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업무용 AI 만들때…'감성 AI' 파고드는 이 CEO의 뚝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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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인공지능(AI) 업계에서 '스캐터랩'은 상당히 유명한 스타트업이다. 2020년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출시한 20세 여대생 콘셉트의 AI 챗봇 '이루다'가 사람과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능력으로 화제가 되면서다.
지금은 이루다와 같은 AI 챗봇이 많이 등장했지만 그 당시 '생성형 AI'라는 단어가 생소하던 시절에는 세상에 반향을 일으킬 만했다. 당시 성적인 대화나 ·인종차별 등의 발언을 유도하는 악성 이용자들로 곤욕을 치렀으나 이는 'AI 윤리'의 필요성이 공론화되는 시발점이 됐다.
스캐터랩도 우여곡절이 많았다. 이루다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이용자들의 대화 내용을 수집했다는 문제가 불거져 개인정보법 위반 관련 1억330만원의 과징금을 냈다. 너무나 뼈아픈 경험이었으나 이는 스캐터랩의 AI 기술력을 크게 고도화하는 계기가 됐다.
챗봇을 넘어 'AI 친구'가 사람처럼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는 수준이 될 때까지 기술을 고도화해 나간다는 비전을 세운 스캐터랩은 2022년 10월 '이루다2.0'을 내놓았다.
가장 큰 개선점은 딥러닝 기술을 활용해 기계가 만들어낸 문장, 스캐터랩이 직접 작성한 문장으로 대화 모델을 구성했다는 점이다. 1.0 때와 달리 실제 사람의 발화를 사용하지 않아 개인정보 문제를 해소했다.
어뷰징 발화 대응과 관련해선 사전 탐지 모델에서 인지하지 못한 문맥이 있더라도 사회의 보편적인 가치관을 반영한 답변이 나올 수 있도록 대화 모델을 고도화했다. 이후 강다온, 허세중 등 다양한 페르소나(개성)를 가진 AI 챗봇을 출시했다.
지난 4월에는 생성 AI와 소형언어모델(SLM)을 기반으로 이용자와 AI가 함께 상호작용하며 실시간으로 스토리를 창작하는 AI 스토리 플랫폼 '제타(zeta)'를 출시하고 AI 콘텐츠 비즈니스 기업으로의 도약에 나섰다.
이용자는 자신이 창작하는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어 로맨스, 판타지, 학원물 등 다양한 장르의 스토리를 구현할 수 있다. 각종 행동 지시나 심리 묘사는 물론 새로운 인물을 등장시키는 등 AI와 함께 웹소설을 쓰는 듯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제타는 기존 AI 챗봇과는 다른 사업모델이지만 감성형 AI라는 맥락에서 스캐터랩의 비전과 일치한다. 상업용 AI 솔루션을 개발할 역량이 충분함에도 뚝심 있게 감성형 AI로만 직진하는 김종윤 스캐터랩 대표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감성형 AI에 몰두하는 이유는
▶기본적인 성향이 문과·이과적 감성을 모두 갖고 있다. 대학 시절부터 인간적인 문제를 공대적 방법론으로 풀어내는 것을 좋아했다. 대부분의 AI는 생산성 증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우리는 '관계와 외로움'이라는 문제, 'AI와 콘텐츠' 등 인간의 감성적인 문제를 이루다와 제타의 딥러닝으로 풀려고 하고 있다.
-이루다1.0 때의 아픈 경험이 교훈이 됐나
▶데이터 확보나 어뷰징 문제 등은 생산성 분야보다 감성적인 분야에서 더 발생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알았다. 큰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대응하는 방법을 배웠고 이루다2.0이나 제타는 그때 배운 것들을 적용해 출시했다. 매를 먼저 맞은 만큼 다른 AI 기업들보다 배움의 속도가 가장 빨랐다. 국내 AI 중에는 아직 이렇다 할 B2C 제품이 없는 상황인데 감성적인 영역에서는 스캐터랩이 확실하게 경쟁력을 갖춰 나가고 있다.
-경쟁사가 있나
▶AI 제품을 생산성과 감성 영역으로 나눠볼 때 해외에는 일부 있지만 국내에선 경쟁자가 보이지 않는다. 우선 한국과 일본에 초점을 맞춰서 감성·재미와 관련한 대표적인 AI 제품으로 자리 잡는 것이 목표다.
-시장 규모와 수익 모델은
▶제타의 경우 인터랙티브 콘텐츠 프로덕트라는 측면에서 크게 보면 콘텐츠라는 도메인에 속한다. 콘텐츠 산업은 사람들의 여가 시간이 많아지고 재밌는 것을 찾는 흐름 때문에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우리는 어떤 콘텐츠를 즐기던 시간을 제타에 쓰도록 뺏어오는 것인 만큼 웹소설·웹툰 등의 시장이 우리가 겨냥하는 시장이 될 수 있다. 제타는 기본적으로 광고모델이 들어가 있어 매출이 발생하는 상황이고 추후 비즈니스 모델을 더욱 고도화할 지점들이 매우 많다.
-제타의 지향점은
▶이루다는 하나의 가상 인물과 카카오톡 채팅을 하는 것처럼 대화를 나누는 것이라면 제타는 지시문이라는 개념이 있어서 이야기 속 캐릭터가 어떤 행동을 하게 만들어 나간다. 특정 배경 속에 캐릭터가 존재하고 거기에서 어떤 사건이 발생하며 많은 사람들이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는 형태다. 생각해보면 카톡의 하루 사용 시간은 유튜브보다 현저하게 짧다. 카톡은 대화, 유튜브는 콘텐츠를 보는 것이니 당연하다. 제타는 콘텐츠 플랫폼으로서 유튜브적인 사용 패턴을 띠게 된다.
-향후 강화되는 기능은
▶몰입감을 더욱 높이는 것이 과제다. 유튜브나 넷플릭스로 따지면 다음 영상을 멈출 수 없도록 하는 것이다. 제타 이용자들이 재미없거나 무엇을 할지 몰라서 이탈하게 되는 지점을 기술로서 해소하는 것이 목표다. 유튜브·넷플릭스는 미리 만들어진 콘텐츠를 소비하는 형태지만 제타는 누구나 콘텐츠를 실시간으로 생성할 수 있는 모델이라는 점에서 콘텐츠 소비 패러다임을 크게 바꿀 수 있다. 지금은 텍스트 기반의 사용자 경험(UX)이지만 추후 이미지와 영상 쪽의 경험도 할 수 있도록 기술력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상업용 생성형 AI와의 차이는
▶이용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잘 이해한 상태에서 이용자들이 특별한 무언가를 할 필요 없이 자연스럽게 결과물이 나오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챗GPT나 미드저니 등은 이용자들이 프롬프팅을 해야 하고 프롬프트를 잘 써야 결과물이 나와 난이도가 있다. 우리는 그런 허들 없이 AI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제품을 만들어 가고 있다.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제타가 AI 기술 중 B2C로 성공한 제품이 되도록 성과를 내야 한다. B2B 관점에서도 게임이나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기업 등에서 관심을 가질 수 있다. 연말이나 내년 초에는 영어 서비스도 구현해 글로벌 진출도 추진할 계획이다. AI 기술이 발전하면서 AI에 대한 공포감을 갖는 분위기가 있는데 AI가 무섭거나 일자리를 뺏는 것만이 아닌, 재미있고 친근하며 친구처럼 즐길 수 있는 기술이라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가치를 만들어 가는 것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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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범 기자 bum_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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