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림 전 한국시인협회장 별세

장상민 기자 2024. 6. 9.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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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단의 원로 김광림(본명 김충남) 전 한국시인협회장이 별세했다.

유족들은 김 시인이 9일 별세했다고 전했다.

1992년부터 1994년까지 제28대 한국시인협회장을 맡아 활동했다.

정지용, 김기림에서 시작해 김광섭, 박남수 등을 거치며 형성된 한국시의 주지주의적 흐름을 잇는 모더니즘을 계승한 시인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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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림 시인. 연합뉴스 김광림 시인. 연합뉴스

시단의 원로 김광림(본명 김충남) 전 한국시인협회장이 별세했다. 향년 95세.

유족들은 김 시인이 9일 별세했다고 전했다. 1929년 함경남도 원산에서 태어난 김 시인은 1948년 홀로 월남해 같은 해 ‘연합신문’에 시 ‘문풍지’를 발표하고 등단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한국전쟁에 육군 소위로 참전하기도 한 고인은 1959년 첫 시집 ‘상심하는 접목’을 펴냈다. 1961년에는 김종삼, 김요섭 시인 등과 함께 문예지 ‘현대시’의 창간 동인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고려대 국문과를 졸업한 고인은 문화공보부, KBS, 한국외환은행 등에 잠시 재직한 뒤 장안대 교수로 봉직하다 1996년 퇴직했다. 1992년부터 1994년까지 제28대 한국시인협회장을 맡아 활동했다.

김 시인은 서구 모더니즘의 바탕에서 이미지를 통한 명징한 시 세계를 추구한 시인으로 꼽힌다. 정지용, 김기림에서 시작해 김광섭, 박남수 등을 거치며 형성된 한국시의 주지주의적 흐름을 잇는 모더니즘을 계승한 시인으로 평가된다.

"꽃은 꺾인 대로 화병에 담아 채우면 / 금시 향기로워 오는 / 목숨인데 / 사람은 한번 꺾어지면 / 그만 아닌가 (중략) 사람도 그만 향기로울 데만 있으면 / 담아질, 꺾이어도 좋은 / 꽃이 아닌가"

1959년 ‘사상계’에 발표한 시 ‘꽃의 반항’은 전후(戰後)의 황폐함을 배경으로 꽃과 인간의 속성을 대비시키며 도회적 서정을 담아낸 작품이다.

화가 이중섭(1916~1956)과의 각별한 인연도 회자된다. 해방직후 1947년 원산에서 이중섭을 처음 만난 김 시인은 이중섭이 세상을 떠난 1956년까지 인연을 이어갔다. 장교 복무시절 이중섭의 요청에 따라 외출을 나올 때마다 보급품 박스 속에 있던 양담배 은박지를 수집해 그림의 재료로 전해줬던 장본인이다. 생전에 이중섭은 극도의 자기혐오 속에서 자신의 그림들을 불살라 달라고 고인에게 부탁한 적이 있는데, 김광림은 당시 이중섭의 그림들을 잘 보관했다가 돌려주었다고 한다. 이런 내용들은 고인이 2006년 펴낸 ‘진짜와 가짜의 틈새에서-화가 이중섭 생각’에 담겼다.

고인은 1980년대부터는 한국시의 국제화를 위해 힘쓰면서 한·중·일 시단 교류에도 힘썼다. 시집 ‘오전의 투망’, ‘천상의 꽃’, ‘앓는 사내’ 등의 시집과 ‘존재에의 향수, ‘아이러니의 시학’, ‘일본현대시인론’ 등의 평론집을 남겼으며, 한국시인협회상, 대한민국문학상, 대한민국 보관문화훈장, 일·한 문화교류기금상, 청마문학상 등을 받았다.

장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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