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강소기업] "중소기업을 위한 중소기업 될 것"...로봇 자동화 솔루션 기업 브릴스
편집자주
지역경제 활성화는 뿌리기업의 도약에서 시작됩니다. 수도권 대기업 중심의 산업구조가 가진 한계를 극복하고 고군분투하는 전국의 뿌리기업 얘기들을 전합니다.
노동자 1만 명당 로봇 대수를 뜻하는 로봇 밀도가 가장 높은 나라는 어디일까. 정답은 한국이다. 국제로봇연맹(IFR)이 지난 1월 발표한 '2023년 세계 로봇공학’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한국의 로봇 밀도는 1,012대로, 전 세계 평균(151대)의 6.7배에 달했다.
실제 로봇은 제조업 공장부터 백화점 푸드코트까지 이미 우리 산업 현장 곳곳에서 사람 손을 대신하고 있다. 인건비가 오르고 인력은 부족한데 높은 정밀도가 요구되는 첨단산업 비중이 커지면서 로봇 수요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 로봇 제조 기업뿐만 아니라 현장에 맞춤형 로봇 자동화 시스템을 개발하는 로봇 자동화 솔루션 기업과 최적의 정보기술(IT) 시스템을 구축해 주는 시스템 통합(SI) 기업도 주목을 받고 있다. 로봇 자동화 솔루션과 SI 전문 기업을 표방하는 브릴스가 대표적이다.
자동차 부품 조립부터 감자 씨눈 깎기까지
2015년 창립해 지난해 157억 원의 매출을 올린 브릴스의 주력 분야는 표준화한 로봇 자동화 시스템과 인공지능(AI) 기반의 안전관제 시스템 개발이다. 브릴스가 개발한 로봇 자동화 시스템의 활약은 전방위적이다. 자동차 암 레스트(팔걸이) 조립, OLED 디스플레이 패널 검사, 감염 위험이 높은 의료 폐기물 소각, 감자 씨눈이나 돈가스용 돼지고기의 질긴 부위를 찾아내 도려내거나 두드려 부드럽게 해주기, 무거운 간장 통 옮기기 등이다.
브릴스의 로봇 자동화 시스템에 쓰이는 로봇은 직접 제작한 로봇이 아니라 국내외 로봇 제조 기업들이 만든 제품이다. 많은 로봇 제조 기업이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지만 브릴스의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기준 16.8%에 이른다. 전진(45) 브릴스 대표는 "로봇 자동화 시스템이 완성차라면 로봇은 엔진 같은 것"이라며 "완성차 기업이 엔진과 다른 부품을 조립하고 테스트해 고객에게 전달하듯이 우리도 로봇과 운영 애플리케이션을 결합해 안전성을 검증한 뒤 고객에게 제공하고 사후관리까지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I와 3D 비전(사물을 입체적으로 분석하는 장치) 기술을 활용한 안전관제 시스템도 브릴스의 주력 분야다. 전 대표는 "AI와 3D 카메라가 사람 동선과 공간을 분석해 어떤 상황에도 대처가 가능한 안전관제 시스템은 사고도 줄여주고 비용도 절감하게 해준다"고 소개했다.
중소기업에 할인 혜택...사후관리도 강화
그동안 로봇 자동화 시스템을 개발해 대기업 상표를 붙여 공급하는 위탁생산(OEM) 방식으로 현대차 등 중견·대기업과 주로 거래를 해온 브릴스는 향후 중소기업과의 접점도 늘려갈 계획이다. 브릴스는 지난달 10일 비전 선포식에서 '중소기업의 성장 원동력이 될 수 있는 기업'이라는 목표를 공개했다.
전 대표는 "국가 산업 발전의 원동력이었던 700만 개의 중소기업이 인건비 상승과 숙련 기술자 고령화로 위기를 겪고 있다"며 "로봇 자동화 시스템 도입이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로봇 수명이 10~15년이고 로봇 자동화 시스템 도입에 1억~1억5,000만 원가량이 드는 점을 감안하면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중소기업에는 투자가 곧 이익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브릴스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로봇 자동화 시스템을 10% 싸게 공급할 계획이다. 보증기간도 기존 1년에서 3년으로 늘렸다. 전 대표는 "중소기업에서 도입한 로봇 10대 중 6, 7대는 사후 관리 문제로 멈춰 서 있다"며 "1년에 네 차례 무상 방문 점검을 통해 이 문제를 해소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로봇 직접 생산 추진...자동차처럼 리스·렌털 서비스도
브릴스는 중소기업에 로봇 자동화 시스템을 더 싸게 공급하기 위해 로봇 직접 생산도 준비 중이다. 현재까지 4대 팔린 1억 원대 무인 커피 로봇 자동화 시스템에 들어가는 로봇을 현재는 다른 기업 제품을 쓰고 있는데, 앞으로 직접 제작한 로봇으로 대체 검토 중이다. 또 초기 투자 비용에 부담을 느끼는 중소기업을 위해 로봇을 자동차처럼 빌려 쓸 수 있는 리스·렌털 서비스 도입도 추진 중이다. 서비스가 시작되면 중소기업은 인건비의 3분의 2 수준의 비용으로 로봇을 빌려 쓰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인수나 회수 요청을 할 수 있게 된다.
전 대표는 "국내 로봇은 대당 2,000만~5,000만 원으로 800만~1,400만 원 수준의 중국 제품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데다 로봇 2대를 사면 1대를 더 주는 '2+1'이 등장할 정도로 출혈 경쟁도 심해 자체 제작은 안 해왔다"며 "그러나 중소기업에 더 싸게 공급하기 위해 로봇 생산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시설을 마련하는 등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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