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컬렉션의 힘 … 릴레이 기증으로 근현대 걸작전 열려
윤중식·이완석·이동엽 등
유족들 미술품 쾌척 줄이어
전체 소장품 중 절반 넘어
1960·70년대 구상회화 전시
2021년 이건희컬렉션이 몰고 온 바람은 거셌다. 미술품 기증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국립현대미술관에는 개인 소장가나 작가 유족 등의 기증이 큰 폭으로 늘어났다.
2021년 한 해에만 이건희컬렉션 1488점과 동산박주환컬렉션 195점을 시작으로 한운성 등 작가들에 의한 기증 173점과 작가 유족의 기증 183점이 연달아 이어졌다. 한 해 동안 2134점이 모였는데 이는 연평균 200여 점에서 폭발적으로 뛴 수치다.
특히 이병규와 윤중식의 작품은 이건희컬렉션에 포함되어 각각 5점, 4점이 기증된 후 유족들에 의해 2021년 하반기에 각각 13점, 20점 추가 기증으로 이어졌다. 이듬해에는 윤일주, 이완석, 이동엽, 최욱경, 김용관 등의 기증이 이어졌고, 2023년에도 임일영 등이 기증했다. 이로써 2023년 말까지 기증품은 전체 소장품 1만1560점 중 6429점으로 절반이 넘는 55.6% 비중을 차지하게 됐다.
자식처럼 아끼던 미술작품을 선뜻 기증한 이들 덕분에 뜻깊은 전시가 열린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9월 22일까지 열리는 'MMCA 기증작품전: 1960-70년대 구상회화'다. 지난 5년간 기증 작품 중 이병규, 도상봉, 윤중식, 박수근, 김영덕, 김태 등 국내 작가 33명의 구상회화 작품 153점을 선보인다.
윤대경 씨는 부친 윤중식의 그림 20점을 기증하며 "이건희컬렉션이 전국적 순회를 하는 걸 보고 기증을 마음먹었다. 부친의 분신 같은 그림이라 기증할 때 온 식구가 며칠 잠을 못잤는데, 지금 전국 미술관을 도는 걸 보니 너무 흡족하다"고 말했다.
추상미술 일색의 미술계에 이번 전시는 복고(復古)의 의미뿐 아니라, 전시의 다양성 측면에서도 반길 만하다. 이건희컬렉션 104점이 포함돼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이 1960~1970년대 집중적으로 수집한 그림을 만나고, 다채로운 기증품은 이 시대 구상화단의 지도를 폭넓게 그려 보인다.
구상화의 본류는 일본 근대식 미술학교였다. 고희동, 김환호, 김찬영 등 1세대가 일본에서 배운 서양미술을 국내에 전했고 이병규 도상봉 오지호 김인승 등은 정물, 풍경, 인물 등을 통해 일본에서 체득한 자연주의 화풍을 구사했다.
추상화 물결이 강하게 불어오면서 위기감을 느낌 구상화가들은 1958년 목우회를 설립해 한국적 아카데미즘을 계승했다. 이병규 도상봉 김인승 이종무 김숙진 김춘식 등이 대표적 작가다. 특히 유족이 기증해 공개된 이병규는 '자화상' 등 양정학교 서화교사로 활동하며 학교 온실에서 그린 톡특한 녹색풍의 풍경화와 인물화를 선보인다.
한국인이 사랑하는 정물화가 도상봉의 '국화'(1958), 박수근의 '농악'(1960년대), '소의 작가' 황유엽의 '고향의 노래', 어촌 풍경을 인상주의 화풍으로 담아낸 김춘식의 '포구(浦口)'(1977) 등 이건희컬렉션 걸작들이 이번에 공개된다.
1967년 구상전도 구상화풍의 발전에 큰 역할을 했다. 황유엽, 이봉상, 최영림, 박고석, 홍종명 등 1967년 구상전을 발족한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한다. 이들은 종래의 아카데믹한 양식의 틀에서 벗어나 대상에 대한 수동적 태세를 지양하고 내면의 이미지를 독자적으로 표출했다.
BTS RM의 소장품으로도 유명해진 윤중식은 이번 전시 최고의 발견이다. 이북 출신으로 월남 후 딸을 잃고 아들과 단둘이 살면서 평생 고향을 그리워했다.
'금붕어와 비둘기'(1979)에서 보듯 비둘기, 오리, 거위 등 고향의 소재를 즐겨 그렸고 야수주의와 표현주의 양식을 바탕으로 대담한 요약과 강렬한 색채를 특징으로 한다. 아들 윤대경을 그린 '소년과 정물'에선 애틋한 가족애를 느낄 수 있다. 재료비가 부족해 미군부대 천막을 캔버스 삼아 그린 김태의 마티에르가 두터운 회화들도 기증으로 이번에 처음 공개된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미술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건희 기증관 건립'에 관한 질문에 "문화체육관광부가 추진 중인 것으로 알고있다. 미술계에선 근대미술관, 기증관 등 여러 의견도 나오고 있으나 확정적 답변을 줄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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