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ADB 기후변화 투자사업서 참여기회 많아질 것"

한재범 기자(jbhan@mk.co.kr) 2024. 6. 9.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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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개발은행 산증인 엄우종 사무총장
32년전 2급 말단으로 입사
총장 역임 입지전적 커리어
임기 중 기후투자 대폭 늘려
30년 전 수혜국이었던 한국
이젠 명실공히 ADB 선도국
청년들 국제기구 취업 원하면
소통과 문제해결 능력 키워야
지난 5일 서울 중구 매경미디어센터에서 엄우종 아시아개발은행(ADB) 사무총장이 매일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한주형 기자

"한국은 아시아개발은행(ADB) 회원국 중 한 세대 만에 수혜국에서 원조국으로 탈바꿈한 유일한 나라입니다. 기후 네트워크 거점 'K-허브' 같은 국제 협력 사업 등에도 적극 기여하고 있는 만큼, 향후 아시아 개발도상국들의 기후변화 대응 및 지속가능한 성장을 돕는 리더 국가로 거듭날 겁니다."

지난 5일 서울 매일경제신문 본사에서 만난 엄우종 ADB 사무총장(60)은 최근 달라진 분위기를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32년간 이어진 ADB에서의 여정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도 그는 ADB를 통한 우리나라와 아시아 국가 간 협력과 공생을 강조했다.

K-허브는 우리 정부와 ADB가 연내 공동 설립할 예정인 기후테크 허브다. 기후 분야 네트워크 거점으로 각국 공공·민간 기후 전문가를 연결하고, 기후변화 관련 지식 전수·역량 강화 등 ADB의 기후 분야 사업을 설계하고 수행한다. 엄 사무총장은 "K-허브 구축은 매우 중요한 성과"라고 평가했다. 30년 전만 해도 수혜국에 지나지 않았던 한국의 ADB 내 역할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ADB는 우리에게 낯설면서도 친숙한 존재다. 1966년 아시아·태평양 지역 개도국들의 빈곤 퇴치와 경제협력 촉진을 목적으로 유엔이 주도해 설립했다. 1960년대 후반 경인고속도로 건설에 차관을 제공했고,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570억달러 중 40억달러의 차관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엄 사무총장은 ADB와 한국·미국·일본 등 6개국이 손을 맞잡은 아태기후혁신금융퍼실리티(IF-CAP)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고 말했다. IF-CAP는 ADB가 이미 지원한 사업을 보증함으로써 ADB의 신용을 보강해 늘어난 대출 여력으로 기후사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프로젝트다. 그는 "아시아 개도국들의 기후변화 대응에 이젠 한국이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올 10월 최종 합의를 위한 막바지 협의를 하고자 한국을 방문했다"고 밝혔다.

ADB는 68개국 회원국의 출자금을 개도국들에 대출해주는 것을 주요 사업 모델로 삼고 있다. 최근엔 기후변화 사업에 대한 투자 비중을 대폭 늘리고 있어 사실상 아시아 '기후은행'으로 불릴 정도다. 엄 사무총장은 "임기 중 기후변화 부문에 대한 ADB의 투자 목표액을 2030년까지 1000억달러로 설정하는 작업을 주도했다"고 말했다.

그는 ADB 최고위직으로 2021년부터 3년간 사무총장직을 수행했다. 사무총장직은 총재직 다음가는 직위로, 약 15년 만에 한국인 ADB 사무총장이 나온 쾌거여서 취임 당시 큰 화제가 됐다. 그의 커리어는 ADB 내에서도 입지전적으로 통한다. 1993년 ADB에 2급 사원으로 입행해 32년간 부국장, 지속가능개발 기후변화국장에 이어 사무총장직까지 역임했다. 말단 직원부터 시작해 사무총장직을 맡은 사례로는 ADB 내에서 최초다.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로 10년 전 라오스 1000㎿ 남테운 수력발전 사업을 꼽았다. 당시 ADB와 세계은행이 전 세계 17개 은행과 15억달러 규모의 기금을 조성했고, 프랑스 국영 전력회사 EDF는 이 기금을 이용해 라오스에 대형 수력발전소를 건설했다.

이 프로젝트 덕분에 라오스는 이웃 국가 태국에 전력을 수출해 수익을 창출했고, 태국은 반값에 가까운 가격으로 친환경 전력을 구매할 수 있었다. 엄 사무총장은 "ADB는 수익금이 빈곤층 서민에게도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수익 배분 전략을 라오스 정부에 요구 조건으로 걸었다"고 회고했다.

6월 사무총장 임기가 끝나면 그는 다국적 에너지 회사 '글로벌 에너지 얼라이언스 피플앤드플래닛'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한다. 그는 "록펠러재단, 아마존의 어스펀드 및 이케아가 출자한 운용자금 15억달러의 글로벌 펀드 회사"라며 "개도국들의 경제 개발 초기 단계부터 저탄소 경제 발전을 가능케 하는 에너지 프로젝트를 발굴할 것이다. 한국 기업들에도 많은 사업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기구 근무를 꿈꾸는 한국 청년들을 위한 조언도 해줬다. 엄 사무총장은 "조직 내 많은 문제는 공학적·기술적인 게 아닌 사람 간, 부처 간 소통의 부재에서 오는 것"이라며 "이 같은 문제들을 해결할 줄 아는 '문제 해결사' 자질을 갖춘다면 어느 국제기구를 가든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엄우종 ADB 사무총장

△1964년 서울 출생 △1975년 필리핀 이민 △마닐라국제학교 졸업 △미국 보스턴칼리지 컴퓨터공학과 졸업 △뉴욕대 경영학 석사(MBA) △1993년 아시아개발은행(ADB) 입사, 지속가능개발 기후변화국장·행정국장 역임 △2021년~아시아개발은행 사무총장 △2024년 글로벌 에너지 얼라이언스 피플앤드플래닛 CEO 취임 예정

[한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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