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전단 이틀 만에 또다시 오물 풍선 부양…다시 커진 시민 불편·불안

오동욱 기자 2024. 6. 9.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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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8일 오후 11시 오물 풍선을 살포를 재개했다. 지난 1일과 2일 오물을 매단 풍선 700여개를 날린 지 6일 만이다. 북한이 띄운 풍선이 9일 서울과 인천·경기 등 도심지에서 발견되자 온·오프라인 할 것 없이 “정부의 강경 대응으로 인한 피해를 고스란히 시민들이 보고 있다”며 불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통령실은 이날 북한의 오물 풍선에 대응해 대북확성기 방송 재개 방침을 밝히며 ‘강 대 강 카드’를 꺼내 들었다.

북한이 8일 저녁 띄운 풍선에 실려 날아온 물건이 9일 오전 서울 성북구 석관동 길 위에 뿌려져 있다. 소방재난본부 제공

서울 성북소방서와 경찰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쯤 서울 성북구 석관동 3곳에서 북한이 날려 보낸 풍선이 발견됐다. 오물 풍선이 떨어진 곳에서 10m 정도 떨어진 곳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박모씨(71)는 “아침 산책을 하는데 우리 가게 근처에도, 아이들이 노는 인근 놀이터에도 오물 풍선이 떨어져 있었다”며 “뉴스로만 보다가 실제로 보니 너무 무섭고 불안했다”고 말했다. 간호사 안모씨(37)도 “뭐가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직업이 직업이다 보니 바이러스나 병균이 있진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지난 6~7일 탈북민 등 민간단체에서 날려 보낸 대북 전단이 이번 오물 풍선의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대북 전단 풍선 보내기를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석관동 인근에서 퀵서비스를 하는 한모씨(58)는 “우리는 달러도 보내고 임영웅 노래도 보내는데 북한은 오물을 뿌린다”며 “사실 피해 정도만 보면 우리가 더 큰 데 그것 좀 그만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들은 북한에 대한 강경 대응과는 별개로 ‘남북 대화’의 필요성을 피력하기도 했다. 아침 출근길에 경찰과 군인이 오물 풍선 잔해를 치우는 것을 목격했다는 이정귀씨(60)는 “이러다가 미사일이라도 쏘는 것은 아닌지 불안하다”며 “교류하는 것까진 아니더라도 대화로 평화무드를 만들어서 북한이 오물을 보내는 일은 없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씨도 “피해를 윤석열(대통령)이 보나, 막말로 피해는 우리가 보지”라며 “정부는 대북방송이다 뭐다 강경하게 나간다고 하는데 대화를 하든지 해서 편안하게 살게끔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8일 저녁 띄워 보낸 풍선에서 나온 물품이 9일 오전 서울 성북구 석관동에 있는 한 어린이공원에 떨어져 있다. 소방재난본부 제공

합동참모본부는 풍선 내용물을 분석한 결과 인체에 해로운 성분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엑스(구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커뮤니티를 보면 “오물 풍선에 생화학무기를 넣으면 속수무책인 것 아니냐”“풍선에 뭘 넣을지 몰라 무섭다”는 등의 시민 반응이 올라왔다. 일부 누리꾼은 “연평도 포격이 불과 2010년에 일어난 일인데 (대북 전단을 살포해) 왜 굳이 전쟁의 불씨를 키우려는 것이냐”, “(오물 풍선을) 보낼 거면 용산에 정밀 조준해서 보내라”며 대북 전단 살포를 방치하는 정부 태도를 비판하기도 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장호진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의를 열고 “오늘 중 대북 확성기를 설치하고 방송을 할 것”이라며 “우리가 취하는 조치들은 북한 정권에게는 감내하기 힘들지라도, 북한의 군과 주민들에게는 빛과 희망의 소식을 전해 줄 것”이라며 밝혔다.

합동참모본부(합참)는 이날 오전 10시까지 북한이 띄운 풍선 330여개 중 80여개가 남측에 떨어졌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오전 10시30분까지 39개가 서울에 낙하했다고 밝혔다. 동대문구 8건, 성북구 7건, 노원구 6건, 중랑구 4건, 중구 3건, 은평구 3건, 종로구 3건, 서대문구 2건, 강남구 1건, 영등포구 1건, 용산구 1건 등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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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욱 기자 5do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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