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UPS 16년 근무경험 살려 물류혁신 주도

이효석 기자(thehyo@mk.co.kr) 2024. 6. 9.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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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구 롯데글로벌로지스 대표
취임 넉달 만에 알리 택배물량 첫 수주
10월엔 베트남 콜드체인 물류센터 착공
헝가리 이차전지 물류거점으로 키울 것
1분기 실적 양호 … 내년 IPO 전망 밝아
강병구 롯데글로벌로지스 대표가 지난달 서울 송파구에 있는 동남권터미널 내 사무실에서 매일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충우 기자

최근 국내 택배업계에선 CJ대한통운과 한진이 선점한 'C커머스' 배송 구도에 균열이 생겼다.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알리익스프레스의 경쟁입찰에 도전장을 내밀며 뛰어들더니 기어코 택배 물량 일부를 따내면서부터다. 롯데글로벌로지스가 C커머스 물량을 확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2월부터 롯데글로벌로지스 수장이 된 강병구 대표(56·사진)의 역할이 작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물류 작업이 한창인 서울 송파구 동남권터미널에서 최근 매일경제와 만난 강 대표는 이제 숨을 돌렸다며 취임 후 4개월간의 일을 술회했다. 특히 그는 알리 물량 수주와 관련해 "하반기 또 다른 C커머스 업체인 테무 역시 택배 경쟁입찰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면서 "알리 때처럼 입찰제안서를 받으면 적극 참여할 것"이라고 의지를 다졌다.

업계에서 드물게 미국 현지에서 물류를 해본 경험이 있는 강 대표는 그간 글로벌 물류 인프라스트럭처 확대에 공들여왔다. 엔데믹 후 국내 택배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하는 가운데 미국 최대 물류회사인 UPS에서 일하며 배웠던 노하우를 롯데 물류에 이식해 글로벌 역량을 키우겠다는 게 그의 목표다. 그는 최근 한국해양진흥공사와 손잡고 글로벌 물류 인프라스트럭처에 약 5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한 계획을 소개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베트남에 진출한 롯데그룹 계열사와 국내 진출 기업의 수출입 물류를 원활히 지원하는 인프라 투자에 집중한다. 회사는 우선 올해 10월 500억원을 들여 베트남 호찌민에 냉동·상온창고를 갖춘 콜드체인 물류센터를 착공한다. 베트남 현지의 5만5487㎡(약 1만6804평)에 달하는 용지(장기 30년 이상)를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강 대표는 "물류센터를 통해 현지 롯데마트에 식품 등을 공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롯데그룹의 화학 계열사와 국내외 2차전지 제조사를 대상으로 유럽 내 2차전지와 일반 제품을 취급하는 물류센터도 헝가리에 만들 계획이다. 롯데 화학 계열사와 국내 기업의 암모니아 해상 수송을 위한 선박 수주와 운용에도 나선다. 이를 위해 선박 2척을 1척당 1200억원의 가격으로 구입하기로 했다.

강 대표의 글로벌 물류 역량은 그의 보기 드문 경력에 기인한다. 그는 미국 탬파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플로리다 메트로폴리탄대에서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취득했다. 1998년 미국 최대 물류회사인 UPS에 입사해 10여 년간 물류 업무를 수행했다. 삼성SDS를 거쳐 2016년 3월부터 2021년 8월까지 아시아인 최초로 UPS 본사 부사장을 지냈다. UPS에서만 16년 넘게 일한 글로벌통이다. 2021년 8월 CJ대한통운의 글로벌 부문 대표로 영입되기도 했다.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있는 롯데글로벌로지스 입장에선 해외 사업 확장이 그만큼 간절하다. 롯데그룹 내에서 유력한 상장 후보로서 기대가 큰 만큼 상장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고 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최대주주인 롯데지주 다음으로 많은 21.87%를 보유한 재무적투자자(FI) 에이치프라이빗에쿼티(PE)와 협의를 통해 풋옵션(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기한을 내년 1월로 연기했다. 내년까지 IPO가 힘들어지면 에이치PE가 풋옵션을 행사해 롯데지주가 FI 지분을 사줘야 한다.

강 대표는 "올해 1분기 양호한 실적을 달성해 출발이 좋다"며 "상장 준비를 충실히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롯데글로벌로지스의 올 1분기 매출은 885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 줄어든 반면 영업이익은 223억원으로 26.8% 늘었다. 당기순이익도 54.9% 증가한 70억원을 달성하며 수익성 개선에 성공했다. 지난해 실적 성장세가 주춤했던 분위기를 역전한 것이다.

지난해에는 부채비율을 7%포인트 줄여 재무구조도 개선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2022년까지 메가허브터미널 등 대규모 물류 인프라에 투자해왔다. 이에 따라 차입금 및 부채비율이 2022년 361%로 높아졌으나 지난해 354%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 강 대표는 "수익성을 개선해 부채비율을 20%포인트까지 낮추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물류 노하우를 활용해 고객과 직접 만나는 차별화 서비스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이달 인천 영종도에 있는 인스파이어 엔터테인먼트 리조트에 '이지드랍' 2호점을 열 것이라고 밝혔다.

이지드랍은 여행객이 지정된 호텔 내 체크인 카운터에서 수하물을 부치고 이를 도착지 공항에서 찾을 수 있는 서비스다. 시내 거점에 인천공항에서 사용 중인 발권, 수속 장비를 갖춰놓아 가능한 일이다. 여행객은 아침 일찍 수하물을 맡기고 짐 없이 여행 마지막 날을 즐길 수 있다. 이달부터 이용할 수 있는 항공사로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에 이어 티웨이항공도 추가한다.

그는 올해 말까지 현장 행보에도 공들일 생각이다. 그간 회사에서 추진하는 국내외 사업 현황과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부산·광주·울산·오산·인천 등 전국에 200곳이 넘는 현장 중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는 터미널과 집배송센터, 물류센터를 우선 찾았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아시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진천메가허브터미널에 택배터미널 19곳, 집배송센터 82곳, 물류센터 178곳을 운영하고 있다.

강병구 대표 △1968년 부산 출생 △1990년 미국 탬파대 경영학과 △1995년 플로리다 메트로폴리탄대(현 에베레스트대) MBA △1998년 미국 UPS 입사 △2008년 삼성SDS 수석컨설턴트 △2016년 UPS 부사장 △2021년 CJ대한통운 글로벌부문 대표 △2024년 롯데글로벌로지스 대표이사

[이효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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