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창무'의 대모 김매자 "40년 지나도 여전히 춤출 수 있는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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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매자(81) 창무예술원 이사장은 한국 창작춤의 대모다.
여전히 무대에 올라 춤을 추는 현역 최고령 무용수인 그가 최근 '한국 무용사'와 '세계 무용사'를 재출간했다.
한국 춤의 흐름을 한눈에 살필 수 있는 '한국무용사 연표'를 만들어 내용을 추가하고 춤 동작을 기호와 그림으로 기록한 각종 무보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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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년 만에 개정판 '한국 무용사' 이어
'세계 무용사'도 41년 만에 재발간
"옛 춤 복원한 느낌...오래 추고파"
"춤은 모든 예술의 어머니다. 음악과 시는 시간 속에 존재하고 회화와 조각은 공간 속에 존재한다. 그러나 춤은 시간과 공간 속에 동시에 존재한다. 창조자와 창조물, 즉 예술가와 작품은 아직 하나인 채로 있을 따름이다."
-'세계 무용사' 중
김매자(81) 창무예술원 이사장은 한국 창작춤의 대모다. 여전히 무대에 올라 춤을 추는 현역 최고령 무용수인 그가 최근 '한국 무용사'와 '세계 무용사'를 재출간했다. 그가 저자와 역자가 되어 만든 두 책은 오래전 출간됐다가 절판됐다. 출판사의 제의로 수십 년 만에 저자로 소환된 그는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잃어버린 자식이 다시 살아 돌아온 기분"이라며 "죽은 자식이 소생한 순간까지도 춤을 추고 있으니 나는 참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한국 창작춤을 일군 춤꾼으로 평가받는다. 1976년 한국 최초 창작춤 단체 '창무회(창작무용연구회)'를 창단해 수많은 무용수를 배출했다. 1993년부터는 창무국제예술제를 진두지휘하는 예술감독으로 춤 세계를 선보이며, 세계 유수 극장의 초청을 받아 800회 이상 해외 무대에 올랐다. 그런 그가 41년 전 한국에 번역해 소개한 책이 '세계 무용사'다. 독일 인류학자인 쿠르트 작스가 1933년 쓴 책으로, 무용서적의 고전으로 통한다. 이 책과 그의 인연은 미국 뉴욕에서 공부하던 연구생 시절 시작됐다. "맨해튼 책방에서 이 책을 집었는데 페이지를 넘기다가 한국의 '검무'를 담은 흑백 사진을 본 거예요. 한국 춤은 물론이고 한국 자체를 세계가 잘 모르던 시절에 미국 한복판에서 한국 궁중 무용을 발견하고 '운명'임을 직감했죠." 3년 넘게 번역 작업에 매달린 끝에 1983년 내놓은 책은 1992년 재출판됐다가 다시 절판됐다.
김 이사장이 쓴 '한국 무용사'도 비슷한 운명을 맞았다. 이화여대 무용과 초대 교수로 강의하면서 모은 자료를 바탕으로 한국 춤의 기원부터 궁중무용과 불교의식무용, 민속 무용과 무속 춤, 현대의 창작 춤을 망라한 한국 무용사를 1995년 집대성해 내놨지만 이내 절판행이었다. "처음부터 책을 쓰기 위한 것이 아니었어요. 춤꾼으로서, 교육자로서 나의 춤과 우리 미의식을 찾고 설명하기 위한 과정이었죠. 평생 어지간히 춤을 만들고 무대에 올렸는데 그 바탕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거예요."
두 책은 출간 당시의 오류를 바로잡고 역사를 추가해 더 두툼해졌다. 한국 춤의 흐름을 한눈에 살필 수 있는 '한국무용사 연표'를 만들어 내용을 추가하고 춤 동작을 기호와 그림으로 기록한 각종 무보도 실었다. 그는 "한 권은 우리 고유의 춤을 복기하는 책이고, 다른 하나는 춤의 보편성을 이야기하는 책"이라며 "과거 원고를 다시 보면서 전통 춤을 뿌리로 보편의 춤을 만들고자 했던 평생의 업을 정리하는 기분이다. 독자들도 그런 측면에서 바라봐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40년 지나도...그저 춤이 좋을 뿐"
"춤에 관한 한평생 한 번도 권태기가 없었다"는 김 이사장은 지금도 매일 2시간씩 춤 연습을 하고, 자신이 운영하는 극장에 창작 공연을 올린다. 국가무형유산 승무 이수자이면서도 전통 무용의 계승자로만 남기를 거부하고 끊임없이 스스로를 단련하며 시대의 춤을 만드는 것이다. "춤이란 보편적인 것이기에 '전통 춤'이라는 틀에 갇히지 않으려 해요. 춤꾼으로서는 나만의 독특한 무엇을 담아야 하죠. 40년 전이나 지금이나 그 바탕은 내가 타고난 전통과 역사임을 부정할 수 없어요." 1970년 후반 한복을 입은 채로 버선을 벗은 맨발로 춤을 추고, 그걸 하나의 장르로 만든 파격의 춤꾼에게 다시 돌아온 두 책은 그래서 특별하다. "자기화한 것이 없으면 세계인들의 마음이 동화될 수 없다는 걸 후배들이 기억했으면 해요. 다시 불려 나온 책이 오래오래 남아 우리 춤과 문화가 융숭해지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손효숙 기자 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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