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승인한 '석유 시추' 무슨 돈으로? …거야 "의혹 투성이"
민주 "국면 전환용으로 1조2천억 혈세를?" "영일만 석유 게이트 조짐'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경북 포항시 영일만 일대 석유 탐사 시추 프로젝트 일명 '대왕고래'가 올해 말 시추 작업의 첫 삽을 뜰 예정이나, 여야 입장차가 워낙 커 시작부터 난항이 예상된다.
정부는 동해 심해 석유 매장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최소 시추공 5개 이상을 뚫어야 하고, 개당 1000억 원의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국회의 동의와 협조를 얻어 대왕고래 프로젝트가 본격화할지는 미지수다. 정부 예산안 승인의 열쇠를 쥔 거대야당 더불어민주당이 석유 매장 가능성을 분석한 미국 기업 액트지오의 신뢰성 의혹을 집중 부각하며 총공세를 이어가고 있어서다.
민주당이 "국회의 동의 없는 예산 집행은 절대 불가하다"고 못 박은 상황이어서 예산 편성 자체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와 한국석유공사는 내년 상반기 내 1개의 유망구조 시추를 염두에 두고 최소 1000억원을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하는 방안을 예산 당국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올해 말에 이 지역에 탐사 시추공을 뚫고 석유·가스의 실제 존재 여부를 확인한다는 계획이다. 내년 심해 지역의 1차 탐사 시추를 개시한 뒤 2025년부터 남은 유망 구조에 대해 순차적으로 시추 작업을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우선 내년에는 100% 정부 지분이 들어간 석유공사의 출자를 통해 전체 사업비의 50%가량을 충당한다는 구상이다. 남은 50%는 석유공사에 대한 정부 융자 형식으로 진행된다. 1000억 원 중 500억 원은 석유공사 출자로, 나머지 500억 원은 정부 융자로 내년 상반기 시추 작업을 시행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가 발간한 2022년도 해외자원개발 보고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은 2022년 말 기준 62개국에서 394개의 해외자원개발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 가운데 석유·가스 사업은 105개다. 석유공사는 2022년 말 기준 해외와 국내에서 각각 25개, 6개 자원개발 사업을 진행했다.
정부는 그간 이러한 방식으로 국내외 자원개발을 해왔다. 이번 대왕고래 프로젝트 시추 비용도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될 예정인 가운데 관건은 민주당을 설득할 수 있느냐다.
야권은 개발 비용이 천문학적이고, 실패 가능성이 80%에 이르는 만큼 엄격한 잣대로 검증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일각에선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후 첫 국정브리핑을 통해 시추 계획을 발표한 데에는 정략적 의도가 깔려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진욱 민주당 의원은 최근 SBS라디오에서 영일만 석유 시추 비용이 1조 2000억 원에 이를 것이라는 추정치를 내놓기도 했다. 정부가 예상한 석유 시추 비용 5000억의 2.4배에 달하는 규모다. 그러면서 "국면전환용으로 쓰기에는 국민 혈세로 1조 2000억이라는 돈이 들어갈 예정인데, 간과할 수 없는 것 아니겠나"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영일만 일대에 대규모 석유 매장 가능성을 분석한 미국 기업 액트지오에 대한 검증부터 윤석열 대통령이 이번 계획을 직접 발표하기까지 대통령실과 산업통상자원부의 논의 과정 등에 대한 투명한 자료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또 여야 원 구성 협상이 난항을 겪는 상황에서 민주당은 상임위를 조속히 가동해 정부와 대통령실에 자료제출을 요구하고, 의혹이 있는 부분을 철저하게 조사하겠다고 예고했다.
이런 가운데 동해 유전 개발은 22대 국회 초반부터 정치 공방으로 번지는 분위기다.
민주당은 '석유 희망고문이 되지 않길 바란다. 영일만 석유 게이트가 되지 않길 바란다'(정청래 최고위원 7일 당 최고위원회의)며 연일 강한 의구심을 표명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희소식 앞에 유독 재를 뿌리기에 바쁘다(추경호 원내대표 7일 당 원내대책회의), 희소식에 재를 뿌리고 있다고 반박했다.
angela02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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