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나홀로 경제 호황…킹달러 현상 이어지나

김상윤 2024. 6. 9.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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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뜨거운 美고용 '서프라이즈'
금리인하 가능성 후퇴에 강달러 다시
글로벌 금리인하 사이클 시작했지만…
물가반등·美금리차 확대…험난한 여정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미국 경제가 여전히 강한 모습을 보이면서 ‘킹달러’ 현상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최근 일부 경기 둔화 모습이 나타나긴 했지만, 고용시장이 여전히 뜨거우면서 미국의 급격한 경기침체 우려는 사라졌고, 9월 금리 인하 가능성도 후퇴했다. 반면 캐나다에 이어 유럽연합(EU)도 금리 인하를 단행하면서 미국과 금리차가 확대됐고, ‘킹달러’ 현상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뜨거운 美고용에 달러인덱스 105선 다시 근접

지난 7일(현지시간) 기준 주요 6개국 통화대비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104.89로 치솟으며 105선에 근접하고 있다. 지난해 연말부터 피벗(긴축정책서 전환) 기대감에 연초 102선까지 근접했지만 가파르게 달러가치가 상승한 탓이다. 이는 연초 꺾이지 않는 미국 경제로 인플레이션 고착화 현상이 나타났고 연준의 금리인하 시기가 지연될 것이라는 우려가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 경제는 나홀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미국 고용시장은 그야말로 ‘서프라이즈’였다. 5월 미국의 비농업 일자리는 전월 대비 27만2000개 늘면서 1년간 월평균 증가폭 23만2000개를 훨씬 웃돈 것으로 나타나면서다. 임금 상승 속도도 다시 가팔라졌다. 농업 부문 민간 임금근로자의 시간당 평균 소득은 14센트(0.4%) 증가한 34.91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달 상승폭(0.2%)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전년 동기 대비로도 4.1% 올랐다.

최근 미국 소비가 일부 주춤하고 제조업경기도 두 달새 위축세를 보이면서 미국 경기가 고금리에 결국 영향을 받고 있다는 시그널이 나왔지만, 이를 불식시킨 것이다. 프린세펄 에셋의 샤마 샤 전략가는 “일자리 증가가 다시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임금도 놀라운 상승세를 보여 연준이 금리 인하를 시작하는 데 필요한 방향과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며 “이렇게 강력한 고용시장은 미국 경제가 침체 국면에 전혀 들어서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올해 두 차례 가능할 것이라는 금리 인하 기대감도 다시 후퇴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9월 금리가 인하될 확률을 50%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12월 기준금리가 50bp(1bp=0.01%포인트) 이상 떨어질 확률은 46.2% 정도다. 씨티그룹과 JP모건은 7월로 예상했던 금리 인하 시기를 9월과 11월로 늦췄다.

반면 캐나다은행을 비롯해 유럽중앙은행(ECB)은 이달 금리 인하를 단행하면서 미국과 금리 차가 벌어지고 있다. 캐나다는 미국과 75bp, 유럽은 125bp로 금리차이가 확대됐다. 미국과 달리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인플레이션을 잡는 데 집중하다 오히려 통화정책을 완화하면서 경기 부양에 힘을 보태는 게 더욱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블룸버그는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급격한 인플레이션 억제라는 하나의 과제를 위해 단합했던 팬데믹 직후와는 매우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현재는 국내 문제와 지역 성장 동력이 우선순위를 차지하게 됐고 미국과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글로벌 금리인하 사이클 시작…험난한 여정

시장에서는 한 때 글로벌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사이클이 빠르게 시작될 것으로 봤지만, 여전히 탄탄한 미국 경제 때문에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다른 국가와 달리 미국만 나홀로 경제가 탄탄한 상황에서 강달러 현상은 지속할 수밖에 없고 금리 차 확대에 따라 각국의 통화가치가 급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ECB는 기준금리를 내리면서도 인플레이션 전망치는 상향 조정해 시장에 혼란을 주기도 했다.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은 올해 2.8%, 내년 2.2%로 상향했는데, 인플레이션이 악화할 것이라고 보면서도 금리를 인하한 것이다. 지난 4월부터 금리 인하를 예고한 상황에서 이를 번복할 경우 시장의 충격이 커질 것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를 두고 시장은 ECB가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서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당초 시장은 연내 네 차례 인하를 고려하다 현재 1~2차례 인하 정도로 눈높이를 낮추고 있다.

노무라의 글로벌 시장 조사 책임자인 로버트 수바라만은 “이미 12개 이상의 중앙은행이 금리인하를 시작했고, 연준과 디커플링이 많이 이뤄지긴 했다”면서도 “일부 국가에선 인플레이션이 고착화하고 있고, 미국은 금리인하 시점이 미뤄지고 있어 앞으로의 글로벌중앙은행 행보는 더 울퉁불퉁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상윤 (yoo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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