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이로운 낙조에 물들다 빛의 낙원 코타키나발루
세계 3대 석양 바라보며
연인과 함께 모히토 한 잔
마누칸 섬 스노클링 꿀잼
엄홍길대장 원픽 키나발루산
5천여종 야생식물 투어도 굿
세계 3대 석양 명소. 여행 책자에서 그리스 산토리니, 남태평양 피지섬 그리고 코타키나발루를 소개하는 표현이다. 과한 표현은 아닌 듯하다. 바다로 해가 내려앉으며 붉게 물드는 지평선을 바라보는 30분 남짓한 순간만으로도 코타키나발루를 방문할 이유는 충분했다. 게다가 인천과 부산에서 직항으로 5시간대에 닿을 수 있어 가기 편하다.
한낮에는 가성비 좋은 리조트에서 태양과 습한 공기를 잠시 피하면서 호캉스를 즐기고, 아침저녁으로는 액티비티와 레스토랑 만찬으로 놀고 먹을 수 있어 꿀 휴식에 제격이다. 다 귀찮으면 오션뷰 룸에 머물면서 룸서비스를 시키면 마치 크루즈 여행을 온 듯 넘실대는 파도를 감상할 수도 있다.
엄홍길 대장도 찾는 키나발루산
말레이시아 휴양도시 코타키나발루는 산(키나발루)과 마을(코타)이라는 뜻이다. 동남아시아에 있으리라곤 예상하지 못한 서늘한 산기슭에 오를 수 있다. 키나발루산은 정상이 해발 4095m인 동남아 최고봉이다.
산 중턱에는 젖소 목장이 있을 정도로 기후가 선선하다. 우리나라 대관령 양떼목장과 유사한 풍경을 자랑한다. 현지인들은 이곳에서 파는 아이스크림과 유제품 음료에 열광한다.
제대로 '빡세게' 체험하려면 키나발루 산행을 해야 한다. 엄홍길 대장이 히말라야 산행에 앞서 전지훈련을 떠나는 장소로, 산악인이라면 한 번쯤 도전하고 싶을 버킷리스트다. 산 정상에 오르려면 1박2일을 온전히 산행에 쏟아야 한다. 등반 전날 산 중턱 숙소에서 일찍 취침해 새벽 2시부터 강행군을 떠나야 정상을 찍고 저녁 즈음 하산할 수 있다. 당연히 전문적인 등반 복장과 도구가 필요하다.
전문 산악인이 아니라면 당일 투어를 추천한다. 키나발루 국립공원은 식물 5000여 종이 자라는 생태계의 보고다. 초입에 있는 보태니컬 가든만 봐도 정원의 아름다움에 흠뻑 취할 수 있다. 피톤치드 충전은 물론이고 정돈되지 않은 태고의 신비가 곳곳에 숨어 있다. 다만 코타키나발루 시내에서 차로 편도 2시간30분가량 걸리는 거리는 부담이다. 산 내음과 꽃, 야생식물을 좋아한다면 하루 일정 정도는 온전히 써도 후회 없을 것이다.
꼭 가봐야 할 '섬 속의 섬' 투어
보르네오섬에 있는 코타키나발루는 서말레이시아에서 가장 큰 도시다. 이곳에 오는 것 자체가 섬 여행이지만 더욱 흥미로는 것은 섬 투어다. 섬 속에 섬이 있다는 말씀이다. 마치 제주도에서 우도나 추자도를 가는 기분으로 떠나면 된다.
툰쿠 압둘 라만 해양국립공원은 코타키나발루 앞바다에 있는 5개 섬으로 이뤄져 있다. 수트라하버 선착장에서 보트를 타고 출발한다. 마누칸섬 가는 길에 익살스러운 항해사가 배를 좌우로 흔들며 바다 위로 퉁퉁 퉁긴다. "꺅." 비명인 듯 환호인 듯 탄성이 절로 나온다. 바다 사이에 떠 있는 부유시설에 잠시 내리면 제트보트가 온다. 운전은 어렵지 않다. 손가락으로 액셀 버튼만 꾹 누르면 '슝~' 하고 물살을 가른다. 파도에 부딪히면 잠시 바다에 붕 뜬다. 손이 덜덜 떨려온다. 담이 작다면 간담이 서늘해질 수 있다. 그렇지만 날렵한 조교가 안전하게 지켜주니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하늘 위로 날아오르는 패러세일링도 있다. 배에 매단 낙하산에 이끌려 둥실 떠올라 바다와 섬 풍경을 드론처럼 조망할 수 있다. 배의 속도를 조절해 바닷물에 '풍덩' 하반신이 담기는 특급 서비스도 선택할 수 있다. 다만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에게는 추천하지 않는다.
섬에서는 스노클링을 포함한 해수욕을 즐길 수 있다. 물놀이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맥주나 열대 과실주를 마시면서 망중한을 누리면 된다. 아랑 레스토랑에서 점심으로 먹을 수 있는 바비큐는 에너지를 소모한 덕분인지 더욱 꿀맛으로 느껴진다.
3대 석양에 너도나도 인증샷
코타키나발루에서는 오후 6시 즈음 사람들이 바닷가로 우르르 쏟아져 나온다. 달력이나 화보에서 본 풍경이 눈앞에 펼쳐지니 아무리 피곤하고 귀찮아도 파블로프의 개처럼 발길이 바다로 향한다.
3일 내내 봐도 질리지 않는다. 구름이 달라서 그런지, 햇빛 양이 달라서 그런지 영문은 모르겠다. 매번 새롭고 신비로워 감탄을 자아낸다. 연인 혹은 가족과 함께 지는 해를 바라보면서 모히토 한 잔을 음미하는 이들이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해 보였다. 코타키나발루는 지친 이들에게 잠시 천국을 보여주고 생업으로 복귀할 용기를 주기 위해 만들어진 곳이 틀림없다는 생각을 했다.
※취재 협조=수트라하버 리조트 한국사무소
▷▷코타키나발루 가는 방법
인천공항~코타키나발루 공항:
5시간10분
부산 김해공항~코타키나발루 공항:
5시간20분
▷▷코타키나발루 더 즐기는 방법
호캉스와 액티비티를 동시에 만족시켜주는 숙소는 리조트다. 코타키나발루 대표 리조트라는 수식어가 붙는 더 마젤란 수트라 리조트에서는 섬 투어를 리조트 내에 위치한 선착장에서 출발할 수 있다. 숙박시설 내부에 27개 홀이 딸린 골프장이 있어 골프 마니아는 일정 내내 골프를 치고 가기도 한다. 이탈리아 셰프가 요리하는 고급스러운 레스토랑인 페르디난드는 분위기를 내야 하는 신혼부부나 연인에게 안성맞춤이다. 여러모로 이동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한국인에겐 특별히 수트라하버 리조트를 더 알뜰하게 다녀갈 수 있는 비장의 무기 '골드카드'가 있다. 이틀 이상 연속 사용 조건으로 1일 1인 성인 기준 105달러이며 누릴 수 있는 서비스가 다양하다. 리조트 내 조식, 중식, 석식을 15개의 다양한 레스토랑에서 즐길 수 있고, 마지막 날 레이트 체크아웃이 오후 6시까지 가능하다. 볼링, 배드민턴, 테니스, 피트니스센터, 영화관과 키즈 클럽 등 다양한 부대시설을 무료로 즐길 수 있다. 수트라하버 골프클럽 내 드라이빙 레인지에서 50구의 골프공이 제공돼 쳐볼 수 있다.섬 투어 시에는 수트라하버 리조트에서 마누칸섬까지 왕복 페리와 바비큐 런치세트를 이용할 수 있다. 리조트 내 레스토랑 10%, 만다라·차바나 스파 20%, 푸트리 수트라 요트 15% 등 할인 혜택도 쏠쏠하다.
[코타키나발루 권오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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