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촌 “올 가을 대규모 공연축제···K컬처, 위기일수록 도전해야” [서경이 만난 사람]

최수문기자 기자 2024. 6. 9.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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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대담=홍병문 문화부장)
BIFF를 칸처럼, AI시대 저작권법 등 분야별 대표 브랜드 육성
콘텐츠 수출, 2차전지보다 많아···내년 예산 확보에 최선 다할 것
관광객 2000만 달성 위해 교통·숙박 노력···체육도 대대적 개혁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5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성형주 기자
[서울경제]

“K팝, 더 나아가 K컬처가 위기라고요? 글쎄요. 항상 위기예요, 위기가 아닌 적이 없었죠. 저는 위기 속에서 발전이 온다고 생각해요. 이제는 보다 도전적인 과제를 갖고 가는 것이 좋겠다는 의미죠.”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K컬처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올가을 대규모 K공연 축제를 준비하고 있다. 유 장관은 이달 5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진행된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10~11월 서울에서 ‘대한민국은 공연중(가칭)’이라는 타이틀로 연극, 음악, 무용, 전통 공연 등의 무대를 꾸밀 것”이라면서 “국립극장·예술의전당·명동·대학로 등은 물론 청와대에서도 한바탕 큰 공연이 펼쳐질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문학·웹툰·관광·예술·체육 등 전반적인 우리의 문화 역량을 키우겠다는 것이 그의 의지다.

유 장관은 최근 어느 장차관보다 바쁘게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정부 정책을 더 적극적으로 알려야죠. 개인적으로 제가 취임 이후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한 것이 게임 분야예요. 업계 인사를 만나고 정책도 새로 만들고요. 그런데 일부에서는 여전히 ‘위기다, 정부에서는 규제만 하고 진흥은 안 한다’는 말이 나와요. 그러면 얼마만큼 관심을 기울여야 이런 얘기가 없을까. 그래서 생각했죠. ‘그러면 더하자, 더 관심을 가지자’라고요.”

그는 이명박 정부 때인 2008년 문체부 장관을 맡아 2011년까지 수행했다. 그래서 이번이 장관만 두 번째다. 그때와 무엇이 달라졌을까. “2008년 저작권법을 바꿨는데 반대가 많았죠. 유럽연합(EU)·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해서 이행을 위한 법 개정을 하는데 그들 요구로 저작권 인정 기간을 국제 수준인 70년으로 늘렸죠. 당시 국부 유출 우려가 많았어요. 그때 우리가 수출할 것이라는 생각은 못했단 말이에요. 겨우 15년 전 일이죠.” 유 장관은 “그때 저작권법을 안 고쳤으면 지금 우리 문화가 이런 세계적 지위에 올라오지 못했을 것”이라며 “인공지능(AI) 등 최근 변화가 빨라졌는데 이에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장관은 K컬처의 위기에 대응한 도전 과제에 대해 우리의 문화 역량을 한층 더 키워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일부에서 올해 칸 영화제에 많이 출품을 못했다고 ‘영화계의 위기’라고 하기도 하는데 ‘천만의 말씀’이라고 생각한다”며 “칸 수상작이라고 해서 흥행이 바로 되는 것도 아니다. 진짜 위기는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재미없어지는 것인데 부산국제영화제를 왜 칸처럼 못 키우나”라고 지적했다.

유 장관은 문화 역량 육성과 관련한 사례로 “부산국제영화제를 칸 영화제 이상으로 키우는 한편 문학 수출을 번역본이 아닌 한국어본으로 수출하고 AI 시대에 맞는 저작권법을 먼저 만드는 것 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분야별로 대표 브랜드를 만들겠다면서 “우선 올해 10~11월 ‘대한민국은 공연중’이라는 이름으로 시범 프로젝트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체부는 올 초 한국판 웹툰 아카데미상을 만들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그는 “웹툰은 우리가 종주국”이라며 “해외에서 이미 여러 시상식을 하는데 우리가 뒤처지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의 시상식을 만들고 오히려 외국인들이 오도록 해야 한다.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문화 재정 확보도 강조했다. 6월 현재 각 부처가 내년 예산안 마련에 한창이다. 유 장관은 “전반적인 긴축 재정에 따라 문화 예산 확대에 어려움이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물론 문화 예산을 늘리지 못하는 것은 우리(문체부)의 책임이다. 더 설득 시키고 논리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또 “지금 우리 문화는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잘나가고 있다”며 “콘텐츠 수출은 2차전지 등 제조업 수출보다 많아졌다. 이럴 때 문화에 더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체부가 얼마 전 내놓은 ‘대중문화예술 표준 전속 계약서’에 대해서는 “업계의 의견을 전면적으로 수렴해서 만들었다”며 시대가 변하면 계약도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시장이 크게 변했다. 아티스트들의 연령이 점점 어려지고 일부는 초등학생인데 이들에게 투자를 한 기획사도 결과를 얻어야 한다.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면서 어느 정도 유연한 계약 조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5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성형주 기자

하이브·어도어 사태에 대해서는 ‘위기’라고 언급했다. “사실 그게 위기예요. 이런 상황이 자꾸 생기는 것이 위기죠. 자기가 쌓은 성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거죠. 계약을 어떻게 맺었든 이는 신뢰의 문제고 인간관계에서 나오는 것이죠.” 다만 ‘문체부가 제도적으로 대응할 수 없느냐’는 질문에는 “정부가 이런 문제에까지 일일이 개입할 수는 없다”고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다.

관광 분야에서는 정부가 밝힌 올해 외래 관광객 2000만 명 유치라는 목표에 대한 달성 가능 여부가 이슈다. 올 1~4월 누적 관광객은 486만 명이었다. “쉽지만은 않습니다. 5월에서 10월까지가 가장 중요하죠. 지금 서울에서 코리아뷰티페스티벌도 하고 전 세계에서 K관광 로드쇼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교통과 숙박·비자 등이 문제인데 해소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결국 외래 관광객 2000만 명 유치 달성의 핵심은 중국과의 관계를 풀어나가는 것인데 중국 당국자와의 협의를 추진 중이에요.”

관광이나 콘텐츠에 비해 특히 문화 예술 분야에 대한 지원이 부족하다는 지적에는 일단 수긍하면서 “내년에는 문화 예술 예산을 더 늘리려고 한다”고 답했다. 그는 “문화 예술이 기본”이라며 “관광이나 콘텐츠도 다 이쪽이 잘돼야 파급효과가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연극과 공연 등에 대해 예전에도 지원을 많이 했는데 잘 드러나지 않아서 아쉽기는 하다”며 “이번에 남산의 자유센터를 리모델링해 공연예술창작센터로 만들기로 했다. 예술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통영이나 대관령 음악제도 더 키우겠다는 생각이다. 또한 국립오페라단에서 오페라만 전문적으로 하는 합창단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도 내비쳤다.

정부가 내건 도서정가제 완화나 영화관 입장권 부과금 폐지와 관련해서는 논란이 적지 않다. 유 장관은 “출판계나 서점은 대체로 도서정가제 유지를 원한다”고 인정하면서도 “민생 토론회를 해보니 청년들은 할인을 더 기대하더라. 정부 입장에서는 일반 국민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 도서정가제를 유연하게 하는 것이 어떨까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화관 입장권 부과금 폐지도 결국 국민들의 부담을 줄여주자는 의미예요. 대신 부족분은 정부 예산으로 보전할 것입니다.”

최근 대한체육회에서 회장 연임 제한을 폐지하는 방향으로 정관을 개정한 것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체육국장이 이미 방송에 나가서 문체부와 저의 입장을 이야기했어요. 문체부는 승인할 수 없다고요. 지금 (파리) 올림픽 준비라든지 이슈가 많은데 갑자기 정관 개정이라니, 이해가 가지 않아요.” 그는 “체육인들 전체의 의견을 들어보고 있는데 체육인들 가운데서도 반대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국가스포츠정책위원회에서 좋은 안을 내놓을 것 같다”고 전했다.

유 장관은 전반적인 국내 운동선수 감소 등 구조적 문제에 대해서도 개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선수 수급이 안 되니 국제대회에 나갈 대표 선수도 없다. 체육 정책과 학생 및 엘리트 체육 등에 대해 올림픽 이후 대대적인 개혁을 할 것”이라며 “학교와 관련된 것은 교육부와도 이야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5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성형주 기자

유 장관은 최근 ‘광화문 현판의 한글화’라는 화두를 던졌다. 유 장관은 “기본적으로 문화재 보호에 대해 유연해지고 또 활용을 늘리자는 뜻”이라며 “중명전(덕수궁)을 갔다왔는데 이런 건물이 잘 알려져 있지 못한 것도 아쉽다”고 말했다. 국가유산청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적극 지원하겠다는 뜻을 명확히 했다.

“여러 이야기가 있는데 기본적으로 국가유산청에 대해서는 문체부가 관리 감독을 해야 할 의무가 있죠. 전문성은 당연히 존중하죠. 다만 문체부와 의논을 많이 해야 해요. 이 이야기는 꼭 써주세요. ‘우리가 무조건 도와 드리겠다’고요.”

[약력] △1951년 전북 완주 △서울 한성고, 중앙대 연극영화학과 △1974년 MBC 공채 탤런트 6기 △한국방송연예인 노동조합 위원장 △1996년 극단 유 대표 △1997년 중앙대 교수 △1999년 유시어터 대표 △2004년 서울문화재단 대표 △2008~2011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2012년 예술의전당 이사장 △2023년 대통령비서실 문화체육특별보좌관 △2023년 10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최수문기자 기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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