상은 성장할 선수"라고 칭찬했다.
그러면서 "대전 팬분들이 나와 배준호뿐만 아니라 조유민(샤르자)을 포함한 (대전 출신) 우리를 많이 응원해 주신다"며 "우리가 어느 팀에서 왔는지에 대한 부분을 잊지 않고, 대전 팬들이 자랑스러울 수 있도록 각자 위치에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황인범은 지난 6일 열린 싱가포르와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C조 5차전에서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해 풀타임을 소화하며 한국의 7-0 대승에 기여했다.
황인범은 "(오른쪽 측면에 섰던)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이 좀 더 중앙으로 들어오고, (오른쪽 풀백) 황재원(대구)이 좀 더 사이드에서 플레이할 수 있도록 내 위치를 좀 더 내려서 빌드업에 관여했다"며 김도훈 감독이 요구한 움직임을 설명했다.
늦은 나이에 태극마크를 단 주민규(울산)와의 호흡도 만족해했다.
황인범은 "주민규가 등을 진 채로 어떻게든 공을 지켜내거나 압박을 버티면서 2선에 있는 선수들에게 다시 공을 연결해주는 능력이 탁월하고, 주민규의 플레이에 대한 믿음이 있다 보니 같이 경기하기가 수월하다"고 말했다.
중원에서 공수 조율의 핵심 역할을 해 '야전사령관'으로 불리는 황인범은 "모든 선수들이 내게 공을 달라고 요구한다"며 "나도 공은 하나다. 패스는 선수 한 명에게밖에 하지 못한다"고 난처해하기도 했다.
"공격수들이 자신감에 찬 것 같다"고 긍정적으로 바라본 황인범은 "모든 선수가 납득할 수 있는 최고의 공격 작업을 이끌어야 하는 게 미드필더의 숙명"이라고 말했다.
김도훈 임시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11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중국을 상대로 월드컵 2차 예선 6차전을 치른다.
황인범은 "중국이 거친 건 너무나도 잘 알려진 사실"이라며 경계한 뒤 "우리가 3차 예선 진출을 확정했다고 해서 설렁설렁할 수는 없다. (지난해 11월) 원정에서 3-0으로 이긴 것처럼, 홈에서도 좋은 경기력과 결과를 보이겠다"고 다짐했다.
2023-2024시즌 세르비아 리그 최우수선수로 우뚝 선 황인범은 빅 클럽에 대한 꿈도 숨기지 않았다.
황인범은 "더 높은 레벨에서 경쟁해보고 싶다. 비시즌에 몸과 마음을 비울 예정인데, 이후 상황에 대해서는 나도 기대가 된다"며 "꿈은 늘 갖고 있다. 내게 맞는 기회와 타이밍이 온다면 (이적을) 망설일 일은 없다"고 힘줘 말했다.
황인범은 "세르비아 리그가 유럽 내에서 약한 리그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나 유로파리그 등 유럽 대항전을 경험할 수 있다는 메리트가 크다"며 후배들에게 해외 무대에 적극적으로 도전하라고 조언했다.
soru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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