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준호 멀티재능' 깨우친 '샤프'김은중 감독의 찰떡 조언 "준호야,좀더 욕심내!"

전영지 2024. 6. 9.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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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KFA/연합뉴스
20세 이하 월드컵 4강을 이끈 김은중 감독과 에이스 배준호가 2023년 3월 아시안컵 4강전을 앞두고 공식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사진제공=KFA

[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배)준호가 언제쯤 나오나 기다리며 봤다."

지난 6일 김은중 수원FC 감독의 한국-싱가포르전(7대0 승) 관전포인트였다. 김도훈 A대표팀 임시감독은 2026년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C조 5차전 싱가포르 원정을 앞두고 지난해 20세 이하(U-20) 월드컵 4강 쾌거를 이끈 '김은중호의 10번' 배준호를 전격 발탁했다. 출국 전 인터뷰에서 "공격적인 드리블을 통해 내가 하고자 하는 축구에 굉장히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공개 언급하며 스토크시티 팬 투표 '올해의 선수', 지난 1년간 폭풍성장을 이어온 스무 살 선수에 대한 특별한 기대감을 전했다.

이날 5-0으로 앞선 후반 25분 이재성 대신 투입된 배준호는 9분 만에 골망을 흔들며 기대에 부응했다. 박승욱의 크로스를 감각적인 원터치로 받아넣었다. 애제자의 데뷔전 데뷔골을 누구보다 기뻐한 건 'U-20 스승' 김은중 감독이다.

A매치 데뷔전에서 골 넣은 배준호<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지난해 12월 애제자 배준호를 응원하기 위해 스토크시티 경기장을 직접 찾은 김은중 수원FC 감독과 김태민 수석코치.

A매치 휴식기 강원도 원주에서 수원FC 전지훈련중인 김 감독은 "준호가 A매치 첫 경기인데도 자신감이 있더라. U-20 월드컵을 통해 이미 큰 무대를 경험했고 영국에 가자마자 스토크시티 주전으로 자리 잡으면서 한 단계가 아닌 두세 단계를 한번에 올라섰다"고 평했다.

"대전서 뛸 때도 줄곧 지켜봤고, 작년 12월 김태민 코치와 함께 스토크시티에 가서 훈련, 경기를 지켜보고 식사도 했다. 훈련장에서도 단연 눈에 띄더라. 동료들이 다 준호를 인정하는 모습이었고 이미 팀 에이스였다"고 귀띔했다. "불과 1~2년여 만에 해외 진출에, 소속팀에서도 자리잡고 A대표팀에 발탁돼 데뷔골도 넣고 너무 기특하다"면서 "통화만 하고 아직 만나지 못했는데 밥을 사주고 싶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샤프' 김 감독은 '고교랭킹 1위' 배준호의 멀티 재능을 깨워낸 지도자다. 귀국 후 지난달 인터뷰에서 배준호는 "원래 공격형 미드필더였는데 김은중 감독님을 만난 뒤 멀티플레이어 성향을 갖게 됐다. 스토크시티에선 왼쪽 윙어로 더 많이 나섰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포변(포지션 변동)'을 제안했을 당시를 떠올렸다. "'고교랭킹 1위' 준호를 대표팀에 불러 공격형 미드필더를 시켰는데 컨디션 문제였는지 듣던 그 수준이 아니었다. 준호의 장점을 살리려면 어디가 가장 잘 맞을지 고민했고, 포르투갈 평가전을 앞두고 왼쪽 윙포워드를 제안했다"고 했다. "준호가 '저 그 포지션 한번도 본 적이 없는데요' 하더라. '네 장점을 살리기 위한 선택이다. 공격적으로 측면과 중앙을 오가며 자유롭게 프리롤로 한번 해보라'고 설득했고, 준호가 그 경기를 정말 잘했다. 이후 포지션에 대해선 서로 아무 말이 없었다"며 웃었다. 김 감독인 '포변'을 제안한 이유는 분명했다. "준호의 장점이 드리블과 1대1 돌파인데 현대축구는 가운데가 컴팩트하다 보니 중앙에서 기회를 만들기가 쉽지 않다. 측면에선 충분히 흔들 수 있는 공간이 나오니 준호가 자신의 장점을 더 잘 발휘할 수 있을 걸로 봤다"고 설명했다. 손흥민과 같은 왼쪽 윙어라는 말에 김 감독은 "손흥민이 원톱으로 나설 때 준호와 (이)강인이가 좌우 윙어로 서도 되고, 준호는 이제 2선 공격 어느 포지션이든 다 소화할 수 있는 선수"라고 평했다.

A매치 데뷔전에서 골 넣은 배준호<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작전 지시하는 김도훈 임시 감독<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활짝 웃는 김도훈 감독<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U-20 대표팀 감독 출신으로서 난세에 A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선배' 김도훈 감독에 대한 감사와 응원도 잊지 않았다. "임시 감독님이지만 컨디션이 올라오고 있는 국내외 어린 선수들을 과감하게 선발하고 기용해주신 부분이 정말 감사하고 좋았다. K리그 선수들에게 큰 동기부여가 됐다"고 말했다. "좋은 타이밍에 선발해주신 덕분에 준호도 손흥민, 황희찬, 이재성 등 좋은 선배들에게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고 덧붙였다. 이어 김 감독은 작년 여름 모리야스 하지메 일본 A대표팀 감독과 나눈 대화도 소개했다. "일본 대표팀은 선수풀이 50명이라고 한다. 한 포지션에 적어도 5명의 준비된 선수가 있어서 누구 하나 빠져도 흔들림 없는 전력을 유지할 수 있다. '부럽다'고 했더니 '좋은 애들이 많아 머리 아플 때도 있다'는 행복한 고민을 하더라"고 했다. "우리도 새로운 선수풀을 확보해 건강한 경쟁 체제를 통해 대표팀을 더 강하게 만들어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싱가포르전 7대0 대승에 대해 "상대가 약하다고 해서 7골 차 승리가 쉬운 일은 아니다"라고 했다. "대한민국 축구가 당연히 이긴단 건 옛말이다. 팬들이 인정을 안할 뿐, A대표팀이 말레이시아, 태국과 비긴 건 우연이 아니다. 손흥민, 이강인 같은 세계적인 선수들이 있고 우리도 발전했지만 동남아 등 다른 나라들도 더많이 투자하고 발전했다. 격차가 좁혀지고 있다. 절대 당연한 결과는 없다"고 말했다.

배준호 이뻐하는 손흥민<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야기는 돌고 돌아 다시 배준호였다. '대한민국 레전드 공격수' 출신 김 감독은 배준호의 장점에 대해 "드리블 돌파, 1대1 능력, 경기를 읽는 시야도 좋고 볼을 자유자재로 갖고 놀 줄 안다. 다 좋은데… "라더니 딱 한마디 금과옥조 삼을 만한 조언을 건넸다. "좀더 욕심을 내면 좋겠다. 싱가포르전에서도 그런 장면이 있었는데, 양보도 좋지만 공격수로서 욕심을 좀더 부려야 한다. 슈팅이 좋은 선수다. 아끼지 않았으면 한다. 선배 손흥민과 함께 뛰면서 그런 적극성과 결정력을 꼭 배웠으면 한다. 그래야 해외리그서도 더 인정받을 수 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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