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풍·이도종 발자취 '제주기독교순례길' 걷는 곳마다 감동

제주CBS 김영미PD 2024. 6. 9.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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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기독교순례길 심현구 해설사
순례객 매해 늘어…해설사로 수많은 감동사연 접해
제주영락교회 할렐루야찬양대 지휘도 맡아
고등학교 때 지휘의 매력 알게돼 꾸준히 노력
제주소나이합창단 창단…"제주문화 발전에 기여하고파"
로드인터뷰_사람꽃
■ 방송 : CBS 라디오 <로드인터뷰_사람꽃> FM 제주시 93.3MHz, 서귀포 90.9MHz
■ 방송일시 : 2024년 6월 1일(토) 오후 5시 30분
■ 대담자 : 제주영락교회 심현구 안수집사(제주기독교순례길연구회장)
왼쪽부터 박은서 목사(왼쪽) 심현구 집사

삶이 아름다운 크리스천을 만나는 시간, 로드인터뷰 사람꽃. 오늘은 제주영락교회 심현구 안수집사를 제주CBS 목회자 기자인 JIBS 박은서 목사가 만나봅니다.

◆박은서> 현재 제주기독교순례길연구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는데요. 우선 순례길에 대해서 소개해주시죠.

◇심현구> 제주기독교순례길은 제주 땅에서 시작된 초기 기독교 역사를 찾아가는 길입니다.

지금으로부터 116년 전인 1908년, 제주에 첫발을 내디딘 이기풍 목사님의 흔적과 발자취는 물론이고요. 평양 사람인 이기풍 목사님을 제주로 오게 한 이호리 신앙 공동체의 김재원 장로님, 금성리교회를 있게 한 순국지사 조봉호 조사, 제주의 첫 목사이며 첫 순교자가 된 이도종 목사님 등 수많은 제주 신앙의 선각자들 이야기를 찾아 기도하고 묵상하면서 감사하는 길, 더 나아가 지금 나의 신앙을 돌아보는 성찰의 길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제주기독교순례길은 제주CBS가 주축이 되어 2012년도부터 조성됐는데요. 현재 5개 코스가 준비되어 있고 점차 더 확대할 예정입니다.

◆박은서> 그럼 순례길연구회는 어떤 활동을 합니까.

◇심현구> 제주기독교순례길연구회는 제주 초기 기독교 역사를 연구하여 제주기독교순례길을 찾는 탐방객들에게 설명하고 해설하는 해설사들의 모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현재 36명 정도가 활동하고 있는데요. 매달 함께 모여 공부하고 직접 탐방하면서 육지에서 오시거나 제주에 계신 성도들에게 초기 기독교 역사를 올바르게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박은서> 기억에 남는 분이나 단체가 있습니까.

◇심현구> 제가 순례길 해설사 일을 시작한 지가 한 6년째 됐는데요. 최근 제주기독교순례길을 탐방하는 분들이 많아졌습니다. 저희 나름의 생각은 우리 해설사들이 열심히 공부하고 또 널리 알리는 과정을 통해서 조금씩 알려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기억나는 분들과 단체는 많은데요. 특히 작년 초에 오신 선교학회 교수님과 목사님들이 생각납니다. 대한민국 선교 역사에 대해서는 머릿속에 다 꿰고 있다고 자부했는데 제주에 대해 너무 몰랐다고 놀라시면서 제주에 대해서 더 공부해야겠다고 하시더군요. 어느 목사님은 그다음 달에 교회 교역자들을 따로 보내셨습니다. 다 같이 가서 공부하고 은혜받고 오라고 하셨다더군요.

또 한 단체는 청주의 어느 교회였는데요. 부목사님 인솔로 온 학생부였습니다. 이 학생들이 제주 순례길 탐방을 마치고 오니 담임 목사님이 꽤 궁금하셨던 모양입니다. 학생들에게 탐방 소감문을 써서 내라고 하셨대요.

그 소감문을 읽으시던 목사님이 감동해서 저한테 전화를 하셨더라고요. 어떤 이야기가 있었길래 우리 아이들이 이렇게 바뀌었냐고 하면서 감사 인사를 하더군요.  전화를 받은 저 역시 큰 감동이었습니다.

강병대 교회에서 해설을 듣고 있는 탐방객. 심현구 집사 제공


◆박은서> 보람이 크겠네요.

◇심현구> 그렇습니다. 특히 제가 해설을 처음 시작하면서 열심히 해야겠다고 자극을 받은 첫 번째 경험은 제주의 모 교단 장로님들을 해설한 일입니다.

그 당시 저는 해설사 일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을 초창기였는데요. 제주의 장로님들에게 제주에 대한 얘기를 하려니 육지에서 온 제 입장에서는 얼마나 두렵고 조심스럽겠습니까. 엄청 떨렸습니다.

하루종일 탐방을 마치고 돌아와 주차장에서 해산했는데, 여러 장로님들이 집에 돌아가지 않고 저에게 와서는 '내가 평생 이 길을 수도 없이 지나다녔는데, 역사 속 어르신들의 생가, 기념비, 공적비 흔적이 그렇게 많이 있었는지 오늘 내가 처음 알았소'라고 하시더군요.

본인들의 평생의 신앙을 다시 한번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고 감사의 말씀을 하셔서 제게 큰 감동이었습니다.  그날 밤에 감사의 기도를 드리면서 열심히 공부해서 제주의 선교 역사를 더 정확하고 더 상세하게 전해 드려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습니다.

◆박은서> 제주 순례길을 걷고 싶은 분들을 위해 조언을 해주신다면.

◇심현구> 언제든지 시간만 내주시면 저나 저희 해설사들이 언제든지 달려가 도와드릴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비용은 염두에 두지 마시고요. 가끔씩 해설을 마치고 나면 감사의 뜻으로 사례비를 주시는 경우는 있지만 그것이 전제조건이 되지는 않습니다.

◆박은서> 현재 제주영락교회 할렐루야찬양대 지휘를 맡고 있고 오랫동안 다양한 곳에서 지휘자로 활동한 걸로 아는데, 언제부터 지휘에 관심을 가졌습니까.

◇심현구> 저는 할머니 때부터 신앙을 이어온 모태 신앙입니다.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찬양을 늘 가까이할 수 있었고 항상 찬양하는 일에 직접 참여해 왔습니다.

그러다가 고등학교 시절에 학교 합창단이 생겼는데, 선생님께서 그 합창단을 갑자기 저보고 지휘하라고 하시는 거예요. 지휘법은 전혀 모르고 단지 교회에서 봤던 지휘자님들의 모습을 어깨너머로 봐 왔던 정도였는데, 인천 부평의 큰 무대에서 성공적으로 지휘하면서 온 동네에 소문이 나게 되었죠.

자연스럽게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에도 지휘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교회에서도 각종 찬양단의 지휘를 떠맡게 됐습니다. 이후에도 음악 특히 '찬양' '합창'에 관련한 다양한 분야에서 일을 하게 되었죠.

국제공연기획사, 악보 출판사, 예술극장, 성가합창 월간잡지사에서 감독 편집장 등으로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모든 것이 주님께 찬양하는 게 좋아 열심히 하다 보니 기회를 주신 것이라 생각합니다.

◆박은서> 지휘를 하면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공연이 있습니까.

◇심현구> 기억에 남는 공연은 많지만  제가 지휘자로 집중을 하게 된 몇 번의 큰 계기가 있었습니다.

첫 번째는 고등학교 합창단에서 지휘자로 발탁된 이후에 너무나 많은 분들에게 칭찬을 받다 보니 진짜 '지휘자야 되겠다, 본격적으로 공부를 해야 되겠다'는 마음을 먹었는데요. 집에 가서 말씀드렸다가 아버지에게 크게 혼이 났습니다. 장남에 장손인 저에게 기회는 오지 않았던 거죠.

그래서 저는 음악을 대학이나 대학원에서 공부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저 나름대로 틈틈이 공부를 하다가, 어느 순간 합창과 지휘에 관한 진짜 전문가가 돼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정말 열심히 노력을 했습니다.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지금도 계속 노력해서 공부를 하느냐'입니다.

성가대를 처음 지휘하게 됐을 때는 멋과 재미, 보람으로만 했는데 어느 순간 찬양의 본질이 뭔지 또 찬양을 잘하기 위해서는 어떤 것이 필요한지, 어떤 소리를 가져야 하는지,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깨닫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후로 수많은 국내외 세미나와 독학, 책을 통해 지속적으로 공부를 했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고요.

또 한 가지는 우리가 하나님을 찬양하는 방법과 일본 사람들, 중국 사람들, 미국 사람들 심지어는 남아프리카 공화국 사람들과 칠레 사람들은 하나님을 어떻게 찬양하는지를 직접 느끼고 공부할 수 있는 계기가 있었습니다.

저는 업무적으로 국내외 큰 합창 행사에 가 볼 수 있는 기회가 참 많았는데요. 그래서 각 나라의 다양한 민족들이 어떻게 하나님을 찬양하는지를 직접 보고 느끼고 배우는 기회가 참 많았던 거죠. 그래서 우리의 찬양을 어떻게 더 발전시킬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늘 하고 있습니다.

◆박은서> 제주에는 언제 내려왔습니까.

◇심현구> 2016년 말에 와서 본격적으로 활동한 건 2017년부터입니다. 그때는 음악이 아니라 모 회사의 유스호스텔을 운영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러나 그 유스호스텔이 사업 방향을 바꾸면서 퇴직을 하게 됐고 다시 고향 인천으로 돌아가야 됐는데, 살다 보니 제주가 너무 좋은 거예요.

제가 인천 부평에서 서울로 출퇴근을 20년 이상 했는데, 그 막히는 시간, 막히는 도로의 사정과는 너무나도 다른 제주의 환경을 보면서 무척 감사했습니다. 제주에서 은퇴 후의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주님께서 찬양대 지휘로, 순례길 해설로, 공연 기획으로, 또 그 외에 다양한 일과 봉사를 하게 해 주셔서 감사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지휘하는 모습. 본인 제공


◆박은서> 제주의 문화여건이 열악하다는 얘기를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심현구> 서울에서 활동할 때 지방에 가 보면 조금씩 문화 수준이 다르다고 느낍니다. 전국이 다 똑같지 않죠. 외국도 마찬가지고요. 제주 역시 지방과 다르지 않고 서울의 문화 수준과는 조금 뒤떨어져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마음이 듭니다.

일단 콘텐츠도 그렇지만 하드웨어적으로 봤을 때도 그렇습니다. 공연장도 몇 개 없고 협소하고 또 울림도 합창이나 클래식 음악하기에는 서울과 많이 다른 환경입니다.

그리고 교회음악 측면에서 봤을 때도 다른 면이 있습니다. 육지에 있는 교회 찬양대는 주중 연습을 하는 교회가 굉장히 많습니다. 3,4분 찬양을 위해서 몇십 배의 노력을 기울이면서 최고의 찬양을 하기 위해서 애를 쓰거든요.

그런데 제주의 교회 찬양대는 그렇지는 않더라고요. 주일날 예배 전후로만 연습하는 것 가지고 충분하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바빠서라고 하시더군요. 하지만 바쁘기로는 서울 등 도시 사람들만큼 바쁠까요.  저는 그 부분이 무척 아쉽습니다. 조금 더 연습을 해서 최고의 찬양을 할 수 있도록 애를 썼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찬양은 기도를 담는 그릇'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그릇은 '크고' '깨끗하고' '울림이 큰' 그릇이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적당한 크기, 적당한 재질, 적당한 울림의 그릇은 그만큼 정성이 덜한 적당한 기도이지 않을까요.

◆박은서> 제주에서 이루고 싶은 비전이 있습니까.

◇심현구> 저는 그저 주어진 자리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찬양을 할 수 있도록 열심히 갈고닦고 그릇을 더 키우면서 깨끗하고 울림 있는 찬양대가 될 수 있도록 애를 쓸 뿐입니다.

다만 교회음악에도 나름대로의 수준과 과정이 있습니다. 많은 교회의 찬양대가 더 높은 수준의 찬양을 하도록 정성을 기울여 차곡차곡 깊은 과정을 밟아 가도록 조금 더 애를 썼으면 하는 것이 바람입니다.

지난해 '제주소나이합창단'을 창단해서 열심히 연습 중입니다. 도내 초교파 기독 남성들로 구성된 소나이 즉 사나이 합창단이죠. 완성도 높은 남성합창의 울림으로 제주지역 문화발전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박은서> 대를 이어온 믿음인데, 어떤 본을 보이고 싶습니까.

◇심현구> 제 모 교회는 인천 갈월교회입니다. 갈월교회는 일제 해방 직후인 1946년 2월에 창립된 교회인데, 창립교인 일곱 분이 설립하셨습니다. 그 일곱 분 중 한 분이 저희 할머님이셨고요. 저희 할머님이 1911년생이셨으니 35살에 창립하신 거죠.

교회 설립 후 5년 반 동안 아무 목회자 없이 창립교인들이 중심이 돼서 교회가 운영 돼 왔습니다. 1951년 11월에 첫 번째 담임이신 전밀라 전도사님이 오셨는데, 전밀라 전도사님은 아시는 것처럼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목회자이시죠.

할머니 슬하의 8남매 모두 교인이었고 저의 온 가족들과 갈월교회 교우들이 다 함께 어우러져 교회생활을 했기 때문에 저는 이런 믿음의 삶이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한 번도 믿지 않는 삶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 조차 없을 정도로 평생 신앙생활을 해왔습니다.

그런데 제주에서 제주 초기 기독교 역사를 공부하고 목회자 없이 생긴 신앙 공동체인 김재원의 '이호리 공동체' 조봉호의 '금성리 공동체'를 보면서 '아! 우리 할머님이 이러셨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할머님의 그 신앙이 얼마나 깊고 간절한 신앙이었는지를 깨닫게 되고 각성하게 됐습니다.

그 할머님의 신앙을 이어받아서 저도 제 손자에게 지금 신앙을 물려주고 있는 것처럼 대를 물려서 계속적으로 신앙인의 생활을 올바르게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우리 할아버님 할머님의 가계도를 보면 친자손들 114명 전체가 신앙생활을 잘하고 있고 목회자 장로 사모 전도사 장로 등의 모든 직분을 가지고 신앙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참 감사한 일입니다.

◆박은서> 앞으로의 소망이나 기도 제목 나눠주시죠.

◇심현구> 할머니의 신앙을 잘 잇고 있는 것처럼 저희 자식들과 자손들에게도 잘 이어져서 저희들의 삶을 통해 다른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 '신앙을 가지고 있는 사람,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사람들의 삶은 저런 삶이구나'라고 인정받고 존경받는 그런 삶을 살았으면 하는 것이 소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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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CBS 김영미PD ymi74@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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