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트지오, 나흘 만에 ‘세계 최고’서 ‘메이저와 어깨’로 전락[뉴스분석]

김경학 기자 2024. 6. 9.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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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에도 해소되지 않은 의문들
면밀하지 않았던 윤 대통령 브리핑
“결과 검증” 아닌 “방법론 검증” 등
우선 발표 뒤 수습하는 정황 이어져
유망성 높다면 해외 투자 적극 검토할 필요
미국 액트지오의 비토르 아브레우 고문이 지난 7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과 관련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동해 심해 석유 탐사 자료를 정밀 분석한 미국 자문업체 ‘액트지오’의 비토르 아브레우 고문 등이 지난 7일 기자회견을 열었지만, 결과의 신뢰성에 대한 의문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더구나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직접 브리핑을 한 이유나 과정, 호주 기업 ‘우드사이드’의 철수 배경 등을 둘러싼 의문의 깊이는 점차 깊어지고 있다.

가장 큰 의문 중 하나는 윤 대통령이 직접 브리핑을 한 이유다. 대통령이 직접 나선 이유로 정부는 지난 7일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석유·가스 전량을 수입하는 우리나라 현실에서, 에너지 안보 및 국민 경제에 미치는 중요성 측면에서 이번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이 갖는 의미와 향후 계획을 국민에게 알릴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지난 일련의 과정을 보면, 윤 대통령 브리핑이 성급히 준비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곳곳에서 포착된다. 우선 정밀 분석을 담당한 미국 자문업체 액트지오에 대한 평가다. 윤 대통령은 “세계 최고 수준의 심해 기술 평가 전문기업”이라고 말했다. 브리핑 직후부터 사실상 ‘1인 재택 기업’ 액트지오의 규모 등이 드러나며 전문성, 결과에 대한 신뢰성에 대한 의혹이 확산했다.

이에 정부·한국석유공사는 아브레우 고문 개인의 전문성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업체는 작을 수 있지만 개인 역량은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곽원준 석유공사 수석위원은 기자회견에서 “심해지역의 최고 기술 전문 업체”라고 말했다. 그러다 같은 날 오후 배포된 정부 자료에서 다시 평가 절하됐다. 산업부는 이날 안덕근 장관이 아브레우 고문을 만났고, 이 자리에서 아브레우 고문이 액트지오를 “심해 분야 인력과 역량은 메이저 업체와 비교해도 경쟁력을 갖췄다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의 브리핑 준비가 면밀하지 못했던 부분은 단어 선택에서도 드러난다. 윤 대통령은 브리핑에서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서 막대한 양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물리탐사 결과가 나왔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 때문에 이번 탐사 구역을 두고 ‘영일만 앞바다’ ‘포항 앞바다’라는 표현이 통용되고 있다. 그러나 이는 틀린 말이다. ‘동해 심해’나 ‘울릉 분지’가 정확한 표현이다. 통상 동해에서 앞바다는 육지에서 20㎞ 이내 가까운 바다를 말한다. 이번 탐사에 거론되는 유망 구조는 육지에서 최소 30㎞ 떨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는 애초 “액트지오 평가 ‘결과’에 대해 국내외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단의 검증을 받았다”고 했다. 그러나 ‘결과’보다는 ‘과정’을 검증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증에 참여한 이현석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박사는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물리탐사 자료를 저희가 직접 해석해서 탐사 자원량이 얼마인지를 계산한 게 아니고 액트지오와 석유공사가 각 도출했던 탐사 자원량이 적절한 과학적 방법론에 따라 도출되었는지, 그런 과학적 방법론에 대한 것들만 자문했다”고 말했다.

국내에는 대륙붕이 아닌 심해 탐사와 관련한 인력은 매우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산업부 고위 관계자도 “결과를 해석하는 능력은 국내에서 부족”해 액트지오에 맡겼다고 말한 바 있다. 또 2022년 말 또는 지난해 초 입찰 당시 액트지오가 법인 영업세를 체납해, 법인의 행위능력이 일부 제한됐던 사실도 밝혀졌다. 석유공사는 “제한된 건 맞지만 텍사스주법에 따라 계약 체결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동해 심해 지역을 15년간 탐사했던 우드사이드의 철수 이유에 대한 설명도 여전히 불분명하다. 정부·석유공사는 우드사이드가 광산업체 ‘BHP’와 합병하며 해양 중심이던 포트폴리오 재조정이라는 내부 사정으로 철수했다고 밝혔지만, 학계·업계에서는 사업성도 복합적으로 고려한 철수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보고 있다. 이근상 한양대 자원환경공학과 교수는 “석유 업계 특징 중 하나가 프로젝트에 들어갔다 나오는 ‘팜인(Farm-in), 팜아웃(Farm-out)’이 자유롭다는 점”이라며 “(우드사이드는 철수는)발견 가능성이 없다는 기술적 측면과 경영상의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의문이 가중되는 가운데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탐사 시추라도 할 수밖에 없다는 게 학계와 업계의 중론이다. 정부·석유공사는 유망성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아브레우 고문은 “유망성을 보고 이미 전 세계적인 석유 관련 회사들이 크게 주목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고, 석유공사 곽 수석위원은 “여러분들이 이름을 들으면 다 아실 수 있는 그런 큰 규모의 석유회사”라고 덧붙였다.

다만 탐사 시추 한 번당 1억달러(약 1380억원)에 달하는 비용을 두고도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추가 검증 논란과 비용 충당을 동시에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조광권과 같은 지분을 유력 석유회사 등에 할애해 시추에 필요한 자금을 충당하는 게 합리적 대안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아브레우 고문이나 정부 주장처럼 탐사 자원량 최대 140억배럴에, 성공률 20% 등으로 매우 유망하다면 투자할 해외 석유회사들이 적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김경학 기자 gomgo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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