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대세’ 박민지, 안면 3차신경통 극복하고 KLPGA 단일대회 4연승 역사…“뜻깊은 기록, 상금 전액 기부” 눈물
박민지가 고질적인 안면 3차 신경통을 극복하고 부활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첫 단일대회 4연패 역사를 썼다.
박민지는 9일 강원도 양양 설해원 더 레전드 코스(파72·6563야드)에서 열린 KLPGA 투어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즈(총상금 12억원) 사흘째 최종라운드에서 버디 3개, 보기 1개로 2타를 줄이고 합계 13언더파 203타를 기록, 공동 2위 이제영과 전예성, 최예림(이상 10언더파 206타)을 3타차로 제치고 우승했다. 첫날부터 사흘 동안 한 번도 선두를 내주지 않은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이다.
2021년 경기도 파주 서서울CC, 2022년 이후 설해원에서 치러진 이 대회에서 4년 연속 우승컵을 든 박민지는 이로써 KLPGA 투어 단일대회 최다연패 신기록을 썼다. 지난해까지 1980년대 최고선수 구옥희 전 KLPGA 회장(작고)이 수원오픈, 쾌남오픈, KLPGA 선수권에서 각각 3연패를 기록했고 강수연(하이트컵 여자오픈), 박세리(서울여자골프선수권), 김해림(교촌레이디스오픈), 박민지(셀트리온 퀸즈마스터즈)가 뒤를 이었다.
지난해 이 대회와 BC카드 한경 레이디스컵(이상 6월)에서 2승을 챙긴 박민지는 1년 만에 시즌 첫 우승 및 통산 19승을 거두며 구옥희와 신지애가 보유한 KLPGA 투어 최다승(20승) 기록에도 바짝 다가섰다.
우승상금 2억 16000만원과 대회 주최사 셀트리온의 신기록 달성 특별 포상금 3억원을 거머쥔 박민지는 상금랭킹 7위(3억 5916만원)로 올라섰고, 대상 경쟁에서도 5위로 6계단 도약했다.
2021, 2022년 연속 시즌 6승을 거두며 ‘대세’ 로 군림한 박민지는 지난해 연말부터 안면에 간헐적으로 극심한 통증을 유발하는 3차 신경통으로 고전했다. 올시즌 초반에도 통증재발로 US여자오픈 출전신청을 철회하는 등 고생했으나 최근 상태가 호전되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첫날 8언더파 64타를 몰아치고 3타차 선두로 출발해 2라운드에서 2타 차로 쫓긴 박민지는 이날 전반 9홀까지 파행진을 거듭하다가 10번홀(파4)에서 3퍼트 보기를 범하면서 전예성, 이제영에게 공동선두를 허용했다. 하지만 박민지는 11번홀(파3)에서 오른쪽 그린에 공을 떨궈 가파른 경사를 타고 흘러내리는 절묘한 티샷으로 1m 버디를 낚고 선두를 되찾은 뒤 14번홀(파5)에서 약 7m 거리의 버디 퍼트를 넣고 2타차로 앞서 승기를 굳혔다. 박민지는 18번홀(파5)에서 3m 버디퍼트를 넣고 승리를 자축했다.
박민지는 경기직후 인터뷰에서 “부담감이 커 한 주가 엄청 길었는데, 우승하게 돼 꿈만 같다. 10번홀 첫 보기 이후 이제 바닥을 쳤으니 다시 올라갈 수 있을 거란 생각으로 쳤다”며 “통산 20승을 하면 상금을 기부하려고 했는데, 뜻깊은 4연패를 했으니 이 대회 우승상금을 전액 기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제가 아프게 된 이후 건강하게 플레이 해달라고 응원한 팬들과 치료해주신 선생님들, 그리고 끝까지 저와 함께 하겠다며 힘이 돼준 캐디 오빠에게 감사한다”며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선두와 6타차로 출발한 이제영은 6번홀(파5) 이글 퍼트 성공에 이어 7번홀(파3)에서 홀인원을 기록한 뒤 12번홀(파4) 버디로 공동선두까지 올랐으나 더 이상 타수를 줄이지 못하고 박민지의 기세에 눌렸다.
한편 KPGA 투어에서는 한장상이 한국오픈(1964~1967)과 KPGA 선수권(1968~1971)에서 2차례 4연패를 달성했고, 미국 LPGA 투어에서는 안니카 소렌스탐이 미즈노 오픈(2001~2005년)을 5연패 했다.
김경호 선임기자 jero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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