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마약 부정적 이미지 벗고 변신…방사선 육종기술과 만나 의료 등 활용 `무궁무진`
"국내에서 대마하면 마약류라는 부정적 인식이 강한데, 방사선 육종기술을 적용하면 의료용이나 산업용으로 활용도가 매우 큽니다."
전북 정읍의 한국원자력연구원 첨단방사선연구소. 방사선육종시험장에 설치된 유리온실에 들어서자 낯선 풀잎 향이 코를 강하게 자극했다. 식물을 재배하는 여느 온실과 다름 없어 보였다. 모종에서 화분에 옮겨 심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듯 연녹색의 어린 식물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산업용으로 쓰기 위해 재배되고 있는 대마다. 아직 꽃이 피지 않은 어린 식물체로, 방사선 기술을 적용해 대마에 포함된 향정신성물질(THC) 함량을 '제로(0)'로 만들어 다양한 분야에 쓸 수 있게 실험용으로 키우는 것이다. 대마는 THC 함량을 기준으로 0.3% 미만이면 '헴프'로 분류돼 산업용으로 활용 가능하다. 0.3% 이상이면 마리화나로 분류돼 재배 자체가 금지된다.
김상훈 방사선육종실 책임연구원은 "대마에는 THC를 비롯해 칸다비디올(CBD), 칸나비제롤(CBG), 칸나비크로멘(CBC) 등을 포함한 120여 종의 칸나비노이드 성분이 들어있다"며 "세계적으로 THC,CBD를 중심으로 다양한 의학적 효능을 파악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대마의 추출물인 칸나비노이드는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뇌전중, 고혈압, 각종 염증, 수면성 무호흡, 우울증, 불안장애 등 다양한 질환에 의학적 효과가 있는 것으로 입증됐다. 미국, 캐나다, 독일, 태국 등 48개국은 대마를 의료용으로 쓸 수 있도록 합법화했다. 미국에서는 2014년 드라벳 신드롬(소아 뇌전증의 한 종류)을 앓는 6세 여자 아이가 대마 추출물인 CBD 오일을 활용한 결과, 발작 횟수가 크게 감소한 사례가 방송돼 관심을 모았다.
김 책임연구원은 "미국은 2018년 대마의 합법적 대량 재배와 생산을 허용해 CBD를 의학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연구와 산업이 활기를 띠고 있다"며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승인한 대마 유래 및 합성의약품은 4종에 이르고, 향후 의료용 대마 글로벌 시장은 가파른 성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유리온실 옆 스마트팜에는 환한 LED 조명 아래 식물이 재배되고 있었다. 유리온실에서 어느 정도 자란 대마를 옮겨 인위적 재배 조건에서 꽃을 피우고, 산업용 대마를 만드는 연구에 쓴다. 이곳에서 확보한 대마 종자는 첨단방사선연구소가 보유하고 있는 방사선 육종과 배수체 육종(염색체 수를 늘려 우수한 형질을 얻는 돌연변이 육종), 교배육종 등의 기술을 적용해 'THC 0% 대마 품종' 개발 연구에 쓴다.
한국과 달리 미국은 유전자편집기술을 활용해 THC를 전혀 함유하지 않으면서 CBG 등의 함량을 높인 대마 품종이 개발돼 유전자변형식물(GMO)로 2건 승인받았다.
김 책임연구원은 "대마 재배가 합법화된 나라에서 생산된 대마의 25% 가량이 THC 0.3% 함량을 넘어 수확과 함께 폐기된다"면서 "우리는 세계 최고 수준인 방사선 기술을 적용해 THC 함량 완전 제로 수준의 신품종을 개발, 급성장하는 의료용 대마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첨단방사선연구소는 지난해부터 2028년까지 5년 간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의 창의형융합연구사업 지원을 받아 '의료용 대마 연구개발 통합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의료용으로 대마 신품종 개발부터 스마트팜을 활용한 재배 플랫폼 구축, 대마의 유효물질 라이브러리 확보, 유효성분의 효능 평가, 현장 진단용 검출 플랫폼, 대마 의약제품 시작품을 연구한다.
첨단방사선연은 △방사선 육종기술을 활용해 THC 0% 대마 품종 2종 △배수체육종기술로 CBD,CBG,CBC 등의 함량을 높인 대마 품종 2종 △교배육정을 통한 THC 0.3% 미만 대마 품종 2종 등을 개발하는 게 목표다. 현재 국산 대마 품종 개발은 걸음마 단계이고, 대부분 해외 품종을 가져와 연구에 활용하는 수준에 그친다. 첨단방사선연은 새만금에서 수출용 대마를 재배·가공하기 위한 전북도의 '의료용 대마 산업화 클러스터 구축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정병엽 첨단방사선연구소장은 "지난 20년간 벼, 콩, 화훼, 케나프 등에서 쌓은 방사선 육종기술 역량을 토대로 국산 대마 품종 개발과 산업화를 이루겠다"고 밝혔다. 정읍(전북)/글·사진=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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