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루미나 “하루 1만명 유전정보 분석… 고객 데이터 저장하지 않는다” [2024 바이오USA]
"생물보안법 대비 생체정보 보안 강화
AI 적용 데이터 분석으로 진단 혁명을"
미국 샌디에이고 북쪽 '5200 일루미나 웨이'. 이곳에 미국 유전체(한 개체의 모든 유전정보를 이르는 말) 분석 산업 대표주자인 일루미나의 본사가 있다. 도로 이름에 회사명이 붙을 정도로 샌디에이고 바이오 산업의 상징이 된 일루미나는 각국에 9,000여 명의 직원을 두고 세계 유전체 분석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다. 최대 경쟁사인 중국 베이징유전체연구소(BGI)가 미국 생물보안법의 제재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일루미나 본사를 지난 6일(현지시간) 찾았다.
"고객 생체정보 익명성 보장하겠다"
최신 초고성능 유전체 분석 장비들이 들어찬 일루미나 실험실에서는 연구원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300명의 연구원들이 하루에 최대 1만 명의 샘플(유전정보가 담긴 생체 물질)을 분석한다"는 이 실험실에선 세계 각지에서 온 샘플들의 대규모 분석뿐 아니라 새로운 유전병과 각국 규제를 분석하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크리스 쿤나르 소프트웨어 고객지원부문 수석이사는 "최근 인근 아동병원과 협력해 기존 진단법으로 확인되지 않는 새로운 신생아 유전질환을 찾는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소개했다. "전통적인 신생아 검사는 35가지 유전적 이상을 찾아내지만 일루미나 기술로는 500가지 이상을 찾을 수 있다"고 쿤나르 이사는 덧붙였다.
이 같은 역량은 국가 단위 대형 프로젝트에 활용되고 있다. 일루미나는 10만 명의 영국인 생체정보를 분석하는 '지노믹 잉글랜드', 1만 명의 유전자·단백질 정보를 분석하는 싱가포르 정부의 '프리 사이즈'와 함께 한국인 유전자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목표로 하는 우리나라의 '바이오 빅데이터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고 있다. 세르지오 페이사호비치 연구개발부문 부사장은 "정부(영국, 한국), 민간 보험사(미국)가 주도하는 대형 헬스케어 프로젝트 다수와 협력 중"이라고 말했다.
다양한 국가와 수많은 개인의 유전정보를 다루는 만큼 유전체 분석 산업에서 보안의 중요성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미국 생물보안법 추진도 중국 유전체 분석 기업의 정보 유출 사건이 결정적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의식한 듯 이날 일루미나는 고객사의 정보를 별도로 저장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강조했다. 페이사호비치 부사장은 "생체정보가 보호되지 않는다는 인식이 퍼지면 유전체 분석 기술이 아무리 발달해도 널리 사용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래서 △개인 생체정보의 익명성을 확보하고 △익명화한 정보가 다른 데이터와 연결되지 못하도록 시스템을 디자인했다는 것이다.
"병력·유전·환경 정보 통합 진단에 도전"
1998년 설립된 일루미나는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와 스크립트 연구소, 솔크 연구소 등 인근 대학과 기관에서 우수 인재를 발 빠르게 수혈하며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했다. 2007년 세계 최초 유전자(DNA) 분석(시퀀싱) 장비 출시 이후 유전체 분석 산업을 개척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마크로젠, 테라젠바이오 등 잘 알려진 국내 유전체 분석 기업들도 일루미나의 고객사다.
코로나19 검사를 가능케 한 기반 기술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처음 긴급사용승인을 받으면서 일루미나의 역량은 진가를 발휘했다. 코에서 바이러스 유전자를 추출해 정제한 샘플을 장비가 신속히 분석할 수 있게 만든 일루미나의 기술 덕에 우리가 알고 있는 코로나19 유전자 증폭(PCR) 검사가 가능해졌다.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 개발에도 일루미나의 변이 바이러스 유전체 분석이 근간이 됐다.
이제 일루미나는 방대해진 데이터에 인공지능(AI)을 적용해 활용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과거 유전체 분석은 시약을 활용한 화학반응이 전부였지만, 이제 유전자와 단백질, 심지어 신진대사 과정까지 AI로 복합적으로 데이터화해 새로운 수준의 분석이 가능하다. 일루미나는 3~6일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바이오USA'에 참가해 이 같은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페이사호비치 부사장은 "가까운 미래에 피 한 방울로 모든 진단 정보를 얻는 기술이 완성될 것"이라며 "특히 유전적 질병 가능성, 병력, 외부 환경의 영향 정보를 통합하는 게 가장 중요한 도전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샌디에이고 이재명 기자 nowl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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