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월요일] 욕조와 무덤

김유태 기자(ink@mk.co.kr) 2024. 6. 9.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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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조에 몸을 담그고 천년의 잠을 청하려는 자의 지친 숨결 같은 시다.

혼곤한 나를 오늘만큼은 더운 물에 씻어버리자.

물의 지하로 들어가 무한 속에 나를 묻고 바깥 세상을 잊어보자.

어떠한 욕망도 품지 말고 나 자신의 끝없는 심연에 집중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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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나무는 아니지만

욕조에 누우면 잠들고 싶어서라도

나는 지금 적석목관분 안에 누운 것이다

(중략)

깜빡 잠이 들었는지

부식이 진행되었는지 손발 마디마디가 저리다

느낌도 욕망도 없는 식어버린 물이

지하 일백 미터 아래에 욕조를 묻어버린 듯

혼곤하다

- 송재학 '적석목관분' 일부

욕조에 몸을 담그고 천년의 잠을 청하려는 자의 지친 숨결 같은 시다. 피로에 전 가죽을 이끌고 하루를 살아냈으니 우리는 한 번쯤 정신의 욕조에 누워 휴식을 취할 필요가 있다. 혼곤한 나를 오늘만큼은 더운 물에 씻어버리자. 물의 지하로 들어가 무한 속에 나를 묻고 바깥 세상을 잊어보자. 어떠한 욕망도 품지 말고 나 자신의 끝없는 심연에 집중해 보자. 망각이 무덤의 뚜껑처럼 두텁게 닫히고 안식이 찾아올지도 모른다.

[김유태 문화스포츠부 기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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