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인질 4명 구출…가자 난민촌 폭격해 “270여명 숨져”
공습으로 어린이·여성들 희생 당해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군사작전을 벌여 하마스에 붙잡혀 있던 이스라엘 인질 4명을 구해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가자지구 주민 270명 이상이 숨졌다고 하마스가 운영하는 가자지구 보건 당국이 밝혔다.
이스라엘방위군(IDF)는 8일 “군과 경찰의 특수요원이 가자지구 중부지역 누세이라트 난민촌에서 인질 구출작전을 벌여 하마스에 붙잡혀 있던 알모그 메이르 얀(21), 안드레이 코즈로브(27), 쉴로미 지브(40) 남성 3명과 노아 아르가마니(26) 여성 1명을 안전하게 구출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7월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는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해 이스라엘에서 1200명이 숨지고 250여명이 인질로 끌려갔으며, 이후 가자 전쟁이 시작됐다. 이번에 구출된 인질 중 한 명인 아르가마니는 하마스 기습 공격 당시 이스라엘 남부 레임에서 열린 노바 음악 축제에서 하마스 요원으로 보이는 이들에게 끌려가는 모습이 촬영됐던 인물이다. 이스라엘군 당국은 “구출된 이들 4명 모두 건강한 상태”라며 “구출 뒤 병원으로 옮겨져 정밀 검진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이 지난해 10월 7일 가자 전쟁 발발 이후 군사 작전으로 인질을 구해낸 건 이번이 세번째다. 지난해 10월엔 실종됐던 정찰병 한 명을, 지난 2월엔 이스라엘 민간인 인질 두 명을 구해냈다. 이들 말고는 거의 절반에 육박하는 109명은 하마스와의 휴전 협상을 통해 풀려났다. 현재 가자지구에 있는 이스라엘 인질은 120여명으로 추정된다. 이들 중 일부는 이미 사망한 것으로 이스라엘 당국은 보고 있다.
이번 작전 성공은 하마스와의 휴전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라는 압력에 직면해 있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정치적 숨통을 터주는 효과를 낳을 것으로 관측된다. 네타냐후 총리는 구출된 인질 아르가마니와 통화하며 “우리는 한순간도 당신들을 포기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의 리더십에 비판적이었던 이스라엘 전시내각의 구성원 베니 간츠는 이날 저녁 예고됐던 사퇴 기자회견을 서둘러 취소했다. 대신 이번 작전을 “고무적인 방식으로 수행된 복잡하고 용감한 작전”이라고 치켜세웠다.
이날 대낮에 전격 이뤄진 구출작전에선 이스라엘군과 하마스 간에 치열한 교전이 벌어졌다. 이스라엘군 대변인 다니엘 하가리 해군 소장은 “이스라엘군이 정확한 정보에 기반한 위험스럽고 복잡한 이번 작전을 위해 몇 주간 준비했다”며 “작전은 8일 오전 11시 시작됐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병력은 인질들이 나뉘어 수용돼 있던 두 건물에 들어갈 때, 그리고 인질을 구출하고 빠져나올 때 집중적인 총격을 받았다. 이스라엘군은 “작전에 투입된 요원들에게 많은 총탄과 로켓추진 유탄(RPG)이 쏟아졌다”며 “이에 따라 지상군과 공군이 작전 병력과 인질을 보호하기 위해 대규모 포격과 공습을 가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남은 인질 모두를 이런 군사 작전으로 구출할 수는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누세이라트 난민촌 주민들이 이 과정에서 다수 희생됐다. 소셜미디어에는 이스라엘군의 탱크가 거리에 배치되고 공습과 포격이 이뤄지는 장면이며, 거리에 시신 일부가 훼손된 채 건물 잔해들과 함께 널브러져 있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올라와 있다. 한 주민은 워싱턴포스트에 “폭탄이 미친 듯이 쏟아졌다. 내가 겪은 최악의 상황이었다”며 치를 떨었다.
알아크사 병원의 대변인 칼릴 알 데그란은 8일 기자회견에서 “엄청나게 많은 주민이 거리에서 숨지거나 다쳤다”며 “이스라엘이 누세이라트 난민촌에서 대량학살을 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알아크사 병원에서 94명, 알아우다 병원에서 116명 등이 숨졌다”며 “이들은 대부분 어린이와 여자들”이라고 덧붙였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보건 당국은 하루 뒤인 9일 사망자가 최소 274명 부상자는 698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쪽에선 경찰의 대테러작전 부대인 야맘 소속 요원 하나가 작전 중 중상을 입고 후송됐으나 숨졌다.
하마스는 항전을 다짐했다. 하마스 정치 부문 최고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는 성명을 내어 “우리는 항복하지 않을 것이며 이들 범죄 집단에 맞서 우리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계속 저항을 해 나가겠다”며 “우리에게 힘으로 선택을 강요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그건 망상”이라고 말했다.
가자지구 보건당국은 9일 가자 전쟁 발발 이후 가자지구에서 3만7084명이 숨지고, 8만4494명이 다쳤다. 가자지구 보건 당국은 민간인과 전투원을 따로 나눠 집계하지 않지만, 사상자 대부분이 어린이와 여자들이라고 밝히고 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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