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해법 이견 속 바이든-마크롱 “우크라이나 지원 계속”

김유진 기자 2024. 6. 9.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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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프랑스 엘리제궁에서 열린 국빈만찬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환영하고 있다. UPI연합뉴스

프랑스를 국빈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 의지를 강조했다. 두 정상은 러시아에 미사일 등을 제공한 북한과 러시아 간 군사협력도 강력히 규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엘리제궁에서 회담한 뒤 발표한 성명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서 멈추지 않을 것이다”라며 “유럽 전체가 위협받을 것이고, 미국은 그런 일이 일어나도록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우크라이나 편에 설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동맹들, 프랑스와 함께 설 것이다. 우리는 외면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지원 의지와 더불어 유럽 안보에 대한 미국의 공약을 강조한 것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이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사의를 표하면서 “이 전쟁은 전적으로 구유럽(프랑스·독일 등 유럽연합 초기 회원국)의 안보와 안정에 관한 것”이라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특히 “프랑스와 미국의 긴밀한 협력은 다른 분쟁에도 해당된다”며 “이중 기준은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가자지구 전쟁의 즉각 휴전, 이스라엘군의 공격 중단을 촉구하면서 “이것이 며칠 전 유엔이 제안한 올림픽 휴전 구상에 깔린 생각”이라고 말했다.

폴리티코는 두 정상이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 전쟁에 대해 공개적으로 “정치적 연대”와 “단합”을 보여줬으나 이는 다음달 주요 7개국(G7) 및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를 앞두고 양국 간 전쟁 해법을 둘러싼 이견이 커지는 상황을 감췄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일례로 최근 몇 달간 마크롱 대통령이 제기한 서방의 우크라이나 파병론에 대해 미국은 호응하지 않았다. 두 정상은 언론 앞에서 각각 성명을 발표했을 뿐 취재진의 질문도 받지 않았다.

백악관은 별도 보도자료에서 “두 정상은 러시아에 대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및 탄약 제공을 강력히 규탄했으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북한 관련 모든 문제에 대한 공조 노력을 이어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특히 러시아에 대한 이란·북한의 무기 이전, 중국 기업들의 이중 용도 품목과 군수 생산요소 이전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고 백악관은 전했다.

백악관에 따르면 두 정상은 “인도태평양에서의 번영과 안보, 공정한 경제 관행, 항행의 자유 등 국제법 존중 등을 증진하기 위한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며 “중국의 조치·정책과 관련된 여러 도전에 대해 긴밀하게 공조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이와 관련해 마크롱 대통령은 “우리는 과잉생산을 낳고 있는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에 함께 우려하고 있다. 이는 세계 경제에서 매우 중요한 사안이므로 우리는 조율된 방식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프랑스 파리 엘리제궁에서 8일(현지시간) 열린 국빈 만찬에 참석한 조 바이든 대통령과 부인 질 바이든 박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부인 브리지트 마크롱. UPI연합뉴스
바이든 떠난 백악관 앞에서
반전 시위대 ‘레드라인’ 펼쳐

한편 바이든 대통령이 자리를 비운 백악관 주변에서는 이날 수천명 규모의 친팔레스타인 시위가 벌어졌다. 워싱턴포스트 등은 시위대가 백악관이 마주 보이는 광장 일대와 인근 도로까지 에워싸고 가자지구 전쟁 휴전을 촉구하고 바이든 정부의 이스라엘 정책을 규탄했다고 전했다.

대부분 팔레스타인 깃발을 몸에 두른 시위대는 ‘레드라인’을 보여주는 의미로 대형 붉은색 현수막을 길게 펼쳐 들기도 했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남단 라파에 대규모 공격을 하면 바이든 정부가 이를 ‘레드라인’으로 간주하고 무기 지원 중단 방침을 밝힌 것을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일부 시위대는 ‘바이든은 거짓말쟁이’라고 적힌 푯말 등을 들거나 성조기를 불태웠고 바이든 대통령의 얼굴이 그려진 피로 물든 마스크를 착용하기도 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8일(현지시간) 미국 수도 워싱턴 백악관 앞에서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대가 ‘레드라인’을 상징하는 배너를 들고 있다. AP연합뉴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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