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파업 앞 정부 '유화책' 강조…'의대교육 선진화' 9월 발표
이주호 "학생들 돌아올 수 있는 충분한 명분 될 것"
관측은 회의적…전공의 "복귀 거부"에 의료계도 격앙
의협, 18일 총궐기대회 결의…집단휴진 찬성율 73.5%
[세종=뉴시스]김정현 기자 = 대한의사협회(의협) 등이 집단 휴진을 예고한 가운데 정부는 '강경책' 대신 기존의 '유화책'을 강조하면서 집단행동 자제를 촉구했다.
증원이 이뤄진 의대 교육 여건을 확충하는 '의학교육 선진화 방안'도 현장 의견을 더 들어보겠다며 발표시점을 9월로 잡았다. 그러나 사태의 핵심인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복귀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9일 관가에 따르면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의료개혁 관련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집단 휴진 움직임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한 총리는 그러면서 전공의들을 향해 "여러분의 의견을 경청하고 정책에 반영할 것"이라며 "복귀하는 분들에게는 행정처분을 포함해 어떤 불이익도 없을 것이라고 다시 한 번 분명하게 약속한다"고 거듭 당부했다.
다만 정부는 이날 개원의 중심으로 평가 되는 의협이 집단 휴진에 나서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추가적인 행정조치 등 '채찍'을 내놓지는 않았다.
나아가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과 향후 5년 간 필수의료 분야에 10조원 이상의 건강보험 재정을 투자하겠다는 등 기존에 발표한 지원 대책을 다시 강조했지만 눈에 띄는 새로운 '유화책'은 나오지 않았다.
의대 증원에 반대해 수업을 거부하는 의대생들을 달래기 위한 대책도 기존 기조와 달라진 내용은 없었다.
다만 발표가 예정됐던 '의학교육 선진화 방안'의 발표 시점은 현장 의견을 더 듣겠다며 오는 9월로 제시됐다.
의학교육 선진화 방안은 증원이 이뤄진 의대를 대상으로 교육 질을 담보하겠다며 교수를 충원하고 시설 및 기자재를 확충할 재정을 투입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한 총리는 "의대 교육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의대 교육 선진화 방안'을 제시하고 충분한 의견 수렴을 거쳐 9월에 확정하겠다"며 "지역인재 전형으로 선발된 의대생들이 지역에 남을 수 있도록 지역특화 수련과정 개발을 포함한 종합적 지원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정부는 이러한 대책들이 전공의와 의대생들의 복귀를 유도하기 위한 명분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 참석해 "오늘(9일) 발표한 많은 내용들은 학생들에게 돌아올 수 있는 충분히 많은 명분을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내용들을 조금 더 충실하게 학교 현장에 전달하고 설득하는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정부는 복귀를 유도하려는 명분을 제시하고 설득 노력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나 전망은 회의적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정부가 수련병원의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을 철회한 지난 4일 자신의 SNS에 복귀 뜻이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의료계와 교육계에서는 '형' 격인 전공의가 돌아오지 않는 이상 '동생'인 의대생들도 돌아올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관측이 많다. '의학교육 선진화 방안' 역시 복귀를 유도할 대책이라 보긴 미지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의료계가 격앙돼 가는 점도 이런 분석에 힘을 싣는다.
의협은 이날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전국의사대표자대회를 열고 오는 18일 의대생과 학부모 등이 참여하는 총궐기대회와 함께 '집단 휴진'을 예고했다.
의협이 지난 4일부터 나흘간 의대교수·개원의·봉직의·전공의 등을 대상으로 총파업 투표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 7만800명 중 73.5%가 이달 중 휴진을 포함한 단체행동에 참여하겠다고 답변했다.
앞서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들도 오는 17일부터 응급실·중환자실 등 필수 부서를 제외한 전체 휴진을 예고한 상황이다. 전국 의대 40곳 중 20곳의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도 의협의 대정부 투쟁 방침을 따르겠다고 밝혀 대학병원 진료 차질도 우려되고 있다.
의료계 안팎에서도 정부의 '대화'나 '당근'이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 보는지 묻자 회의적인 반응이 나온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정부의 이날 발표에 대해 "유화책이라고 볼 수도 없다"며 "(개원의 대상 조치는) 더 자극할 텐데 할 수 있겠나"고 말했다.
그는 "정부의 속내는 '그냥 2000명 늘렸다, 나머지는 그냥 알아서 하라'는 것"이라며 "지금 상황에서 시장 의존적인 방식으로 내버려 두고 망할 병원은 망하라는 것이고 의료 전달체계 개편 없이 수가를 올려줄 테니 경쟁력 있는 곳만 살아남으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태의 열쇠를 쥔 전공의들이 복귀하게 하려면 적어도 수도권 대형 병원의 병상 감축 등 의료서비스 전달 체계를 정비할 추가적인 '미끼'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는 "의료계가 끝까지 저항하는 방식으로 가게 되면 의대생들도 상당 인원이 유급되며 함께 저항할 가능성이 99%"라며 "정부는 전공의가 10~20% 정도 복귀하는 정도에서 시장주의적 방식으로 구조조정을 하며 사태를 방치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의료계의 강경 움직임이 여론의 공감을 얻지 못할 것이란 지적도 있다. 지난 2020년 의료계 집단 행동 당시에도 자영업자 성격의 개원의들의 참여가 저조했듯 파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부 교수는 "의료계가 명분과 실리가 모두 없는데 저러는 것(집단 휴진)은 실익이 없는 행위"라며 "개원의들이 (집단행동에) 참여하지도 않을 뿐더러 파업이라는 말도 성립이 안 된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전공의들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병원 경영이 어려워서 문제지 의료 전반 흐름에는 큰 문제가 없다"며 "학생들은 교육 과부화가 생기겠지만 의사 배출이 중단되는 것도 아니고 6년 간의 (교육)과정 속에서 해결해 나가면 된다"고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ddobag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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