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청년주택, 가능성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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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에는 '아츠스테이'라는 빌딩이 있다.
외관은 호텔처럼 보이지만,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관광호텔이었던 건물을 리모델링한 임대주택으로 청년 창작가, 콘텐츠 제작자, 청년 예술인 등 51가구가 거주한다.
이리저리 집을 구하러 다니는 고생과 불안한 마음을 알기에 올해 LH는 도심에 위치한 빌라, 다가구주택 등을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물량을 역대 최대 수준인 5만4000가구로 확대하고, 청년 대상 공급 비중도 30% 이상으로 늘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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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에는 '아츠스테이'라는 빌딩이 있다. 외관은 호텔처럼 보이지만,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관광호텔이었던 건물을 리모델링한 임대주택으로 청년 창작가, 콘텐츠 제작자, 청년 예술인 등 51가구가 거주한다.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스튜디오 타입, 스터디 타입 등으로 개인 주거 공간을 나누고, 기존 호텔의 공용 공간을 활용해 커뮤니티 라운지, 루프톱 라운지, 오픈키친, 오픈갤러리, 팝업스토어도 만들었다. 시세 절반 수준의 임대료와 우수한 입지에다 유사 분야에 종사하는 청년들과 함께 거주하며 시너지를 낼 수 있어 입주 만족도가 매우 높다.
이러한 혜택이 모든 청년에게 돌아갈 수 있으면 좋으련만, 여전히 많은 청년이 높은 주거비에 무력감을 느끼고 있다. 필자가 청년이던 시절에는 마땅한 거처를 구하지 못한 동기생들과 함께 연구실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게 다반사였지만, 모두 비슷한 처지에서 시작해 빈손으로 달리던 시절이었기에 무력감이나 절망감은 없었다. 그러나 지금의 청년들은 취업난에다 치솟는 주거비도 안고 살아야 한다. 사회 양극화가 심해져서 계층 간 주거 편차도 매우 커졌으니, 집을 찾는 과정에서 맞닥뜨리는 좌절감은 심각하다. 이는 만혼과 저출생 문제로도 이어지고 있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우리 청년들이 학업을 마치고 첫 취업을 하는 평균 나이는 남자가 30세, 여자가 27세라고 한다. 경제적 자립이 늦어질수록 청년의 전월세 수요는 늘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난해 전세사기 여파로 청년주택의 공급원 역할을 해온 빌라 시장이 크게 위축됐고, 설상가상 최근 주택 신규 착공이 급격히 감소하면서 전월세 가격도 내내 오르고 있다. 사정이 이러니 민간 전월세 시장에서 설 자리를 찾기 어려운 청년들은 안전하면서도 저렴한 공공임대주택으로 쏠릴 수밖에 없다. 서울만 놓고 보면 지난 4월 서울 지역 LH 청년매입임대주택 170가구 입주자 모집에는 4만여 명의 청년이 몰렸고, 경쟁률은 2019년 17대1에서 2024년 127대1로 5년 사이에 7배 넘게 뛰었다.
이리저리 집을 구하러 다니는 고생과 불안한 마음을 알기에 올해 LH는 도심에 위치한 빌라, 다가구주택 등을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물량을 역대 최대 수준인 5만4000가구로 확대하고, 청년 대상 공급 비중도 30% 이상으로 늘릴 예정이다. 아무래도 전세사기 걱정 없이 안심하고 살기에는 민간 빌라보다는 LH 청년매입임대주택이 나을 수밖에 없기에, 수요가 집중된 서울과 수도권 도심을 중심으로 청년매입임대주택을 공급할 계획이다.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T S 엘리엇은 "집은 한 사람이 시작되는 곳"이라고 했다. 청년들의 주택 문제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은 청년에게 집은 단순한 주거 공간에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안팎으로 치이면서 살아가는 우리 청년들에게 집은 스스로 주인이 되는 유일한 안식처이자, 그 속에 어떤 가능성이 들어 있을지 모르는 작은 우주와도 같다. 한 사람의 삶이 시작되는 공간을 곳곳에 가꾸어주는 일이야말로 대한민국 청년들의 더 큰 미래를 위해 기성세대가 가장 먼저 살펴야 할 일이다.
[이한준 LH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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