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 농가 “소 키울수록 손해, 반납하겠다”…12년만에 ‘한우 반납 집회’ 추진
농가 “한우값 하락·생산비 상승” 농식품부 “축산법 개정해 농가 지원”
한우값 하락과 생산비 증가로 어려움을 겪는 한우 생산 농가들이 다음달 초 대규모 ‘한우 반납’ 집회를 열기로 했다. ‘한우 반납’ 집회는 한우값 폭락과 미국산 소고기 수입에 반발하며 서울 상경 시위까지 벌인 2012년 이후 12년 만이다. 당국은 최근 입법이 무산된 ‘한우법’의 제정 취지를 살린 ‘축산법’ 개정을 통해 한우 산업과 농가를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9일 전국한우협회에 따르면 협회 회장단(15명)은 지난 5일 긴급회장단회의 열어 다음달 초 ‘한우 반납’ 집회를 열기로 만장일치 결정했다. 협회 가입 농가는 국내 한우 농가(8만2000농가)의 약 37%(약 3만 농가)를 차지한다.
협회 관계자는 “2012년 이후 처음으로 회장단 만장일치 결정이 나왔다”며 “집회 개최 결정은 ‘소를 키우면 키울수록 매년 빚만 쌓이고 있으니, 반납한 한우를 정부가 알아서 키우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전국한우협회와 한우 농가는 2012년 1월 청와대와 기획재정부 등에서 집회를 열고 전국 각지에서 소떼를 몰고 와 정부에 반납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하려다 경찰의 저지로 무산된 바 있다. 협회는 다음달 집회 장소로 대통령실이 있는 서울 용산과 국회, 세종 농림축산식품부, 서울 농협중앙회 등을 검토 중이다.
한우값은 공급 과잉과 소비 위축 등 영향으로 큰 폭 하락했다. 농림축산식품부 자료를 보면, 올해 1~5월 한우 도축 마릿수는 39만마리로, 전년 동기(36만마리) 대비 8.4% 증가했다. 한우 연간 도축 마릿수는 2022년 86만9000마리, 지난해 92만9000마리, 올해 97만5000마리(추정)다. 지난해와 올해의 경우 평년(75만6000마리) 대비 각각 24%, 29% 많다.
공급이 수요보다 늘면서 가격은 하락했다. 올 2분기 한우(거세우) 평균 도매가격(1kg)은 1만7250원(잠정)으로, 1년 전(1만8188원)보다 5.2% 하락했다. 올 3분기는 1만7500원으로 1년 전(1만9628원) 대비 10.8% 줄어들 것으로 관측된다. 농촌경제연구원(농경연)은 “올해 거세우 출하 대기 물량이 많아 도매가격은 더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농경연은 또 올해와 내년 한우 수급 단계를 ‘안정·주의·경계·심각’ 중에서 가장 높은 수준인 ‘심각’으로 높였다. 농경연은 “수급 불균형으로 농가의 소득 손실이 발생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사료비와 인건비 등 생산비 상승으로 농가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지난해 한우 비육우(고기 생산을 위해 기르는 소)의 1마리당 순손실은 142만6000원으로 전년보다 73만6000원(106.8%) 증가했다.
특히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의 ‘지속 가능한 한우산업을 위한 지원법’(한우법) 제정안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는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한우법은 한우 농가에 도축·출하 장려금, 경영개선자금 등을 지원할 수 있게 한 법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한우법 제정보다는 기존 축산법을 개정해 한우 농가를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한우법을 만들면 한돈법, 양계법 등 축종별 법안이 난립할 우려가 있고, 행정과 입법의 비효율성이 커지게 된다”며 “한우법 제정 취지를 살린 축산법 개정을 통해 한우산업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https://www.khan.co.kr/economy/economy-general/article/202405291659001
안광호 기자 ahn787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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