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포커스] 하늘 날고 알아서 운전까지… 미래 모빌리티 노리는 통신사
KT, 자율주행버스 '주야로' 운행
LG유플, 특수차량용 관제서비스
AI·IoT로 비통신시장 진출 속도
통신사들이 인공지능(AI) 못지 않게 공들이는 시장이 있다. 바로 미래형 모빌리티다. 자율주행차, 도심항공교통(UAM) 등 차세대 모빌리티는 '정해진 미래'로, 통신 인프라를 근간으로 작동한다. 그 위에 빅데이터, AI, 사물인터넷(IoT) 등 첨단 기술이 구현돼 과거에 없던 이동에 형태가 등장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5G·6G 시대 이동통신 기술의 발달과 미래형 모빌리티 산업의 성장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현실화될 것으로 내다본다. 통신과 비통신이란 두 축을 토대로 성장곡선을 그리고자 하는 통신사들이 절대 놓칠 수 없는 시장으로 보는 이유다.
◇ AI·빅데이터로 자율주행 현실화…미들마일까지 노린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020년 71억 달러(약 9조8000억원) 규모였던 글로벌 자율주행차 시장이 2035년 1조 달러(약 1381조원)로, 연평균 41%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 시장을 눈여겨 본 통신 3사는 지방자치단체와 손잡고 미래도시 조성과 연계해 첨단교통시스템, 인프라 지원 솔루션으로 자율주행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SK텔레콤은 경기도 성남시 지능형교통체계(ITS) 구축사업을 수주해 미래 모빌리티 혁신을 위한 첨단교통시스템을 구축한다. 내달까지 성남시의 약 754개 신호교차로 중 288개 교차로에 대해 스마트교차로 시스템을 구축해 실시간 교통량 정보를 수집할 계획이다.
SKT가 도입한 레이더 기반 스마트교차로 시스템은 교통량에 따라 신호를 제어하는 '스마트 신호운영'의 기반이 되는 시스템이다. 국토교통부에서 전국에 설치된 '스마트 신호운영 시스템'의 운영 효과를 분석한 결과, 평균 지체시간이 41%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SKT는 이 시스템을 바탕으로 안전한 자율주행 도로 환경을 조성하고, 도로상황을 실시간 모니터링하는 종합상황실 시스템을 고도화할 예정이다.
AI 기반 자율주행 인프라도 구현한다. AI 기반 위치데이터 분석 플랫폼 '리트머스'를 활용한 '티플로(T.Flow)' 개발이 대표적이다. 티플로는 교통데이터 분석 기반 교통신호 최적화 솔루션으로, 교차로의 방향별 교통량 정보를 이용해 교통신호를 분석한다. 경기 화성시, 화성동탄경찰서, 화성서부경찰서, 도로교통공단 등과 협력해 상습 정체 구간인 교차로 15곳 구간에 시험한 결과, 차량 통행 시간이 13% 단축되는 효과를 거뒀다.
◇ V2X 통신 기반 협력주행…청소차·화물차도 자율주행
KT는 경기 안양시와 자율주행버스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4월 시민을 대상으로 공개한 자율주행버스는 '주야로'로, 빛을 활용해 거리를 감지하는 센서인 '라이다(LiDAR)' 4대와 5대의 카메라, 1대의 레이더가 자율주행을 지원한다. 주야로는 11개 정류장과 왕복 6.8㎞ 구간의 주간노선, 22개 정류장, 왕복 14.4㎞ 구간 야간노선으로 운영되고 있다. 대보정보통신, 네이버시스템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한 KT는 자율주행 차량 부문과 센터의 하드웨어를 구축하는 역할을 맡았다.
KT는 클라우드 기반 자율주행차량 운영 플랫폼 '모빌리티 메이커스'를 개발해 적용했다. V2X 통신을 기반으로 협력주행과 위치 모니터링, 원격제어 등이 가능하다. 이와 함께 스마트 보행자케이서비스, 도로돌발상황 감시 서비스, 신호현시 서비스를 적용했다.
기술 기업과의 협력도 활발하다. LG유플러스는 지난 4월 자율주행 스타트업 라이드플럭스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AI 기반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에 나섰다. 향후 레벨4 자율주행 시장에서 주행 전 과정을 전용 5G 기술을 활용해 원격 관제한다는 방침이다.
특화 시장도 공략한다. LG유플러스는 노면 청소나 방역 소독 등 특수 목적 차량에 무인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해 관제 서비스를 구축해 AI가 도로 상태를 실시간으로 파악해 청소 강약을 조절할 수 있도록 한다. 화물 자율주행 기술도 공동 개발해 자사 화물운송중개 플랫폼 '화물잇고'와 사업 협력도 진행한다. SK텔레콤 또한 트럭 자율주행 스타트업 '마스오토'와 AI 대형트럭 자율주행 고도화 협력을 맺고, 화물 자율주행 시장을 주도하겠다는 구상이다. 사람의 이동뿐 아니라 제조사와 물류창고를 잇는 미들마일까지 영역을 확장해 가고 있다.
◇ UAM 실증 코앞, 막바지 채비…"기술표준·규제 개선 선행해야"
통신 3사는 각각 컨소시엄을 꾸려 '하늘을 나는 택시'로 불리는 항공형 모빌리티인 UAM 사업도 준비하고 있다. UAM은 친환경·저소음항공기(eVTOL)와 활주로 없는 수직형 이창륙장인 버티포트를 활용해 도심 내 빠른 이동이 가능하다. 수많은 인프라가 얽히는 메가시티에서 하늘 위 차세대 교통을 통해 일상생활뿐 아니라 물류 산업에도 대격변이 일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상용화를 앞두고 올해 실증 사업을 시작하는 만큼 만반의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
이제 막 개화하려는 시장을 두고 초기 경쟁이 뜨겁다. 국내에서는 총 7개 컨소시엄이 'K-UAM 그랜드 챌린지(K-UAM GC)'에 참여한다. SK텔레콤·한국공항공사·한화시스템·티맵모빌리티로 구성된 'K-UAM 드림팀', KT·현대차·대한항공·인천국제공항공사가 참여하는 'K-UAM 원팀', LG유플러스·한국항공우주산업(KAI)·카카오모빌리티·GS건설·GS칼텍스 등으로 이뤄진 'UAM 퓨처팀' 등이다.
SK텔레콤은 향후 예정된 국토교통부 주도 민관합동 실증사업인 K-UAM GC 참가를 앞두고 UAM 협력 기업 '조비 에비에이션'과 긴밀히 공조한다. 실제 UAM 기체인 '조비 S4'를 국내 최초로 도입해 실증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S4는 미국 연방항공청(FAA)의 기체인증을 진행하고 있고, 지난해 업계 최초로 뉴욕 실증 비행에 성공했다.
KT는 'K-UAM 원팀' 컨소시엄에서 지난 4월 전남 고흥군 국가종합비행성능시험장에서 그랜드챌린지 1단계를 완수했고, LG유플러스가 주축인 'UAM 퓨처팀'도 세 번의 자체 UAM 실증을 마쳤다. 향후 UAM에 국한하지 않고 서비스형 모빌리티(MaaS) 플랫폼 기반의 모빌리티 연계에도 나설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미래 모빌리티 기술 개발도 중요하지만, 본격적인 상용화를 위해선 법 제도와 인프라 등 사회적 합의가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업계 한 전문가는 "자율주행차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보장하려면 자율주행차량 관련 보험제도 등 법률의 명확화와 규제개선이 필요하다"며 "자율협력주행, UAM과 관련된 다양한 기술표준 확립도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나인기자 silkni@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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