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데스크] '1가구 1주택'이란 신화
변죽만 울리고 슬쩍 발빼
아직도 징벌적 과세 집착
지방 인구소멸 부추기고
'똘똘한 한 채' 양극화 심화
이동성 시대 유연 대응해야
지난주 서울 아파트 시황은 25개 자치구 모두 오름세로 전환했다. 무엇보다 주간 상승폭이 1%에 육박할 정도로 속도가 빨라진 것이 심상치 않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무려 55주 동안 쉼 없이 뛰며 매매가도 자극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최근 '똘똘한 한 채'를 노리고 지방에 있는 자기 집마저 던지고 서울 아파트를 매입한다는 상경 매수자들 목격담이 부동산 중개업계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현 국내 주택시장의 양극화를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다.
우리나라 제2의 도시라고 할 수 있는 부산광역시 거주민마저 수도권 원정 투자에 나설 정도로 지방에서 미래를 찾을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특히 지방 미분양 아파트가 쌓이면서 거래 자체가 막혀 이전의 자유가 제한된 상황과도 무관하지 않다. 1가구 1주택이라는 족쇄에 묶이니 새 아파트로 이사 가고 싶더라도 기존 집이 팔리지 않아 엄두가 안 날 정도로 지방 수요는 말라가고 있다. 그 와중에 수도권 주택시장에서는 국내 일자리를 잠식하고 나선 외국인들도 새로운 구매 주체로 유입되고 있다.
저출생과 인구 소멸 공포가 작년부터 본격 부상했는데, 지방 소멸 위기 이면에 일면 1가구 1주택이라는 신화에 기반한 징벌적 과세 정책이 이를 부추겼다는 분석도 부동산업계에서 회자되고 있다.
지난 10년간 공기업 지방 이전으로 가구 분화를 촉발해 지방 주택 수요가 발생하면서 이에 부응해 공급도 창출됐지만, 공기업 직원들이 점차 지방에서 조달되는 상황이 전개되면서 더 이상 서울에서 주택 수요가 옮겨 갈 유인이 사라졌다.
무엇보다 문재인 정부 때 다주택자를 투기꾼으로 몰아가 징벌적 과세를 때린 정책에 투기와는 거리가 먼, 지방 주택 추가 소유자들만 피해를 보았다. 고향 인근에 낡은 집 한 채를 두고 있던 서울에 살던 장손은 결국 세금 때문에 고민하다 지방 주택을 폐가시켰고, 자주 내려가지 않게 됐다. 풍광 좋은 지방 별장에 머물며 본인 가족은 물론 지인들에게 머물 기회를 주던 기업인도 결국은 세금 때문에 서울 집만 남기고 별장을 헐값에 정리해 버렸다.
이런 상황은 최근 인구 소멸 대응을 더 이상 정주인구가 아니라 생활인구 개념으로 해결하려는 분위기에 견주어 보면 여러모로 지방에 자주 내려갈 유인을 내치는 격이다.
총선이 끝나고 거대 야당으로 입지를 굳힌 더불어민주당 중진 의원들이 1가구 1주택 종합부동산세 폐지를 잇달아 내걸어 주목받았다. '집토끼'를 잃을 수 있다는 당내 반발에 변죽만 울릴 공산이 커졌지만 말이다. 이번 논란 속에서도 '금과옥조'처럼 살아남은 것은 1가구 1주택이었다. 한국에서는 일부일처제 만큼이나 강력한 규범이다. 해외에서도 유례가 없다. 싱가포르가 1가구 1주택을 강하게 유지하고 있지만, 우리나라가 인구 600만의 도시국가와 비교할 수준은 아닐 터다.
영국 런던에선 주중에 좁은 도심 집에서 일하다가 주말이면 교외 별장(세컨드홈)으로 넘어가 농장 일을 하거나 휴식을 취하는 삶이 부러움의 대상이다. 2000년대 초반 영국 정부가 지역경제 활성화와 주택 개발을 촉진하는 효과를 노리고 각종 세제 혜택 등을 제공하면서 시골집 매입을 적극 장려한 덕분이다.
최근 우리 정부도 지방 살리기 장려책을 내놓기는 했다. 지방 인구 감소 지역에서는 4억원 이하의 미분양 주택을 구매할 경우 주택 수에 넣지 않아 1주택자로 인정받는다든지, 최근 주목받는 노인복지주택도 임대가 아니라 분양할 수 있도록 해주는 방식이다.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취지라고는 하지만 여전히 관련 수요가 살아나지 않아 자칫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까 걱정이다. 실제 투입된 많은 예산만큼 지방 살리기가 효과적이었는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차라리 1가구 1주택 정책을 재고해 보는 것이 낫지 않겠나.
[이 한 나 부동산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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