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으로 해결하면 아이가 보인다”…‘완벽한 워킹맘’ 환상 내려놓기 [초보엄마 잡학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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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여성을 만날 때마다 내가 하던 질문이었는데, 두 아이가 초등학교에 다닌 뒤로 나도 종종 이런 질문을 받는다.
아이와 보내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니 돈을 써서 해결될 일은 최대한 돈으로 해결하고 아이와 일상을 함께해야 '좋은 엄마'가 되지 못했다는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하루종일 아이와 씨름하고 나서도 밤에 다시 휴대폰을 붙들고 맘카페를 들락거리며 각종 정보를 수집해 실행에 옮겨야 좋은 엄마가 된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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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여성을 만날 때마다 내가 하던 질문이었는데, 두 아이가 초등학교에 다닌 뒤로 나도 종종 이런 질문을 받는다. 그럼 나는 “완벽한 엄마가 되겠다는 욕심을 내려놓으면 된다”고 말한다. 또 하나, 돈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 돈으로 하라고 조언한다. 몸은 하나인데 직장과 가정에서 인정받으려고 분투하다보면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도 전에 번아웃이 오기 때문이다.
아이와 보내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니 돈을 써서 해결될 일은 최대한 돈으로 해결하고 아이와 일상을 함께해야 ‘좋은 엄마’가 되지 못했다는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있다.
물론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아이가 막 태어났을 때는 남들 다 하는 완모를 해야만 좋은 엄마라고 생각했다. 아이 발달에 따라 필요한 장난감과 교구를 제때 마련하고, 이유식을 시작하고부터는 유기농 채소에 무항생제 한우만 먹였다. 하루종일 아이와 씨름하고 나서도 밤에 다시 휴대폰을 붙들고 맘카페를 들락거리며 각종 정보를 수집해 실행에 옮겨야 좋은 엄마가 된 것 같았다.
둘째가 태어나고나서도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첫째가 태어나고 해주지 못했던 것들을 만회하기 위해 노력했다. 정성껏 이유식을 만들고 아이가 잘 때마다 틈틈이 육아서적을 읽었다. 집을 청결하게 유지하기 위해 매일같이 청소하고 아이들에게 새로운 자극을 줘야 한다며 각종 전시를 찾아다녔다.
돌이 지나고 둘째가 한창 이유식을 먹을 때 ‘기자 평가단’으로 각종 이유식을 맛보고 평가하는 기회가 있었다. 당시 나는 공장에서 나온 이유식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는데 냉동된 이유식을 먹여보니 웬걸, 정말 편했다. 해동하고 데워 먹이기만 하면 되니 밤마다 쌀을 불리고 갈아 뜨거운 불 앞에서 저을 필요가 없었다. 메뉴도 어찌나 다양한지 영양상 아이에게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제서야 회사 선배의 조언이 생각났다. 집에 가서 옷 갈아입고 집안일부터 하지 말고, 아이와 눈 마주치고 놀아주라는 조언 말이다. 식기세척기, 건조기, 로봇청소기 등 가사를 도와줄 수 있는 것은 뭐든 사서 돈으로 해결하라고 했다.
중소기업 여성 대표의 조언도 떠올랐다. 남들처럼 아침에 따뜻한 밥 먹여 학교에 보내고 직장에서 인정받기 위해 하루종일 일하고 자기개발한다고 대학원에 다니다보면 결국 번아웃되니 몇 개쯤 내려놓아도 된다고 말이다. 아침에 바나나 먹고 학교가도 아무 일도 생기지 않는다고 말이다.
그 후로 마음을 고쳐먹었다. 완벽하지 않아도 되니 느슨하더라도 행복한 엄마가 되기로 했다. 집에서 만들어야만 집밥이 아니고 집에서 다같이 둘러앉아 먹으면 그게 집밥이라는 혹자의 말처럼 반찬가게에서 산 음식과 냉동식품으로 식탁을 채워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기로 했다. 주말마다 박물관과 미술관을 가지 않고 집앞 놀이터에서 노는 것만으로도 부모로서의 소임을 다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아이 친구 엄마들과 관계를 맺지 않아 동네 정보에 뒤처져도 괘념치 않기로 했다.
죄책감과 조급함에서 벗어나니 마음이 홀가분했다. 아이들에게 모든 것을 쏟아붓지 않으니 실망할 일도 없어졌다. 아이들이 중·고등학교에 가도 이 방법이 통할지 모르겠다. 아이를 위해 과도하게 애쓰는 엄마보다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엄마가 낫다는 ‘엄마 심리수업’ 저자 윤우상 작가의 말을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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