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두 딸 공개석상 나섰다…‘후계작업 수순’ 관측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두 딸이 공개석상에 여간해선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그간의 잠행 기조를 깨고 포럼 연사로 전면 등장했다.
8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과 AFP 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의 딸로 알려진 마리아 보론초바(39)와 카테리나 티호노바(37)는 지난 5~8일 열린 상트페테부르크 국제경제포럼(SPIEF)에서 잇따라 연사로 나섰다.
작은딸인 티호노바는 지난 6일 군산복합체의 기술 주권 보장과 관련해 영상 강연을 했다.
그는 러시아 국가지력발달재단(NIDF)의 총책임자로 포럼 연설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으며, 러시아군과 관련된 분야에서 일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AFP에 따르면 티호노바는 영상 강연에서 “국가의 주권은 최근 몇 년 새 중요한 논제 중 하나이며 러시아 안보의 기초”라고 강조했다.
또 기술 주권 증진을 위해 국방 부문이 해야 할 일에 대해서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큰딸인 보론초바는 소아 내분비학 전문가로 러시아 과학진흥협회를 대표해 지난 7일 생명공학 혁신 등에 대해 연설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두 딸은 푸틴 대통령과 전부인 류드밀라 사이에서 태어난 딸들로 알려져 있다.
푸틴 대통령은 승무원 출신 류드밀라와 1983년 결혼했다가 지난 2013년 이혼했다.
푸틴 대통령은 딸들이 과학과 교육 분야에서 일하고 있으며 손자도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이들의 이름을 확인해 준 적은 없다.
연사로 나선 두 사람에 대해서도 친딸이라고 공개적으로 인정한 적은 없다. 다만 미국 재무부는 2022년 제재 당시 두 사람을 푸틴 대통령의 딸로 간주했다.
외신은 두 사람이 최근 몇 년간 포럼이나 업계 행사 등을 통해 점점 더 공개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 독립 매체 노바야 가제타 유럽에 따르면 두 사람 모두 과거 SPIEF에 참석한 적은 있지만 작은딸 티호노바만 연설한 이력이 있고, 두 딸 모두 연사로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2022년 4월부터 미국과 영국의 제재 대상에 오른 상태다.
전문가들은 푸틴 대통령의 재산 중 일부가 가족들의 이름으로 숨겨져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 2월 옥중에서 사망한 러시아 반정부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의 반부패재단은 지난 1월 큰딸 보론초바가 2019~2022년 의료회사 직원으로 재직하며 1000만 달러(약 140억원) 이상 벌어들였다고 주장했다.
보론초바는 네덜란드 사업가와 결혼해 네덜란드에서 330만 달러(약 46억원) 상당의 호화 아파트에 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티호노바는 러시아 재벌인 키릴 샤말로프와 결혼해 프랑스 비아리츠에 방 8개짜리 빌라를 수백만 달러에 매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티호노바 부부는 이후 이혼했다.
티호노바는 한때 곡예 로큰롤 댄서로도 활동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공식적으로 확인된 바는 없다.
푸틴 대통령은 딸들을 비롯해 가족 사항에 대해 가급적 비공개하는 태도를 보였는데, 가족 문제가 반대편에 의해 악용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때문에 푸틴 대통령은 과거 딸들이 정치에 참여하지 않고 평범한 삶을 살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에게 혼외 자녀가 더 있다는 소문에 대해선 크렘린궁은 일관되게 부인하고 있다.
지난 5일 블룸버그 통신은 이번 SPIEF가 크렘린궁 고위 관리들의 2세를 위한 ‘쇼케이스’가 되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크렘링궁 출신 정치분석가 예브게니 민첸코는 러시아 권력 구조를 다룬 보고서에서 “대표적인 정치 엘리트의 왕자들이 부상하기 시작했다”고 언급했다.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마리아 스네고바야 선임연구원은 “후계자에 대한 점진적인 권력 이양이 일어나고 있다”면서 “엘리트층을 새로 유입해 활력을 불어넣으려는 시도”라고 진단했다.
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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