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물리고 여기로?…"매주 1만원 소액투자" 복권 명당에 바글바글[르포]

대구=최지은 기자 2024. 6. 9.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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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권 사면 일주일이 즐거워요. 일주일 동안 상상으로 집도 사고 차도 사는 거죠."

지난 7일 오후 4시 대구 달서구의 A복권판매 편의점을 찾은 택시 기사 김모씨(68)는 구매한 복권을 주머니에 넣으며 이같이 말했다.

박씨는 "자식들 결혼시켜보니 해줄 수 있는 게 많이 없어서 복권이 되면 집이라도 사줄 수 있을 것 같아 자주 구매한다"며 "요즘 삶이 팍팍하기도 하고 소액이니 이 정도는 투자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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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에게 집 주고파" "노후 자금 하려고"…저마다 다른 구매 이유, 전국 유명세 '복권 명당' 가보니
지난 7일 오후 4시30분쯤 대구 달서구의 A복권판매 편의점에 복권을 구입하려는 시민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A복권판매 편의점은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복권 명당'이다./사진=최지은 기자


"복권 사면 일주일이 즐거워요. 일주일 동안 상상으로 집도 사고 차도 사는 거죠."

지난 7일 오후 4시 대구 달서구의 A복권판매 편의점을 찾은 택시 기사 김모씨(68)는 구매한 복권을 주머니에 넣으며 이같이 말했다.

김씨가 복권을 구매한 A 편의점은 전국에서 손꼽히는 '복권 명당'. 간판에 '1등 31번'이라는 커다란 글씨가 걸려있다. 주말을 앞두고 이곳엔 사람들의 발길이 쉴 새 없이 이어졌다. 주말 복권의 대표주자인 로또 당첨 번호가 발표되기 전날인 금요일 오후와 발표 당일인 토요일 오전이 가장 붐빈다고 한다. 밀려드는 손님에 도로 앞에는 주차 요원까지 배치됐다.

복권을 판매하는 매대 앞에는 복권을 구매하려는 이들이 장사진을 이뤘다. 출입문 근처에 마련된 테이블은 수동 번호를 기입하는 이들로 복작였다. 행운을 가져다줄 번호를 떠올리느라 허공을 바라보는 이들이 많았다.

구매한 복권의 종류와 구매액은 달랐지만 복권 판매점을 나서는 사람들의 표정엔 저마다 묘한 희망이 서려 있었다. 주부 박모씨(61)는 자녀들에게 집을 선물하고 싶은 마음에 2년 전부터 매주 1만원씩 복권을 구매한다고 했다. 박씨는 "자식들 결혼시켜보니 해줄 수 있는 게 많이 없어서 복권이 되면 집이라도 사줄 수 있을 것 같아 자주 구매한다"며 "요즘 삶이 팍팍하기도 하고 소액이니 이 정도는 투자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직장인 홍모씨(53)는 친구와 함께 복권을 구매했다. 홍씨는 "아직 퇴직은 안 했지만 슬슬 퇴직 후가 걱정된다"며 "복권에 당첨되면 노후 자금으로 쓰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 7일 오후 4시30분쯤 대구 달서구의 A복권판매 편의점 간판에 '1등 31번'이라는 문구가 큼직하게 쓰여 있다./사진=최지은 기자


전문가들은 경기가 어려울수록 복권 등 요행을 바라는 이들이 는다고 분석했다. 특히 최근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고(高) 현상이 이어지면서 복권에 눈을 돌리는 서민들이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근로 소득은 줄고 지출은 늘어난 가운데 '일확천금'을 노리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통계청이 지난달 30일 발표한 가계동향조사 마이크로데이터에 따르면 1분기 221만2000가구가 복권을 구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 대상 가구가 2183만4000가구라는 점을 감안할 때 10가구 중 1가구가 복권을 구매한 셈이다. 같은 분기 기준으로 최근 5년 새 가장 높은 비중이다.

A복권판매 편의점 사장은 "보통 복권이 겨울에 많이 팔리고 여름엔 주춤한 데 요즘은 잘 안 팔리는 시즌인데도 매출이 안 떨어졌다"며 "지난해 이맘때보다 로또는 10%, 즉석 복권은 20~30% 정도 판매율이 늘었다"고 밝혔다.

복권판매점을 찾은 이들 중에선 급등한 부동산 가격에 푸념을 늘어놓는 이들도 있었다. 복권을 구매하러 간 남편을 기다리던 한 여성은 "당첨되면 자산용으로 서울에 집을 사고 싶다"며 "요즘은 1등에 당첨되더라도 서울에 괜찮은 집 1채 사기도 힘든데 집값도, 물가도 너무 비싸다"고 말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투자하려면 가용 자금이 그만큼 있어야 하고 가처분 소득도 여유가 없는 상황에서 적은 금액으로 '대박'을 노릴 수 있는 복권에 관심을 가지는 측면이 있다"며 "주식이나 코인 등에 투자했다가 실패하면서 가용 자금이 줄게 된 것도 복권을 사게 되는 요인일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7일 오후 4시30분쯤 대구 달서구의 A복권판매 편의점 안에 마련된 테이블 앞에는 수동 복권에 번호를 기입하려는 시민들이 자리를 가득 채웠다. 한 시민은 행운을 가져다줄 번호를 생각하느라 한동안 멍하니 허공만 바라봤다./사진=최지은 기자

대구=최지은 기자 choij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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